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시민들이 쉽게 찾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곳
과거 불교 개혁의 근원지
佛교육 근본도량임에도
소박하고 아름다운 사찰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진달래, 개나리 등 많은 봄꽃으로 방문객을 맞아주는 개운사(開運寺). 도심에 위치하고 있지만 공원 같은 모습의 사찰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속세의 걱정은 잠시 잊고 가까운 사찰을 찾아 여유로움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불교 개혁의 근원지이며, 불교교육의 근본도량인 개운사에 봄이 찾아왔다.
◆울퉁불퉁한 일주문 기둥 인상적
원래 개운산 산중에 있었지만 주변의 개발로 인해 건물이 많이 들어서 도심 한가운데 있는 사찰로 바뀌었다. 지하철 6호선 안암역 1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다가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돌아 쭉 걸어가면 개운사 일주문이 나온다. 일주문은 울퉁불퉁한 통나무를 그대로 살려 기둥으로 세워 나무질감이 그대로 표현됐다. 성인 여성의 양팔로도 감싸지지 않는 기둥 표면에는 용이 휘감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으면 기둥 위엔 멋스럽게 맞배지붕을 올렸다.
개운사 일주문은 다른 사찰과 다르게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가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 때문에 많은 대학생이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개운사 일주문을 구경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산 위에 지어져 있는 사찰
일주문을 등지고 앞을 바라보면 경내로 들어가는 계단이 나온다. 산중에 있던 사찰답게 절 전체가 바위 위에 있는 모양새라 건물도 바위 위에 한 채, 더 높은 바위 위에 한 채 형식으로 구성돼 있어 아래에서 볼 때 대웅전의 현판이 보인다. 경내로 가는 긴 계단 양옆으로 봄꽃과 나무들이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는 작은 화원이 있다.
그 길로 쭉 오르면 대웅전으로 가는 입구이자 범종을 단 범종루가 나온다. 중창불사를 했는지 오르는 길이 시멘트로 돼 있어 흙을 밟으며 느낄 수 있는 사찰만의 포근함이 부족했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사찰임에도 범종루와 이어진 요사채 등 몇몇 건물이 현대식 건물이어서 고풍스러운 맛은 없었다.
◆용으로 둘러싸인 대웅전
옛날 불교계의 교육도량이었다는 말과 어울리지 않게 사찰은 소박했다. 대웅전과 미타전, 명부전, 삼성각, 요사채 등 총 5채의 건물이 다였다. 하지만 다부진 장인의 손길처럼 건물은 각각의 위치에서 사명을 다했다. 그중 대웅전은 두 마리의 용머리가 현판아래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위압감마저 들게 했다. 다른 사찰 대웅전에도 용머리는 있었지만 개운사 대웅전은 달랐다. 용머리가 이어진 내부에는 꼬리가 꽈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삼존불이 있는 제단이 양 옆 천장에는 2마리의 용머리가 각각 있다. 게다가 제단 위 천장에도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두고 다투는 모습이다.
삼성각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더니 오래된 소나무가 앵글을 가렸다. 휘어진 소나무 기둥이 삼성각과 오히려 더 잘 어울렸다. 건물 안에는 산신과 칠성불, 나반존자상이 있고 그 뒤로 산신탱과 칠성탱, 독성탱 등 불화가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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