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바울, 당시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 외면하지 않아
한국교회 신뢰 회복 위해선 ‘바울’의 삶 적용해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매일 컴퓨터를 쓰는 사람이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다고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심지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작업을 한다고 해도 말이죠. 전문가가 아닌 이상 자꾸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 일단 리부팅을 하죠. 그러면 어떠한 문제들은 바로 해결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교가 지탄을 받고 있다. 개혁을 위한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자꾸 추태만 보이고 있다. 대안도 없이 온갖 비리만 저지르며 사회를 어지럽게 하는 이들을 위해 직접 대안을 찾아본 이가 있다. 민중신학자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이다.

그를 서울 마포구 망원동 망원역 근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8월 ‘리부팅 바울’을 출간하고 진보주의 철학자들과 개신교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제안이 절대적인 대안은 아닐 것이라고 제한했다. 근본적인 대안은 하나님만이 갖고 계실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그는 바울의 삶을 통해 한국사회와 개신교계를 ‘리부팅’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실장이 바울에 대해 집중 한 이유가 있다. 그는 오늘날 한국사회가 바울이 활동할 당시 유럽환경과 흡사하다고 봤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바울이 활동하던 1세기경 지중해 연안 도시들은 아주 빠르게 성장한 도시들로, 인구 혼합 현상이 심했다. 특히 로마가 전쟁을 멈추며 대규모 노예 공급 루트가 사라졌고, 지중해 연안의 노동자로 노예를 공급하기가 어렵게 됐다.

이에 지중해 노예 시스템이 붕괴됐고, 주인들은 도리어 노예를 관리하는 비용이 증가하게 됐다. 또 노예를 풀어주려고 하면 세금을 내야 했기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고 노예를 무단방출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노예를 김 연구실장은 ‘해방 노예’라고 이름 붙였다. 해방 노예들은 지중해 연안의 신도시인 메트로폴리탄에서 하층부류를 형성했다.

사회적 약자가 일시에 증가한 것이다. 김 연구실장은 ‘사회적인 약자가 많았다’는 당시 상황을 오늘날에 빗댔다. 그리고 바울이 약자를 위해 펼친 활동으로 나타난 사회의 변화에 집중했다. 또 바울의 활동 이후 놀랍도록 부흥한 당시 그리스도교에도 주목했다.

“바울은 인종‧성별‧계급 등이 하나로 얽혀진 사회에서 하층민들의 인권을 위해 일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시민권과 좋은 민주주의, 더 나은 자본주의를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생각해봐야 하죠. 바울은 고통이 응축된 사람들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바울과 같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 ⓒ천지일보(뉴스천지)

1세기 경 유럽 지중해 연안의 신도시 메트로폴리탄에 사는 하층민들은 상당히 빈곤했다. 대부분이 부랑자 같은 삶을 살았기에 위생상으로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또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에 주변 주민, 국민들은 이들을 기피했고, 차별의 대상이 됐다.

이들은 당시 도시에서 다양한 특권을 누릴 수 있었던 ‘콜레기아(동업조합)’에 들어가기를 갈망했다. 바울은 이들을 안았다. 바울의 인도 하에 그리스도인이 됐다. 그리고 콜레기아의 한 부류인 이스라엘 콜레기아에 소속됐다.

하지만 이스라엘 보수진영은 이들의 겉모습 때문에 이스라엘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겼다. 결국 순혈(혈통)‧할례(남성)주의, 절기를 강조하며 파가 갈리게 됐다. 이에 바울은 하층민들을 보호했고, 서신을 통해서는 그리스도 안에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오늘날 한국교회도 바울의 삶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그리스도교가 위기에 처해 있다”며 “한국에서 개신교는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위축돼 가서 소멸되어갈 종교처럼 무너져 가고 있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위기론이 상당히 많이 퍼져 있다”며 “미국은 또 부시 이후 개신교가 지탄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도교를 재정립한다는 차원에서 바울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오늘날 개신교가 사회적 약자를 품음으로써 그동안 추락했던 신뢰를 회복해갈 수도 있을 것이란 희망에서다.

그는 “위기에 처한 21세기는 정치‧경제‧종교 등 다양한 차원으로 얽혀 있지만 그 포커스를 ‘고통당하는 사람’에 두고 진단을 내릴 수 있다”며 “이 가운데 바울이 줄 수 있는 통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학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 저변의 문제 해결을 위한 방책으로서 바울의 삶에 주목했고, 개신교가 아닌 철학자들도 이 내용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사회에 바울 같은 인물이 많아지게 되면 ‘사회적 고통의 응축’ 현상이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고통을 기준으로 피라미드를 그려보면, 밑바닥 층의 사람들은 가장 많은 고통이 응축돼 있다”며 “그 고통에 다가가는 것이 그 사회의 모순에 직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고통 받는 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포용하고 사회가 통합할 수 있도록 매개자가 된 바울의 삶을 집중 조명했다.

김진호 연구실장의 저서로는 ‘시민K, 교회를 나가다’ ‘예수의 독설’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요한복음’ ‘인물로 보는 성서 뒤집어 읽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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