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

21일 조계사 스님 5000명 운집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김민희 수습기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민 모두가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전국 각지에서 운집한 5000여명의 스님들이 참여하는 승려대회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전국의 승려들이 들불처럼 일어난 것은 그만큼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른 가운데서도 5000여명의 승려(주최 측 추산)가 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모였다. 정부가 종교 편향을 일삼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기 위해서다. 그간 정부 방침에 적극적으로 따랐던 불교계 행보에 비춰봤을 때 모두의 우려 속에서도 이 같은 대규모 대회를 강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 승려대회’에 모인 승려들은 한목소리로 정부가 불교계의 요구를 외면하고 종교 편향을 일삼아 왔다며 종교차별과 불교폄훼를 좌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공공연히 자행되는 종교차별, 편향 사례로 상처받는 불자와 국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더이상 권력과 위정자들에게 요구하지 않고 기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불교계 헌신에 정부가 보답한 건 차별”

이날 행사는 오후 2시부터 시작됐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승려들은 오후 1시경부터 몰리기 시작했다. 2시가 가까이 오자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을 비롯해 불교역사문화관, 주차장에 빼곡이 놓인 플라스틱 의자들은 승려들로 빈틈없이 메워졌다. 조계사 입구에 걸린 대형 피켓에는 ‘한국불교 1700년 역사와 전통을 왜곡한 정청래는 즉각 사퇴하라!’는 구호가 적혀있었다.

전국 승려대회는 이날 오후 2시 명종을 6번 울리며 시작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스님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에서 합장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스님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에서 합장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

이번 대회 봉행위원장을 맡은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봉행사에서 “역사속에 국가의 위기마다 항상 국민들의 곁을 지켜온 한국불교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다”며 “조선조말 목숨을 내놓고 천주교인을 보듬어 준 통합과 자비, 포용의 불교는 종교간 분쟁이 없는 모범국가의 토대를 제공해왔다”고 밝혔다.

원행스님은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어디에도 불교계의 헌신에 대한 결과를 찾아볼 수 없다”며 “천진암과 주어사는 천주교 성지가 됐으며 국민의 편의를 위해 제공한 국립공원의 울타리는 수행공간을 옥죄고 있고 온전히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하기 위해 문화재보호법으로 인정받은 문화재구역입장료도 통행세로 치부받기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행스님은 “이런 과정의 중심에 정부가 있다”며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 종교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부추기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에서 봉행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에서 봉행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

‘국민들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한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정문스님도 “한국불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정부시책에 호응해 선제적 방역지침을 지켜온 것은 물론 단 한 건의 집단 감염도 일으키지 않으며 방역에 모범을 보여왔다”며 “그러나 그런 불교계에 돌아온 것은 그 어느 정권 때보다 심각한 종교편향이었다”고 말했다.

정문스님은 “연이어진 기독교인 국회의원의 불교 폄하와 천주교인 장관의 종교편향 정책은 이제 종도들 모두가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렇게 모아진 종도들의 뜻이 오늘 이 엄동설한에 전국 승려들을 이곳 조계사로 운집하게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국불교는 조선왕조 500년에 걸친 억압을 견뎌왔고 현대에 들어서도 군사독재정권이 자행한 법난과 김영삼, 이명박 정부의 수많은 종교 편향 정책에 맞서 이를 극복했다”며 “국민 여러분은 자주권을 수호하겠다는 한국불교의 의지를 이해해주시고 종교로 인한 갈등과 대립이 사라지고 종교간 화합과 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스님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스님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

이날 전국승려대회 참가자들은 일동 명의 결의문을 발표를 통해 3개항을 제시했다. ▲종교편향 불교왜곡 사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포함한 근본적 대책 수립 ▲전통문화유산의 온전한 보존과 계승을 위한 특단의 대책 수립.

조계종 중앙신도회 주윤식 회장은 “앞으로 불교왜곡과 폄훼는 물론 종교편향을 방조하거나 조장하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더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과? 안 된다!”… 황희 장관 영상 중단, 내쫓긴 송영길

“식순에는 없습니다만…. 오늘 정부와 민주당에서 불교계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직접 밝힐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간곡한 요청이 있었습니다.”

행사 말미, 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덕문스님은 이같이 말하며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사과가 있을 것을 알렸다. 그러자 참석한 스님 사이에선 “안 된다” “뭐하는 거냐”라는 고성이 쏟아졌다. 이윽고 황 장관의 영상이 나왔지만 스님들의 반발이 거세지며 중단됐다. 일부 스님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거나 단상 앞에까지 나와 항의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 스님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에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사과 입장 발표 영상이 나오자 반발하며 항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 스님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에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사과 입장 발표 영상이 나오자 반발하며 항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

일찌감치 조계사를 찾아 대기 중이던 송영길 대표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송 대표는 “코로나19 시국에 스님들이 모이시게 한 것에 대해 송구한 마음으로 왔지만 분위기가 이래서 (의사를 표현하지 못했다)”라며 기자들에게 대신 뜻을 전달했다. 그는 “1700여년 한국불교의 전통과 역사를 헤이라지 못하고 상처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민주당의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전통문화와 유물에 대한 안전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불교계와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다양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종교편향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주의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불교계 분노의 기폭제 역할을 한 정청래 의원은 이날 승려대회 봉행위원회 측 반대로 대회 현장 방문이 무산됐고 결국 국회에서 사과 입장을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에서 사과 발언을 위한 자리가 무산되자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에서 사과 발언을 위한 자리가 무산되자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

◆ “스님 분노 이해” “자비와 포용 어디갔나”… 엇갈린 시선

이날 승려대회를 지지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불자들은 승려대회를 강행할 정도로 분노한 스님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봉천동에서 온 불자라고만 밝힌 60대 시민은 “스님들과 같은 뜻이어서 애호하기 위해서 나왔다”며 “원래는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데 (종교차별이) 너무 심하다 싶어서 스님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우리(신도들이)가 보기에도 정부가 한쪽 종교에 너무 치우친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도에서 올라온 오모(66, 남)씨는 “통행료를 받는 것은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의 일부고 개인이 쓰는 것도 아닌데 마치 개인이 돈을 받아 쓰는 것처럼 ‘봉이 김선달’에 불교계를 비유한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도리가 아니다”라며 “오죽하면 승려대회를 열겠는가. 스님들이 참담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거리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스님들 사이로 한 시민이 승려대회를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스님들 사이로 한 시민이 승려대회를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

반면 일부 불자들과 일반 시민들은 시선은 사뭇 달랐다. 한 불자는 “전광훈이랑 무슨 차이가 있나. 이게 옳은 방법이냐”며 “일반 사람들 다 욕한다. 부끄러워서 어디 가서 불자란 소리를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신도는 ‘코로나 시국에 승려대회? 조계종 권승들의 정치 개입성 애종심 강요 우린 반댈세!’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서 종단 관계자랑 마찰을 빚기도 했다.

불교 신자라고 밝힌 한 여성은 “사람이 말실수도 할 수 있는 건데 이렇게까지 해야 할 정도로 큰일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스님들이 얘기하는 게 자비와 포용인데 이런 모습을 보니 절에 다니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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