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지난 대선 정국의 후유증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NLL 포기 논란’이 아직 끝난 것도 아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이 공개됐지만 그 해석을 놓고 정치권의 지루한 말싸움은 끝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회의록 미이관 문제와 유출 문제까지 덤으로 불거지는 바람에 벌써 1년째 소모적인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쯤 되면 논란을 끝내도 좋으련만 출구 없는 난타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쉬질 않고 있다. ‘정치실종’의 단적인 예이며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정치가 어떻게 막장이 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검, 차선의 대안이다

‘NLL 포기 논란’의 뿌리는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직결돼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반격 또는 맞불 작전의 일환으로 NLL 논란의 판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당이 자초한 측면이 있고 또 민주당 내 친노 인사들의 좌충우돌 대응 방식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그럼에도 NLL 논란의 판을 더 키운 쪽은 여권, 그중에서도 국정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국정원 스스로 회의록 전격 공개를 통해 정쟁의 중심에 섰다. 왜 그랬을까. 국정원 대선개입의 논란을 차단하고 국정원 개혁의 동력을 위축시키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아무리 맞장구를 쳐줘도 정국 흐름이 국정원 의지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까지 밀려난 뒤에 어쩌면 국정원과 여권은 내심 미소를 지었을지 모르겠다. “이젠 됐다”면서 사건의 흐름을 그들의 뜻대로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국민은 알고 있다. 그리고 이미 수많은 증언과 증거들이 쏟아졌다. 앞으로도 계속 제기될 것이다. 그것을 검찰 권력을 동원해 덮겠다는 발상이라면 국민을 우습게 보는 아주 불쾌한 일이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데 그들만 눈을 감겠다는 것인가.

아니나 다를까. 국정원 심리전단의 트위터 대응팀(5팀)이 작업한 것으로 보이는 121만 건의 트위터 글이 다시 불거졌다. 이전의 5만 6천여 건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양이 많다. 게다가 국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들의 댓글과 트위터 활동도 추가로 불거지고 있다. 군 수사당국이 조사를 하고 있다니 지켜볼 일이지만 ‘개인적 일탈’로 끝낼 것이라면 차라리 수사를 덮고 특검에 맡기는 것이 옳다. 검찰의 특별수사팀도 적극적인 수사의지가 돋보이긴 하지만 다시 권력 핵심부에서 태클을 걸 경우 결단을 해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결국 차선책으로 특검 수사만이 가장 빠른 출구가 아닐까 싶다.

얼마 전 이재오 의원의 쓴소리가 인상적이다. 국정원이 회의록을 공개하면서부터 정국이 꼬였다면서 “국정원 문제로 인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게 됐다”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도 이 대목에서 결단해야 한다. 검찰 수사가 일단락되고 나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해서 특검 수사로 이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 그러면 야당도 양보할 것은 양보할 것이다. 박근혜정부 1년, 언제까지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에 올인 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책임은 엄중하게 묻고 환부는 확실하게 도려내야 한다. 여권 입장에서는 많이 아플 것이다. 그럼에도 빨리 털고 국정운영을 본격화해야 한다. 갈 길이 너무도 멀다. 이대로 박근혜정부 5년을 허비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내외 엄중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대선개입, 그 삼류 스토리로 나라가 중심을 잃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못해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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