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7번째 부동산정책 실패가 영끌 유행 원인

기준금리 인상, 이자상환 부담에 대출규제까지

[천지일보=김현진, 김누리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상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풀린 풍부한 유동성과 맞물리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을 만들어냈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27번째 크고 작은 부동산 정책을 내놨으나 실패하며 집값을 끌어올리기만 했다. 그러면서 ‘지금 집을 사지 못하면 집을 영영사지 못할 것’이란 불안심리가 작용했고 특히 2030세대들이 영끌까지 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패닉바잉(공황구매)을 부추겼다.

문제는 영끌과 빚투의 열풍으로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급증하자 정부가 내놓은 사실상의 28번째 부동산 대책은 대출을 막아버리며 나타난 부작용이다. 이 때문에 이자 상환부담은 물론 추가대출이 되지 않으면서 실수요자는 물론 영끌을 했던 이들은 자칫 감당하기 어려운 빚에 시달릴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근 몇 개월간 집값 상승이 주춤해진 것에 대해 집값 안정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기에 여념이 없다. 2030 청년세대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영끌하도록 만든 장본인인 정부가 이제 와서 강력한 대출규제로 억지로 집값 상승세를 일시적으로 잡아놓고선 영끌과 빚투를 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는 모양새다.

곧 제1금융권과 2금융권의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대부업체와 카드론까지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다 받아가며 그야말로 영끌을 했으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대출금리가 올라가면서 이자부담은 커졌고, 여기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폭탄까지 맞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도 기준금리는 최소 2회 이상 올릴 것으로 예상돼 이들의 이자 상환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1.11.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1.11.11

◆文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 천정부지, 영끌 유행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부동산 안정화만큼은 자신있다며 공언해왔다. 끝내 부동산정책 실패는 인정하면서도 이 같은 기조는 유지 중이다. 그럼에도 집값은 정반대로 계속 뛰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집권 직전 해인 2016년 말부터 올해 11월 말까지 서울의 가구당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호가 기준)은 6억 3445만원에서 13억2363만원으로 108.6% 상승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모두 5년간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세종시는 138.2% 상승해 서울보다 앞섰고, 대전(91.5%), 경기(85.1%), 인천(67.6%), 부산(55.4%), 대구(41.9%), 광주(34.5%) 등 주요 광역시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강원(19.4%), 제주(15%), 경남(14.8%) 등의 지방은 상대적으로 큰 상승률을 보이진 못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KB부동산 리브온 집계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만 보면 2017년은 전년대비 10.9% 상승했고 2018년은 21%, 2019년은 8%, 작년에는 18% 상승해 지난해까지 4년간 60% 가까이 폭등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전혀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와 집값 불안감은 여전히 크게 자리잡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4년 전 집을 사지 말라는 말에 집을 사지 않은 사람과 또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고 집을 판 사람은 지금 땅을 치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매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매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가계부채 급증에 제로금리 시대 막 내려

결국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 정책이 실패하며 집값을 끌어올린 점이 젊은 세대부터 모든 국민들이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높인 주요 원인이 됐다. 언제 또 올지 모를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빚까지 긁어모아 간신히 내집 마련을 한 사람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 이자금리로 인해 더욱 빚 부담에 시달릴 처지다.

작년 3월부터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자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까지 낮추는 ‘빅컷’을 단행하며 사상 처음 제로금리시대를 열었고, 다음 금통위 회의가 있었던 그해 5월에 바로 0.50%까지 기준금리를 낮춰 사상 초유의 풍부한 유동성이 시장에 풀리게 됐다.

정부의 부동산 실패로 이해 집값이 계속 크게 뛰는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여기에 편승하지 못하면 다시는 내집 마련이 어려울 것이란 불안한 생각에 사상 초저금리를 이용해 영끌이 유행하게 되는 시기를 맞았던 계기가 된 셈이다.

가계부채 역시 빠르게 급증하면서 금융불균형이 점점 심화되자 한은은 올해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0.25%p씩 두 차례 인상하며 1.00%까지 올려놨다. 1년 8개월간의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9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 9천억원으로 잔액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인데,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대출까지 합하면 1900조원은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이다. 곧 국내 가계부채 비율이 GDP 100%를 넘겼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1월 기준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연간 이자부담액은 17조 5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또 가구당 이자 부담은 연간 149만원 정도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1.10.1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1.10.15

◆변동금리 대출, ‘영끌족’에 고통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최근 대출금리 역시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한테는 대출금리가 오르는 현 상황은 고심이 깊어지게만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에서 결정되는 준거 금리로 대출금리가 올랐다고 해명하면서도 은행권을 불러 “금리산정이 적합한지 확인하겠다”며 구두 압박에 나선 상황이다.

대출금리는 은행채 1년물, 코픽스와 같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준거금리와 금융회사가 비용과 차주의 신용등급 등을 감안해 결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한 다음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부여하는 우대금리를 빼서 산출한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올해 6월 이후 4개월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통계를 이용해 준거금리가 평균 0.34%p 오를 때 가산금리는 평균 0.09%p 올라 가산금리가 대출금리 상승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바닥을 찍고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1년간 5대 은행의 신용대출금리에 따르면 가산금리 상승폭이 평균 0.39%p(우대금리 0.04%p 축소 포함)로 준거금리 상승폭인 평균 0.36%p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민금융 상품을 포함하면 준거금리가 0.36%p 오를 때 가산금리는 0.49%p(우대금리 0.07%p 축소 포함) 상승해 격차는 더 벌어졌다.

또 금융정의연대가 한국은행의 ‘은행 가계대출 예대금리차’ 자료와 은행연합회 ‘가계 신용대출 가산금리’를 분석한 결과, 전년도 대비 올해 우대금리가 축소되고 가산금리가 인상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2015년부터 2020년 말까지 1.51%p→1.73%p→1.80%p→1.56%p→1.38%p→1.89%p로 오르는 추세를 보이다 2021년 9월 말 2.01%로 급격히 증가했다. 그간 1.3~1.5%였던 예대금리차가 올해 2%p대로 급등한 것이다. 이 중 올해 4월과 8월은 2.07%p로 가장 큰 수치를 기록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26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해 빠르게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막기 위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단계별 이행시기를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이번 대책은 가계대출 규제를 금융회사에서 소비자로 확대하고 대출 기준을 담보·보증력에서 상환능력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DSR이 적용된다. 다만 전세자금대출 등 실수요가 많은 대출은 내년 DSR 규제 강화 시에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1.10.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26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해 빠르게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막기 위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단계별 이행시기를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이번 대책은 가계대출 규제를 금융회사에서 소비자로 확대하고 대출 기준을 담보·보증력에서 상환능력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DSR이 적용된다. 다만 전세자금대출 등 실수요가 많은 대출은 내년 DSR 규제 강화 시에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1.10.26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로 받은 이들은 고통 그 자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55%로 전월 대비 0.26%포인트 상승했다. 코픽스는 지난 6월부터 6개월 연속 올랐다. 11월 상승 폭은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0년 2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이 그 재원이 된다. 코픽스가 떨어지면 그만큼 은행이 적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고, 코픽스가 오르면 그 반대다. 따라서 코픽스가 오르면 금리도 같이 오를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상승했다.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은 코픽스와 연동돼 금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연 3.59~4.79%에서 3.85~5.05%로, 우리은행은 연 3.58~4.09%에서 3.84~4.35%로 각각 올랐다. NH농협은행은 연 3.63~3.93%에서 연 3.89~4.19%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연 3.74~4.76%, 하나은행은 연 3.73~5.03% 금리를 각각 적용했다.

올해 10월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전체의 79.3%로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5%대를 기록한 주담대 변동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카드론, 보험사 대출까지 총량규제에 나서면서 추가대출 문턱은 사실상 막힌 셈이다. 이에 결국 영끌까지 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어 겨우 내집을 마련한 이들은 매달 이자상환 금액을 마련하느라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주택자로 지내던 시절보다 더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절규의 목소리도 들린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서울만 해도 수백개의 재건축·재개발 지역을 규제로 묶은 데다 예년 공급되던 아파트 물량의 10%밖에 공급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집값 상승을 부추긴 원인이 됐다. 그렇게 집값을 오르게 만들더니 이제는 대출을 강제로 내주지 않고 있어 큰 부작용이 예상되며, 이는 정말 잘못된 정책이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은행권이 가계대출 고강도 관리에 돌입한 가운데 하나은행이 오늘부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판매를 동시에 중단한다. 주택과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 담보대출은 중단되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대출과 집단잔금대출, 서민금융상품 판매는 유지한다.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 판매는 지난 19일 저녁부터 중단했다. 사진은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부 모습. ⓒ천지일보 2021.10.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은행권이 가계대출 고강도 관리에 돌입한 가운데 하나은행이 오늘부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판매를 동시에 중단한다. 주택과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 담보대출은 중단되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대출과 집단잔금대출, 서민금융상품 판매는 유지한다. 사진은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부 모습. ⓒ천지일보 20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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