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너머, 아하!’ 성소은·오강남 인터뷰

▲ 오강남 교수(왼쪽)와 성소은 위원장

개원 1주년… “일에 확신 생겨”
종교인이라면 타종교도 알아야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녹명(鹿鳴). 이는 시경(詩經) 소아(小雅) 편에 실린 ‘녹명’이라는 한시의 첫 머리글인 ‘유유녹명’에 나오는 말이다. ‘유유’란 사슴의 울음소리를 의성화한 말이니, 녹명은 말 그대로 ‘사슴이 내는 소리’를 뜻한다. 한시에까지 등장한 사슴은 여느 동물과는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독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울음소리를 내어 주변에 있는 다른 사슴들과 나눠 먹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슴처럼 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종교계에 ‘나눔의 소리’를 전하면서 ‘녹명(鹿鳴)’을 필명으로 삼은 이가 있다. 바로 ‘종교너머 아하’의 성소은 운영위원장이다. 성 위원장은 ‘선방에서 만난 하나님’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한때 독실한 개신교인으로 살았던 그가 38세에 붓다의 깨달음을 향한 갈망으로 출가를 결심, 3년간 경북 청도 운문사 선방에서 수행하며 느꼈던 종교 간 화합의 깨달음을 담고 있다.

성 위원장은 “신앙인으로서, 또는 한 인간으로서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어떤 계기를 만나면 고민을 하게 되는 때가 있다. 나 역시 개신교인으로서 한계를 느낄 때가 있었고, 그 답을 찾고 싶었지만 찾지 못해 방황하던 중 오강남 교수의 ‘예수는 없다’를 읽었다. 그것이 내 삶의 결정적인 좌표가 됐다”며 “이후 출가해 수행하다 보니, 결국 기독교와 불교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을 깨달았다. 기독교든, 불교든 심층으로 내려가면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바람은 한 권의 책을 집필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성 위원장은 1년여 전 종교 간 소통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녹명종교나눔터’로 첫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종교너머 아하’라는 이름으로 종교 아카데미, 명상 및 참선, 이웃 종교 체험 및 사회활동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종교 아카데미는 종교너머 아하의 이사장인 오강남 교수의 ‘세계종교 둘러보기’ 강좌가 대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강좌를 통해서는 불교·힌두교·유교·도교·기독교 등 전 세계 종교의 창시 배경과 주요 경전, 핵심적 가르침 등을 역사 흐름에 따라 살펴볼 수 있다.

지난달 초 종교너머 아하 개원 1주년을 기념하며 감회가 남달랐다는 그는 “시작할 당시 주변의 우려가 컸지만 결국 이 일을 하는 것이 옳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즉 자신이 40여년에 걸쳐 종교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했던 것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그와 비슷한 갈증을 호소하며 모임에 찾아오더라는 것이다. 특히 그 중에는 개신교인의 비중이 높다고 했다. 그는 “신앙을 강요받기 일쑤였던 그들은 ‘내가 잘못 믿었다’는 데 대해 회의했고, 분노했다”고 회상했다.

‘종교너머 아하!’는 다원화 시대, 소통의 물꼬가 막힌 각각의 종교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목표로 삼고 있다. 말 그대로 자신의 종교 울타리 안에만 갇혀 있던 사람들이 그 울타리를 넘어가 새로운 종교에 눈 뜰 때, 바로 ‘아하!’ 하고 외칠 수 있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오강남 교수는 “산을 올라가면서 새로운 풍경을 볼 때나, 우물 안 개구리가 밖으로 나왔을 때 느끼는 것처럼 종교는 ‘아하! 체험의 연속’”이라고 설명했다.

성 위원장은 “신앙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다른 종교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종교너머 아하는 스스로 와서 (다른 종교에 대해) 듣고 깨달을 수 있는 계기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주는 곳”이라며 “하지만 교회나 사찰에서는 이런 것을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정말 예수님을 만나려면 교회를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기존 신앙 자체를 부인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심층적인 고찰의 과정을 통해 신앙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종교너머 아하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을 안다는 것은 삶의 본 모습을 아는 것, 즉 해탈에 이르는 것”이라며 “이는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의 시간을 마련해주고 방향을 잡아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식을 자라게 하는 것이 종교라고 했다. 그러면서 “종교로부터의 자유화는 결국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이것이 곧 예수님과 부처의 가르침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