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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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지난해 말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한 금리 인상으로 주춤해졌던 ‘주식 빚투’가 새해 들어 다시 증가하는 모양새다. 특히 주가 하락 폭이 컸던 크래프톤, 네이버, 카카오 등에 대한 빚투가 많이 늘어났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의 잔고는 지난 13일 기준 23조 5524억원(일 평균)을 기록해 전월(22조 9972억원) 대비 5570억원(2.4%) 늘었다. 신용거래융자는 지난 7일 23조 8106원까지 불면서 지난해 11월 10일(23조 8575억원) 이후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며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개인이 대거 증시에 뛰어들었고, 상대적으로 시드머니(종잣돈)이 적은 2030세대 사이에선 대출을 이용해 주식·부동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커졌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개인이 대거 증시에 뛰어들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전례 없는 수준을 보여왔다. 지난해 9월 13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 6540억원까지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9년 12월 말 9조 2133억원에서 178.4% 증가한 금액이다.

지난해 8월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18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당국과 금융권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점차 쪼그라들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해 9월 하루 평균 25조 3000억원에서 10월 23조 6000억원으로 증가세가 꺾인 뒤 12월에는 22조원대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새해 들어 개인의 주식 거래가 연말보다 소폭 늘면서 빚투도 같이 증가하는 모습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종목별로 올해 들어 크래프톤이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종목 중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지난 12일 기준 크래프톤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831억원으로 지난해(545억원)보다 286억원(52.5%) 증가했다.

카카오(281억원), 네이버(261억원), 카카오뱅크(211억원) 등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 종목은 새해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조기 긴축 기조에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낙폭이 컸던 대형주에 대한 베팅이 늘어난 셈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테마주인 안랩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지난해보다 103.5%(235억원) 증가했다.

다만 이 같은 주식 빚투는 국내 주식이 하락장을 기록할 때 반대매매 등으로 손실이 더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신용거래융자는 주가가 하락해 신용거래 담보금 유지 비율이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된다. 매도금액이 신용융자 잔액에 못 미치면 원금을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증시는 연초부터 연준의 긴축 우려, 배당 이후 기관의 되돌리는 물량,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따른 수급 이슈 등으로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1.87%, 코스닥지수는 6.05% 각각 떨어졌다.

이에 미수거래 계좌의 반대매매 규모는 이달 들어 하루 평균 208억원, 월간 기준 작년 8월(230억원)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미수거래는 증거금만으로 주식을 결제하는 것을 말한다. 결제일(2거래일) 안에 나머지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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