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럼 빌리지’ 청년 법사단

▲ 왼쪽부터 법사단 팝 둥(Phap Dung), 트레이(Trai), 팝 린(Phap Linh).
명상수행 통해 마음속 병·고통도 치유해

국적·전공 달랐지만
오랜 친구처럼 친근
모두가 평등함 추구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세계적 명상지도자이자 시인이며 평화운동가인 틱낫한스님. 불교계에서 그는 달라이 라마와 함께 살아 있는 붓다로 불리는 영적지도자이자 스승이다. 틱낫한스님은 인종‧종교에 상관없이 각자의 믿음에 따라 마음의 평화를 추구할 수 있는 명상공동체 ‘플럼 빌리지(plum village)’를 1982년 창설했다.

이곳 플럼 빌리지에는 틱낫한스님을 보필하며 법사단(Young Monastics)으로 활동하는 청년 수도승들이 있다. 지난 10일 늦은 오후 서울시 양천구 국제선센터에 있는 북카페에서 기자가 만난 이들은 허물없는 오랜 친구처럼 친근했다.

▲ 팝 둥(Phap Dung).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들은 환한 미소로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틱낫한스님의 최측근에서 일하는 이들임에도 직책의 높고 낮음이 없었다.

키도 외모도 국적도 전공도 모두 달랐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플럼 빌리지에서는 이 같은 평등을 추구한다. 작게는 ‘나와 너’ ‘가족’, 크게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인’ 등은 모두 평등하고 마음속 고통의 치유법을 통해 소통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8살 무렵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출신인 법사 팝 둥(Phap Dung, 남) 씨도 플럼 빌리지에서 하는 명상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LA에서 자라 성인이 된 팝 둥 씨는 3~4년 정도 건축사로 일했다.

그는 항상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왔다. 그러나 건축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팝 둥 씨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플럼 빌리지의 수도승이 되는 것을 본 후 이를 신기하게 여겼다.

“법사단에 관련해서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어요. 플럼 빌리지에서 교육을 받고 명상을 통해 마음을 조절하는 방법(mind control)을 배운 뒤부터 끝없는 행복을 맛보게 됐죠.”

▲ 팝 린(Phap Linh). ⓒ천지일보(뉴스천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수학과를 전공하다 온 팝 린(Phap Linh, 남) 씨는 법사가 된 것은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수도승이 되기 이전에 그는 전문 작곡가로도 활동했다. 다양한 직업을 경험한 만큼 그는 굉장히 진취적이며 궁금증이 많은 사람이다.

반면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어둠이 존재했다. 대학교 1학년 재학 중 돌아가신 어머니 때문이다. 우울증을 앓던 어머니는 세상의 의술로는 병이 치료되지 않았다.

그때 팝 린 씨는 마음의 병은 의학으로 치료되지 않음을 깨닫고 고뇌에 빠지게 됐다. 이후 그는 틱낫한스님의 법회에서 마음의 병을 고친다는 소리를 듣고 법회에 참석하게 된다.

“처음엔 굉장히 의심스러웠어요. 하지만 물을 거스를 수 없듯이 틱낫한스님의 가르침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당시 팝 린 씨의 여자친구도 함께 갔었는데 9년 동안 틱낫한스님의 가르침을 듣고 수행한 결과 현재 둘 다 법사단에서 일하고 있다. 독일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했던 일본인 트레이(Trai, 여) 씨는 틱낫한스님 법회에서 전공을 살려 바이올린 연주를 한다.

“내 인생의 1/3은 일본에서, 1/3은 유럽에서, 1/3은 미국에서 지냈다”라고 말하는 그는 여러 나라를 다니며 견문을 넓혀왔다. 부족함 없이 자라던 그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20대 중반 무렵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이다. 가족애가 남달랐던 그는 인생의 허망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 트레이(Trai)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이곳, 저곳 찾아 다녔다. 운명처럼 틱낫한스님의 가르침을 접하게 된 트레이 씨는 그의 가르침에 매료됐다. 또 청년끼리 소통하며 서로에 대해 편견 없이 대하는 문화가 좋았다. 모든 일을 접고 법사단 생활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3년 반 정도 일했다.

그는 물질만능주의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자기 자신을 물질적인 관점이 아닌 정신적이고 영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곳이 플럼 빌리지라고 말한다.

“이전에 자신이 갖고 있던 세상의 즐거움(좋은 직업, 이성 친구, 돈, 명예)을 다 버리고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직접 찾기 원한다면 플럼 빌리지가 그에 대한 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플럼 빌리지
베트남 출신의 스님이자 시인이며 평화운동가인 틱낫한스님이 1982년 프랑스 보르도 근교에 설립한 명상공동체다. 이곳은 인종과 종교에 상관없이 각자의 믿음에 따라 마음의 평화를 추구할 수 있는 장소로 쓰인다. 물질만능주의 현대인이 내면에 대한 성찰을 위해 영적으로 ‘힐링(healing)’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매년 여름과 겨울 틱낫한스님이 직접 참여하는 대규모 수행이 한 달 정도 열리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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