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게티즈버그라는 작은 마을에 1만여 명이 모여든 지구상의 이목이 집중된 한 행사가 열렸다. 세계 정치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던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상기하면서, 그 의미를 되새기는 기념행사가 150년만에 재연된 것이다.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는 지구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끝맺고 있는 게티즈버그 연설은 고금동서를 통해 지금까지 행해진 인간의 연설 가운데 가장 위대한 연설로 인류에 의해 인정받고 있다. 남북전쟁 중이었던 1863년 11월 19일, 게티즈버그 전투로 숨졌던 병사를 위한 국립묘지 봉헌식에서 행해진 미합중국 대통령의 헌정사는 불과 2∼3분 만에 끝이 났다. 그렇지만 연설문의 마지막 문구는 전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진리와 신앙처럼 빛나고 있으니, 지금도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연설 문장이기도 하다.

당시 링컨 대통령은 게티즈버그 장례 준비위원회로부터 “이 국가 행정부의 장으로서, 이 행사의 의의를 명확히 하는 짧은 몇 마디 헌정사를 남겨주시기 바란다”는 초청을 받고서 전날 현지에 찾아가서 연설문을 준비했다. 순서상 에드워드 에버레트의 2시간짜리 긴 연설 뒤에 대통령의 차례가 있었다. 링컨은 연설에서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것을 세상은 주목하지도, 오래 기억하지도 않을 것이다’고 했다.

연설이 끝나고 링컨은 스스로도 자신의 연설을 질 나쁜 쟁기에 비유하며, “그들의 마음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고 말하며 자성했다. 그렇게 되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연설은 탄생된 것인데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150년 기념행사 하루 전인 19일,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이 있었다. 그 연설 마지막에는 “미래를 향한 대한민국의 위대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그 미래를, 우리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마무리했다.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는 국민 마음을 반영한 미래상이 담겨져 있지만, 정치 가십이나 여담에서는 핵심 내용보다 대통령을 영접하는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이 윤상현 새누리당 수석총무의 손을 밀치는 사진과 경호실과 야당의원 간 폭력이 더 오르내리고,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이후 여야 대치정국이 더욱 경색됐다는 후문이 나도는 서글픈 정국이다. 150년 전에 링컨 대통령이 행한 게티즈버그 연설의 정신인 ‘국민의 국가를 완성하라’는 말은 마치 한국의 정치를 두고 한 경고한 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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