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대대적인 흉노 토벌을 위해 천리길 사막으로 나갔던 위청의 군대는 선우의 군대와 우연히 마주쳐 격전을 벌인다. 열세인 것을 판단한 선우는 정예 기병 수백 기만 데리고 포위망을 뚫고 도주를 한다. 뒤늦게 선우의 도주 사실을 알고 위청의 군대가 추격하지만 그를 잡지 못한다. 적의 머리와 포로를 합쳐 1만 9천의 전과를 올린 위청이 장안으로 개선했다. 곽거병은 우북평군으로 출전하여 흉노의 좌왕 군대와 싸웠다. 그 전과는 위청을 훨씬 웃돌았다.

개선한 그들에게 무제가 조서를 내렸다.

“표기 장군 곽거병은 군을 지휘함에 있어 얼마 안 되는 장비를 가지고 큰 사막을 넘었다. 획장거(강 이름)를 건너 흉노의 왕 비차기를 죽이고 좌대 장군의 군대와 싸워서 깃발과 북을 빼앗고 이후산을 넘고 궁려하를 건너서 둔두 왕과 한 왕 등 장군과 대신을 비롯하여 간부 83명을 사로잡았다. 아울러 낭거서산에서는 하늘에 제사 지내고, 고연산에서는 땅에 제사 지내고, 한해(고비 사막 또는 바이칼 호라고도 함)를 한눈에 굽어보았던 것이다. 포로의 총 수는 7만 443명, 적군의 3할을 무찔렀다. 더구나 군량은 적에게 구하여 오지 깊숙이 쳐들어가면서도 장병들의 급식은 원만하였던 것이다. 이로써 표기 장군에게 5800호를 가증한다.”

“우북평군 태수 노박덕은 표기 장군에 소속하여 여성서의 집결 시기를 그르치지 않고 도여산 싸움에 참전하여 포로와 머리 2700을 취했다. 이에 1600호의 봉지를 내리고 부리후에 봉한다. 북지도위(북쪽 경비사령) 형산은 표기 장군을 따라 흉노의 왕을 사로잡았다. 이에 1200호의 봉지를 내리고 으양후에 봉한다. 먼저 흉노에서 귀순한 인순왕 복육지와 누지 왕 이즉간은 모두 표기 장군을 따라 공을 세웠다. 이에 복육지에게 1003호의 봉지를 내리고 장후에 봉하며 이즉간에게는 1800호의 봉지를 주어 중리후에 봉한다. 종표후 조파노와 창무후 안계는 함께 표기 장군을 따라 공을 세웠다. 각각 300호를 가증한다. 교위 이감은 적군의 북과 깃발을 빼앗다. 이에 관내후의 작위를 주고 200호를 식읍으로 한다. 역시 교위 서자위에게는 대서장(작위의 10위)의 작위를 준다.”

곽거병의 부장이나 병졸에 이르기까지 은상을 받거나 승진한 자가 많았다. 이에 반하여 대장군 위청에게는 아무런 상이 주어지지 않았고 부하들에게도 봉후의 영광을 얻은 자가 없었다.

양 군대가 흉노의 본거지에 출전하였을 때의 조사로는 군마의 수가 14만 두에 이르렀으나 무사히 돌아온 것은 3만 두를 넘지 못했다. 그러한 문제로 종래의 태위 대신 대사마의 관위가 설치되었다. 그때 대장군 위청과 그의 아래 직급인 곽거병은 함께 대사마에 임명되었고, 아울러 황제의 명에 따라 두 사람의 봉록까지 똑같이 책정되었다.

그 때부터 위청의 권위는 나날이 쇠퇴하고 곽거병의 명성은 높아만 갔다. 심지어 위청의 친구나 식객들까지 곽거병의 주위에 모여들었다. 그의 추천만 있으면 쉽게 관직과 작위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임안(위청의 식객)만은 그것을 옳게 생각하지 않고 위청의 밑에서 자리를 지켰다.

곽거병은 과묵하고 기골이 장대했다. 무제가 그에게 ‘손, 오의 병법’을 배우라고 했을 때 그가 말했다.

“전쟁은 이론이 아닙니다. 순간순간에 어떻게 결단하느냐가 문제입니다.”

무제가 그에게 큰 집을 하사하고 한 번 보고 오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흉노가 망하기 전까지는 집 같은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뒤 무제는 더욱더 그를 신임하게 되었다.

곽거병은 젊어서부터 무제 측근의 고위직에 있었기 때문에 부하를 위로할 줄 몰랐다. 그가 출전할 때에는 무제가 친히 수레 10대분의 맛있는 음식을 내렸다. 그 음식은 곽거병이 개선하여 돌아올 때까지 남아 있어서 버리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그 사이 병사들은 굶주리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또는 요새 성벽 바깥에서 병사들이 굶주려 걷기조차 힘들어 하는데 그는 구기장을 만들게 하고 공차기를 즐겼다. 곽거병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모두 그런 모습이었다. 그에 반해 위청의 인품은 인정이 많고 겸손하여 자연과 인심을 사로잡는 정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은 곽거병을 따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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