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출처: 대통령 인수위) ⓒ천지일보 2022.4.15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출처: 대통령 인수위) ⓒ천지일보 2022.4.15

[천지일보=이지예 기자] 법무부 장관의 권한인 '수사지휘권'을 둘러싼 설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검수완박’ 대치가 격렬한 가운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목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윤석열 정권에서는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수사지휘권’에 대한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한 후보자는 지난 13일 인수위에서 진행된 2차 인선안 발표 자리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지난 박범계·추미애 장관 시절에 있어서 수사지휘권이 남용된 사례가 얼마나 국민에게 해악이 큰 것인지에 대해 실감하고 있다"며 "제가 장관에 취임하더라도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검수완박’에 관한 강한 반대 입장과 함께 이전 정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남용’이란 날선 비판이었다.

이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3일 서울남부지검 초임검사의 빈소 조문 전 만난 취재진에게 "(한 후보자가) '해악'이라는 표현을 하셨던데 왜 그러신가 모르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를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최강욱 의원은 한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만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처럼 호도하는 아주 나쁜 짓”이라고 맹공했다.

전날 ytn라디오에 출연한 최 의원은 “구체적으로 사건에 개입하고 지시하고 하는 일을 무시로 해 왔기 때문에 공식적인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그것을 본인들은 전혀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민주정부만 행사한 것처럼 호도하는데 국민을 속이는 아주 나쁜 짓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정부가 수립될 때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뉴스에 나온다. (수사지휘권을 쓰는) 그 이유는 비공식적이고 음성적인 방식으로 검찰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도저히 방치할 수 없는 사안이 생기면 공식적인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이 설명한 ‘수사지휘권’은 민주당 정권에서만 행사된 바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천지일보 2022.4.15
박범계 법무부 장관. ⓒ천지일보 2022.4.15

추미애 전 장관이 세 차례, 박 장관 한 차례 등 문재인 정부 법무장관들은 모두 네 차례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전까지 법무장관의 지휘권이 발동된 사례는 노무현 정부 때 한 번뿐이다.

한 후보자가 추 전 장관과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장관이 최근 또 한 번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서울중앙지검 ‘채널A 사건’ 수사팀은 한 후보자를 무혐의 처리하겠다고 이정수 중앙지검장에게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박 장관은 한 후보자 수사를 계속 시키기 위해 수사지휘권 발동 절차를 준비했다가 법무부 내부 반발로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작년 1월부터 ‘한동훈 무혐의 처리’ 계획을 반복적으로 수뇌부에 보고했고 최근 11번째 ‘무혐의 처리 보고’를 올린 상황에서 박 장관이 지휘권을 쓸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4월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한 이른바 ‘채널A 사건은’ 지난 2020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 후보자가 공모해 수감 중인 신라젠 대주주 이철씨를 상대로 유시민씨 등 여권 인사 관련 폭로를 강요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2020년 7월 추미애 전 장관도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총장 지휘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바 있다.

한 후보자는 최근 ‘채널A 사건’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자 입장문을 내고 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수사지휘권을 남발했다며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이선혁 부장검사)는 한 후보자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공모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협박해 비리정보를 제공하도록 강요했다는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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