스위스의 작은 휴양지 다보스에서 22일부터 4일간 ‘세계경제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다름 아닌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일명 다보스 포럼)다. 다보스 포럼에는 해마다 100여 개국에서 경제계ㆍ정치계ㆍ문화계 핵심인사 2500여 명이 모여든다. ‘세계의 재구성’이란 주제로 열린 올해도 세계 각국의 대통령ㆍ총리ㆍ국왕 등 정상급 인사만 40여 명이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빌 게이츠 회장 등 경제계의 거목들이 참석해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 순방길에서 21일(현지시각) 스위스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부르크할터 스위스 대통령과 공식 행사를 갖고 양국의 우호 협력을 다진 후, 바로 세계적인 IT 기업 시스코의 존 챔버스 회장을 접견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다. 이어 베른 상공업직업학교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체계적 직업교육시스템을 둘러본 후에 “직업 교육의 답을 얻었다”고 말하면서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스위스는 학벌보다 능력을 인정하는 매우 실용적인 사회다. 교육 시스템도 직업교육 위주로 짜져 있다. 9년제 초등교육 기간 중 8학년 때부터 직업에 대한 정보가 학부모와 학생에게 제공돼 학생 자신이 어느 직업에 관심과 소질이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고, 그때부터 장래의 직업이 정해지게 된다. 그러다보니 고등학생 중 70% 이상의 학생이 직업교육을 선택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20% 정도다. 대부분의 학생이 고등학교 직업교육을 마치고 취직하는데, 대졸과 고졸 간 임금 격차가 없으며 사회의 전반에서 학력 차이의 편견을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청년고용률이 39.7%이다. 또한 대학진학률은 71%로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실업자로 전락하는데, 스위스는 직업교육을 마치면 취업이 되고 청년고용률이 61.7%이다. 이러한 세계 최고 수준의 체계적 직업교육시스템에 매료된 박 대통령이 “학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능력이 중요하게 인정받는, 그런 보상을 받는 나라가 돼야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소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백년대계인 교육의 시스템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지만 고질적인 한국 교육 풍토가 변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고 기대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