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국가기록물에 대한 관리가 대단히 허술하다는 사실은 이미 ‘남북회담 대화록 실종’ 논란 과정에서도 입증이 됐고 국민이 익히 알고 있는 바다. 뒤늦게 국가기록물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정부부처 간 협의를 거쳐 각 부처와 재외공관, 지방자치단체에 과거사 관련 자료가 있는지 실태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전형적인 뒷북치기 사례다.

정부 내 모든 기관의 문서 보관을 의무화하는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공공기록물관리법)’이 1999년에 제정됐고, 정부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 공공기관에서 생산하는 국가 전반의 기록물을 보존하고 체계적․통일적으로 관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업무를 수행해왔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 6월 주일대사관 청사 신축에 따른 이전 과정에서 발견된 자료 등 몇 가지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당장 눈앞에 있는 것만 관리하는 주먹구구식이라 비판을 받을 만큼 국가 전반의 기록물 수집·관리는 문제점이 많았다.

1948년 정부 출범이후 반세기만에 비로소 공공기록물관리법이 만들어졌다는 것도 행정국가로서 체목이 서지 않고, 현 사정에서 본다면 관련법이 만들어지기 30년 전인 1969년 8월에 총무처(현 안전행정부) 소속부서로 설치된 정부기록보존소가 44년 동안 해온 국가기록물의 수집, 관리, 보존은 수준 이하로 보인다. 또한 국가기록 관리와 관련된 정책 결정, 제도개선 기능을 관장했던 총무처는 그동안 대통령 기록 등 국가문서제도를 어떻게 해왔는지 알 만하다.

국가기록물은 한 국가의 정통성 유지와 함께 그 나라의 빛나는 문화유산으로서 이에 대한 체계적․통일적인 보존·관리는 국격(國格)을 높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문서도 그렇지만 정부출범 이후 역대 대통령 관련 주요기록 상당수가 흔적 없이 사라졌다는 것은 조선왕조 500년간의 실록이나 팔만대장경을 자랑해온 우리의 역사에서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한 만큼 과거의 치부를 거울삼아 지금부터라도 국가기록물 보전·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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