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전후로 3개월간 쓸 수 있는 휴가. 엄마 품을 찾으며 우는 젖먹이를 떼놓고 출근해야 하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겁다. 이전에는 몰랐더라도, 막상 이런 실상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남편과 주변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현실이 여성에게 ‘잔인하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는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육아휴직과 보육시설 확대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꺼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떻게든 고쳐야 살지, 지금은 도무지 많은 여성이 못 살 곳이 우리나라인 듯하다. 결혼을 하려니 내 인생이 제대로 흘러갈지 어찌나 고민이 되는지, 결혼 연령은 매년 0.2년씩 늦어진다.

월급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고 1년간 쓸 수 있다는 육아휴직조차 눈치가 보여 맘 편히 쓸 수 없다. 여성 인력의 활용도를 무시할 수 없다보니 기업 곳곳에서 출산·육아 관련 제도들이 꿈틀대고는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드라마 속 신데렐라 이야기가 인기 반열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건, 그만큼 고달프고 답답한 우리 여성들에게 망각제 역할이라도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출산이 가능한 연령대인 45살까지도 미혼으로 남는 비율은 지금 추세가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하기야 결혼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차라리 미혼이 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아니라면, ‘획기적인 변화’란 이런 때 필요한 말이라고 할 것이다. 칼바람 같은 현실 앞에 내몰린 여성들이 씁쓸하게 결혼정보회사 주머니만 채우게 하지 말기를 바란다.

젊은 나이에 출산하고도 충분히 학업과 경력 쌓기가 가능한 사회.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타난 2013년 대한민국에서 꿈꾸어 보는 간절한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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