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최근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보노라면 안타깝다 못해 안쓰러울 정도이다. 요즘 같은 땡볕에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대여 투쟁에 나서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사실 앞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광장정치’는 더 강력한 의회정치를 위한 동력을 찾는 것이 요체이다.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지지를 확인함으로써 그 동력으로 원내투쟁에 승부를 걸 때, 당도 살고 지도부도 당의 구심체로서 위상을 굳건히 할 수 있는 것이다. 김한길 대표가 광장으로 나간 것도 내부적으로는 대여투쟁을 통해 당의 중심을 잡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광장의 김한길 대표는 외로워 보인다. 어디로 가야 할지, 그 길이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작심하고 던진 ‘출구 전략’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담판’이었다. 담판을 통해 자신의 위상도 굳건히 하고, 박 대통령으로부터 약간의 양보를 받아냄으로써 원내로 복귀할 명분과 실리를 챙길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거부되고 말았다. 이대로 원내에 들어가면 죽도 밥도 안 될 것이다. 정말 길이 보이지 않는다.

김한길 대표체제, 결국 좌초하나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우리 국회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입법부는 여야로 갈라져 툭하면 서로 싸우고, 싸우다가 안 되면 검찰에 고발하기 일쑤다. 이것은 정치가 아니다. 정치의 실종이요, ‘정치 포기’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과반 정당인 새누리당은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인다. 민주당을 초토화시킴으로써 반사이익이 짭짤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정부의 국정 드라이브에도 큰 걸림돌을 제거했다는 계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에게 민주당은 일찌감치 이런 존재로 인식돼버린 것이다. 무시해도 보통 무시가 아니다.

그렇다면 김한길 대표는 처음부터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당혁신 바람이 몰아칠 때 그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표가 됐음에도 우물쭈물 하고 말았다. 황금 같은 시간을 그냥 허비하고 말았다. 전략부재와 역량부재 속에 ‘NLL 태풍’이 몰아치자 김한길 대표는 또 휘청거렸다. 당 중심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태풍에 맞서다 보니 어느 샌가 친노세력이 최전선에서 싸우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김한길 대표는 존재감조차 없을 정도였다. 이런 와중에 국정원 국정조사에 집중하자는 당내 여론에 따라 전선의 이동이 이뤄졌지만 이마저도 새누리당의 태업으로 진이 다 빠져버렸다. 오죽했으면 광장으로 나갔을까 싶은 생각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말 그대로 쫓기고 몰리고 밀리다가 벼랑 끝에 선 곳이 바로 서울광장의 천막당사이다. 중요한 것은 천막당사의 구상마저 이미 뒤틀리고 있다는 점이다. 김한길 대표는 그 곳에서도 어떤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아니 당 대표로서의 어떤 결기마저 제대로 토해내지 못하고 있다. 빈손으로 자신을 찾은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내가 과격한 사람은 아니지만, 만만하게 호락호락하게 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오히려 아프게 들린다. 자신을 만만하게 보고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실제로 바로 이튿날 박근혜 대통령은 단독회담을 거부하고 5자회담의 역공을 취했다.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통보한 셈이다. 그럼에도 김한길 대표는 담판 카드를 던지지 못하고 다시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정치 현실을 감안하면 가슴 한 켠에 짠한 생각마저 든다. 명색이 제1야당의 대표인데,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그러나 정치는 어차피 냉혹한 권력투쟁의 장이다. 그 장에서 김한길 대표는 이미 자신의 밑천을 드러내고 말았다. 더 이상 보여 줄 그 무엇이 별로 없어 보인다. 아니 있어도 성공하기 어렵다. 이미 늦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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