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제34대 총무원장 선거가 치러진 지난 10월 투표권을 가진 선거인단 승려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조계종 일각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을 외치며 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헌법학자 성낙인 교수 “직선제 채택해야… 지금 개혁논의 적기”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이 행정수반을 선출하는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내부적으로 심한 갈등과 내홍에 휩싸인다. 4년마다 금권선거, 흑색선전 등 후보자들 간 파벌 싸움으로 선거가 혼탁해지기 일쑤다. 총무원장의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선거제를 간선제가 아닌 직선제로, 피선거권의 자격을 모든 스님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헌법학자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경찰위원회 위원장)는 “간선제에선 사사로운 정이나 관계에 이끌리는 일들이 개입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부정행위를 방지하는 최소한의 개혁방안으로 ‘직선제 도입’을 심도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소견을 밝혔다.

성 교수는 최근 열린 2013년 중앙종회의원 연수에서 ‘종헌·종법과 선거법 체계’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직선제 채택 시 범위는 피선거권을 가진 모든 승려로 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조계종 선거법과 관련 “지금 개혁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직선제를 하든, 81명의 종회의원이 뽑든지 선택할 시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계종의 조직구조를 ‘의원내각제’와 같다고 밝힌 그는 “총무원장은 의원내각제의 수상(국무총리)에 해당한다”면서 “순수한 의원내각제라면 의회에 해당되는 종회의원만으로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하는 게 맞지만, (조계종은) 정부나 국가처럼 일률적인 조직체가 아니기 때문에 교구대표를 참여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간선제로 치러지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시각에서 나온 발언이다.

성 교수는 각 교구 대표 10명을 선출하는 과정이나 방식에 관해 사사로운 감정으로 여러 부정 등이 개입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계종 선거인단 321명은 부정이 개입할 가능성이 가장 많은 숫자”라며 “81명은 종도들의 감시가 심해 부정행위를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교구 선거인단 250명이 올라오면 교구의 영향을 받아 이해관계에 휩쓸리게 된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선거법 개혁 논의할 가장 좋은 시기

성 교수는 “숫자가 제한적인 간접선거는 사소한 이해관계가 개입할 소지가 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직선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감 선거와 마찬가지로 총무원장 선거도 부정행위가 재현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현 총무원장이 연임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이때가 새로운 선거제 개혁안을 마련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종교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OECD국가 가운데 최초로 여성대통령을 선출한 우리나라에서 비구니의 선거 참여를 확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중공사의 유일한 해결책 ‘직선제’

재가자들의 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계종 고문변호사를 지낸 김형남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참여불교재가연대가 주최한 자리에서 현행 선거법을 직선제로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선거의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선 “상당 기간 직선제를 실시해 대중공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접선거의 절차나 과정에서 중간자의 개입으로 인해 선거권자의 의사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인단이 본사 주지와 몇몇 스님들의 영향력에서 선출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이다.

김 변호사는 “현재 선거제도는 본사 주지, 배후 실력자들, 선거인단 등과 거래가 모두 가능하기에 최악의 상태로 운용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선거인단 자격에 제한이 없는 점도 문제로 부각됐다. 그는 “교구종회에서 종회의원들의 투표권 보장을 위한 규정이 종법에 전혀 없다”며 “총무원장 선거제도가 편의적으로 형성되고 대중공사 구현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지난 선거에서 선거법과 관련한 공약으로 ‘직선제 혹은 준직선제’를 내세웠다. 현 15대 중앙종회가 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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