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5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이 진행되고 있다. 높이 20m로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는 LED 조명을 통한 다양한 크리스마스 이미지를 표현하는 디지털 트리로 만들어졌다. 성탄트리는 내년 2021년 1월 3일까지 불을 밝힌다. ⓒ천지일보 2020.12.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5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이 진행되고 있다. 높이 20m로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는 LED 조명을 통한 다양한 크리스마스 이미지를 표현하는 디지털 트리로 만들어졌다. 성탄트리는 내년 2021년 1월 3일까지 불을 밝힌다. ⓒ천지일보 2020.12.5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천주교·개신교 등과 진행 중인 ‘캐럴 활성화 캠페인’과 관련해 불교계에 사과하면서도 취소는 어렵다고 했다.

문체부는 2일 공식 홈페이지 언론보도설명 게시판에 “문체부 종무실은 불교를 비롯해 모든 종교의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번 캠페인도 종교계의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업무의 일환으로 시작했다”며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고 밝은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취지에서 정부 차원의 홍보를 진행했으나, 불교계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캠페인과 관련해 다른 정부 기관과 민간단체의 참여를 요청하고자 했던 계획을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을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문체부는 “천주교·개신교가 시행 주체로서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 관련 프로그램(천주교와 방송사 및 음악서비스 사업자 계약사항)은 취소하기 어려운 점을 널리 이해해 주길 바란다”며 “다시 한 번 불교계의 입장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을 사과드리며, 문체부는 앞으로 이와 같은 캠페인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원행스님) 등에 따르면 서울대교구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함께 12월 1∼25일 ‘12월엔, 캐럴이 위로가 되었으면 해’라는 주제의 캐럴 활성화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알렸다.

서울대교구와 문체부 등은 캠페인 기간 KBS, MBC, SBS 등 채널별 라디오 주요 프로그램에 캐럴 기획코너를 새롭게 만들고, 보이는 라디오 자막 등을 통해 캐럴과 캠페인 광고도 송출하기로 했다.

캠페인 기간 서울대교구와 문체부, 멜론·바이브·벅스뮤직 등 음악서비스사업자는 캐럴을 들을 수 있는 30일짜리 이용권을 3만명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이에 캠페인 참여기관들은 커피전문점이나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에서 캐럴을 많이 재생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종교계(천주교 서울대교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총연합), 지상파 라디오방송사(KBS, MBC, SBS), 음악서비스 사업자(멜론, 바이브, 벅스뮤직, 지니뮤직, 플로)와 함께 이달 1~25일 캐럴 활성화 캠페인 ‘12월엔, 캐럴이 위로가 되었으면 해’를 추진한다. (출처: 뉴시스)
문화체육관광부는 종교계(천주교 서울대교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총연합), 지상파 라디오방송사(KBS, MBC, SBS), 음악서비스 사업자(멜론, 바이브, 벅스뮤직, 지니뮤직, 플로)와 함께 이달 1~25일 캐럴 활성화 캠페인 ‘12월엔, 캐럴이 위로가 되었으면 해’를 추진한다. (출처: 뉴시스)

문체부도 29일 별도 보도자료를 배포해 캐럴 활성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이 같은 캠페인 추진 소식에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조계종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청와대와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교 편향과 종교차별 행위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 대해 우려와 함께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문체부에 캠페인 즉각 중단을 요구하는 한편 청와대와 정부에 종교편향·차별 행위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책 강구도 촉구했다.

2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종단협, 회장 원행스님)는 전날 정부를 상대로 캠페인 중지와 관련 예산집행 집행 정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타종교에 갖는 이러한 배타적인 모습은 매년 있는 성탄절과 부처님오신날 등 기념일마다 반복돼왔다. 불교-기독교 지도자들은 상대 종교 기념일에 축하메시지를 전하며 소통과 화합을 표방하는 한편, 일선에서는 여전히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불교계는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한다는 의미의 트리와 캐럴을 문제 삼고, 기독교계는 불교를 상징하는 연등을 문제 삼으며 갈등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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