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에서 만난 다산 정약용강진과 영암의 경계선에 있는 월출산은 간결하다. 몇 분 오르지 않았는데도 거친 숨을 내뱉게 하니 괜스레 체력 탓을 하게 하는 산이다. 속살을 다 드러낸 겨울 돌산, 그 산의 겨울나무들이 다산을 닮았다.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은 잎사귀 몇 개를 달고서 때가 되면 찾아오고야마는 봄을 숨죽여 기다리듯 풍비박산 난 집안과 유배 18년 이후, 시대가 변하자 다산은 오늘날까지도 장춘의 빛을 누리고 있다. ◆천재성보다 뛰어났던 신중함‘열흘마다 집안에 쌓여 있는 편지를 점검하여 번잡스럽거나 남의 눈에 걸릴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