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암사 대웅전. ⓒ천지일보(뉴스천지)

보물 품은 천년고찰… 문화재의 ‘보고’
아름다운 절로 손꼽혀
경내 불교사상 깃들어
아름다운 뒷간 ‘해우소’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전남 순천 조계산 자락에 보물을 품은 사찰이 있다. 1500여 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천년고찰 ‘선암사(仙巖寺)’가 바로 그곳이다. 헌강왕 5년(875년) 도선국사가 창건하고 신선이 내린 바위라고 하여 선암사라고 한다.

경내에는 다수의 보물과 중요문화재가 있어 역사적 가치가 크고 아름다운 사찰로 유명하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의 표현처럼 미술사적 유적으로 뛰어난 것도 없고 경관이 빼어난 것도 아니지만 가고 싶은 절, 가면 마음이 마냥 편해지는 사찰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선계(仙界)로 가는 길… 승선교와 강선루
오솔길 옆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선암사로 향하는 길을 안내하는 듯하다. 추운 날씨지만 형형색색의 등산복 차림으로 나들이 나온 사람들도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며 선암사로 향하고 있었다.

매표소부터 10분쯤 걸었을까. 무지개 모양의 아치형 다리가 눈길을 끈다. 이 다리는 우리나라 무지개다리(홍예교) 중 가장 자연스럽고 우아하다고 알려진 ‘승선교(昇仙橋, 보물 제400호)’다.

승선교는 아름다운 모습만큼 특별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숙종 24년(1698) 호암대사는 관음보살을 보기 원해 백일기도를 했지만 그 기도가 헛되자 낙심하며 벼랑에 몸을 던지려 했다. 그러자 한 여인이 나타나 대사를 구하고 사라졌다는 것.

나중에서야 자신을 구한 여인이 관음보살이었음을 깨달은 대사가 이를 기리기 위해 절에 원통전을 세웠고 절 입구에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를 세웠는데 이것이 바로 ‘승선교’라 전해진다.

승선교는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오른다는 뜻. 예부터 속세와 신선의 세계를 구분하는 다리로 여겨졌다. 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너 신선의 세계로 들어선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그래서일까.
승선교 위에 서니 절로 몸과 마음이 숙연해진다.

승선교를 지나면 선암사의 출입용 문루인 ‘강선루(降仙樓)’를 만나게 된다. 신선이 내려오는 곳이라는 뜻의 강선루. 곧 선계(仙界)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인 셈이다. 선암사의 강선루는 대부분 사찰과 달리 문루가 일주문 밖에 있는 것이 이채롭다.

◆삼법인 깨달아 극락세계 이르다
강선루를 통과해 경내에 들어서면 알 모양의 길쭉한 연못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은 1980년 6월 2일 전라남도기념물 제46호로 지정된 ‘삼인당’이다. 선암사 사적에는 신라문왕 2년(862)에 도선국사(道銑國師)가 축조한 것이라 전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 작은 연못에는 불교의 심오한 정신이 깃들어 있다. 삼인(三印)은 제행무상인(諸行無常印), 제법무아인(諸法無我印), 열반적정인(涅槃寂靜印)의 삼법인(三法印)을 뜻한다. 이는 모든 것이 변하여 머무르는 것이 없고 나라고 할 만한 것도 없으니 이 세 가지 가르침을 마음에 새겨 깨달으면 열반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마치 집착, 욕심, 탐욕 등 내 것이라 여긴 모든 것을 버리고 마음을 깨끗이 비워야만 극락의 세계에 이를 수 있다는 작은 깨달음을 전해주는 듯하다. 이윽고 작은 언덕을 조금 오르니 선암사 출입구인 ‘일주문(一柱門)’에 다다랐다.

1982년 10월 15일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96호로 지정된 일주문은 언제 세워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선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암사 안으로 들어서면 더 많은 보물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선암사의 ‘해우소’는 180년 전통에 빛나는 영국 첼시 플라워 쇼에서 영예의 최고상을 받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화장실이 아름답다는 말이 어색할지 모르지만 뒷간으로는 유일하게 문화재로 지정됐다. 이 뒷간은 언제 지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1920년 이전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암사 중심법당인 대웅전은 1974년 9월 24일 전라남도유형문화재 제41호로 지정됐다가 2001년 6월 8일 보물 제1311호로 승격 지정됐다. 선암사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 지붕집으로 아담하지만 장중한 멋이 있다. 기록에 따르면 순조25년(1825)에 중창됐다.

내부는 빛바랜 외부와 달리 층단을 이룬 우물천장으로 장엄하게 단장됐다. 또한 석가모니불을 초대형으로 중앙 상단에 배치하고 협시상들을 작게 그려 석가모니불의 위엄을 높였다.

대웅전 앞 두 개의 삼층석탑은 마치 대웅전을 호위하듯 우뚝 서있다.높이 4.7m의 이 석탑은 통일신라시대의 화강석으로 만들어졌으며 1963년 9월 2일 보물 제395호로 지정됐다.

특히 1986년 동탑을 해체․보수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유물이 발견됐다. 모두 사리 장엄구로서 청자항아리와 백자항아리 각 1점, 사리 장치로는 금동사리탑과 수정용기 및 사리 1과 등이 발견됐고 이 유물들은 1988년 6월 16일 보물 제955호로 지정됐다.

선암사는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 7점 외에도 석가여래의 생애를 묘사한 팔상도가 있는 팔상전, 화려한 꽃살문이 돋보이는 원통전 등 지방 문화재 10여 점을 보유한 그야말로 보물을 품은 사찰이라 할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올 한 해를 그냥 보내기가 아쉽다면 보물을 찾으러 선암사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 승선교.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