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16일 불출마 약속을 깨고 차기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할 것을 공식 선언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전국선원수좌회 ‘자폭수’ 맹비난 묵언·단식 중단 투쟁 수위 높일 듯
보선스님 후보 추대한 3자연대, 자승 의혹 해명 후 후보 등록 촉구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재임 포기를 선언한 조계종 자승(59) 총무원장이 약속을 파기하고 제34대 총무원장 연임에 도전하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전국선원수좌회 스님들은 재출마라는 ‘자폭수’를 선택했다면서 맹비난하고 나섰다. 보선스님을 후보로 추대한 3자연대는 자승스님을 향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혹을 해명할 것과 직위를 이용해 사전선거운동을 벌였다고 지적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16일 불교광장의 후보로 추대된 자승 총무원장은 서울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에서 제34대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할 것을 공식 선언했다.

자승스님은 지난 4년을 선거로 평가받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후보 추대 수락사에서 “저는 이제 지난 4년간의 성원과 경책을 뒤로 하고 제34대 총무원장 선거에 나서고자 한다”며 “종단 중흥과 불교 발전의 발판을 확고히 세우고 ‘조계종의 새 역사를 쓴 소임자’로 기억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스님은 (재임 포기)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사부대중에게 머리 숙여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또한 출마를 둘러싸고 여러 논란에 대해서도 어떠한 이유나 변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자승스님은 자신을 겨냥한 온갖 의혹을 의식한 듯 해명에 적극 나섰다. 아울러 음해성 의혹을 제기하는 세력에 대해선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함께 경고의 메시지도 날렸다.

스님은 “그동안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바라는 일념으로 여러 근거 없는 낭설들에 묵묵히 대처하며 인욕(욕된 것을 참음)하고 또 인욕했다”며 “단언컨대 소납에게는 종도를 실망시킬 그 어떤 일도 없었음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각종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 “앞으로 저는 종단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일부의 행위에 대해 보다 분명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종도들의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고 정상적인 종무행정에 차질을 주며 이로 인해 불교계가 신뢰를 잃게 되는 불미스러운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반대 세력을 향해 경고를 잊지 않았다.

공개적으로 수차례 불출마 의사를 밝혀온 자승스님이 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약속을 뒤집고 재임 의사를 선언한 이상 조계종은 심한 내부 갈등으로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선원 수행승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불교광장은 16일 오전 11시 한국불교 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제34대 총무원장 후보로 현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추대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양심 포기한 자승 원장의 숨긴 본성 드러나”

조계사 앞마당에서 묵언정진과 단식정진을 해온 전국선원수좌회는 비판 성명을 통해 “자승 원장은 끝내 양심을 포기하고 약속을 저버리는 후안무치로 재임의 마각(가식하여 숨긴 본성)을 드러내고야 말았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재임 포기 약속을 요구하며 진행한 묵언·단식 농성을 중단하고 철수를 결정했다.

수좌회 스님들이 묵언·단식을 내려놓고 산문(사찰)으로 돌아간 것은 사실상 투쟁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스님들은 앞서 현 총무원장이 재임을 시도할 경우 대규모 궐기대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수좌회는 “(자승스님이) 불교광장이라는 어용의 거수기를 발판으로 만장일치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재출마라는 자폭수를 두었음을 사부대중께 전해드린다”며 “자업(自業)의 인행(因行)은 자득(自得)의 과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어 “오늘의 조계종은 출가는 했지만 도를 닦지 않고, 계율을 지키지 않으며 권력을 욕심내 도둑질하는 오도사문(성도와 승단을 욕되게 하는 출가자)들이 기득권을 행사하는 부패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백수의 왕 사자가 스스로 키운 사자충에 의에 죽어가듯 우리 조계의 고목도 안으로 곪은 부패로 인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수좌회는 “우리의 용맹정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라도 조계의 일탈에 준엄한 호법의 주장자를 준비할 것”이라면서 “두 눈 부릅뜨고 마(魔)의 종언과 원(願, 소원)의 회생을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하며 자승스님을 향해 재임 포기를 거듭 촉구했다.

반(反)자승 세력을 규합하고 있는 3자연대는 “자승스님 개인의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선행된 뒤 후보자 등록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자승스님은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는 동안에도 총무원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해왔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고 불공정한 선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종도와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을 깨고 선거에 임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공명정대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이제라도 이를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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