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검찰과 국정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내란예비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석기 의원의 그간 행적에 비춰보면 국정원의 이번 주장이 상당히 신빙성 있게 들린다. 대선개입 문제로 국정원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시점에 나온 내란죄 수사가 국정원의 신뢰를 회복할 ‘패’가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오전 이석기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에 대한 모든 혐의를 일축했다. 국정원은 3년간 수사를 해왔으며, 녹취록도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국정원의 수사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현역 의원이 국가 기강을 흔들려는 모임에 가담했다는 국정원의 발표만으로도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종북 세력을 비판해왔던 보수층들은 더욱 거세게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에 내란죄를 적용한 것은 김두한 전 의원 이후 두 번째다. 1965년 한국독립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김두한 의원은 1966년 1월 8일 5단계 혁명 계획을 세우고 정부전복을 기도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및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1월 29일 국회에서 김두한 의원 석방결의안이 통과되고 5월 10일 무죄선고 됐다. 역대 내란죄로 구속됐던 인물 중에는 이처럼 권력의 피해자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구속된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김근태 전 민주당 고문도 내란죄로 체포돼 고문을 받고 평생 고문 후유증으로 고통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씁쓸한 역사적 사실로 인해 이석기 의원도 현 정권의 희생양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역사일 뿐이다. 이석기 의원에 대한 각종 국가보안법 위반 사례가 모두 사실이라면, 이석기 의원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김근태 전 의원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될 것이다.

국정원은 모호한 시점에 현직 의원에 대한 내란죄 수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확실한 증거를 통해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 국가의 기강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는 국민은 없다. 그러나 근거 없이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행위는 더더욱 지탄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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