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허상담센터에서 만난 박재현 공익변리사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공익변리사’라는 직업을 알고 있는지. 변리사 중에서도 특별히 사회적 약자를 위해 뛰는 사람들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발명(특허)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특허 등록에 드는 시간은 최소 1년 반 정도. 사설 특허사무소를 이용하면 300~500만 원이라는 상당한 돈이 들어간다.

‘공익변리사 특허상담센터’는 이런 특허 업무를 무료로 도와준다. 중소기업, 학생,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일반 특허사무소를 찾기 어려운 사람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열려 있는 곳이다. 특허청 산하기관으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해 있다.

지방에 살거나 자유롭게 센터를 방문할 수 없다면 온라인 상담도 가능하다. 가끔 교도소에서 편지가 날아와 특허에 관해 물어보기도 한다.

상담센터는 지난 2005년 첫발을 디뎠다. 현재 일하고 있는 변리사는 12명. 각종 특허와 실용신안, 디자인 출원 등 산업재산권 창출을 상담해준다. 또 특허신청에 필요한 명세서, 도면, 중간서류도 공익변리사가 신청자를 대신해 작성하며 도움을 준다.

특히 2011년부터는 특허 분쟁 시 심판·소송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특허권을 지키고 싶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워 변리사 상담이나 변호사 선임이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공익변리사들은 특허 관련 심판을 직접 대리한다. 민사소송(특허침해소송)의 경우는 적합한 수행변호사를 지정해 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다. 건당 500만 원, 대기업과의 분쟁은 1000만 원이다.

변리 서비스가 잘 미치지 않는 지방은 직접 찾아가 특허 상담도 한다. 순천, 진주, 강원, 부산, 목포 등 전국 지역지식센터 14개와 MOU를 맺고 변리사의 도움이 필요한 곳을 매달 방문하고 있다.

공익변리사 특허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박재현 변리사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특허센터에 근무하게 된 계기는
“원래 사회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어려운 입장에 있는 분들을 돕고 싶었다. 공익변리사 대부분은 사명의식이 강하다. 두 번째는 퇴근 후 여유를 가지고 가정생활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일반 특허사무소는 야근이 잦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몇 년 새 여성변리사 비율이 부쩍 늘었다. 육아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지금은 3:7 정도로 여성이 많다.”

-국감에서 특허청장이 공익변리사 활성화와 처우개선을 언급했는데
“공익변리사의 이직률이 비교적 높은 부분 때문인데, 급여가 많지 않은 편이다. 또 특허청 업무와 센터 업무가 겹쳐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교도소는 자주 가는 편인지
“최근 대전 교도소에 다녀왔다. 재소자 중 우연히 특허센터에 대한 얘기를 듣고 편지를 보내는 경우가 있다. 소통수단이 편지밖에 없다보니 직접 찾아가 대화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 재소자들은 특허가 큰 희망이다. 출소 후 삶에 대한 기대와 맞물려 있다. 대전서 편지하는 분은 형기가 18년인데, 발명의 초점이 오직 ‘범죄예방’이다. 열정이 큰데 기술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학 발명동아리 등 재능기부를 연결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전주교도소의 한 분은 장신구용 황금물고기 디자인을, 또 다른 분은 오골계 숯불구이를 제안했다. 오골계 요리는 특허등록요건이 미비해 보이길래 굼벵이와 몇 가지 재료를 추가해서 특허신청에 적합하게 만들기도 했다.”

-변리사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특허청구범위 설계다. 예를 들면 사과를 갖고 사과잼, 사과주스 등 응용범위를 잘 설계해서 훗날 특허를 침해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다. 사회적 약자분들이 제시하는 발명은 종이 한 장에 대략만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 더 오래, 유심히 살펴야 이런 설계가 가능하다.”

-센터 업무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힘든 부분 중 하나는 민원 업무다. 특허 등록에 요건이 못 미쳐 사실대로 얘기를 하면 ‘내가 사회적 약자라서 무시하나’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특허센터는 신청자들에 대한 거절 건수도 많은 편이다. 무조건 접수만 받고 보자는 식은 안 된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사회적 약자를 위해 뛰는 특허상담센터의 직원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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