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신현호 한의사가 최근 서울 강동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날 신 한의사는 “환자를 판단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2021.11.10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신현호 한의사가 최근 서울 강동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날 신 한의사는 “환자를 판단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2021.11.10

과거 사람들 과로로 병원 찾아 

요즘엔 마음에서 생긴 병 늘어

치유의 답도 마음… 상담이 답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진단

명확한 진료 뒤 치료 결정해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환자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합니다. 내가 단정 짓고 판단하는 것이 아닌 ‘마음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의 본분 중 가장 큰 것은 ‘환자에게 진심을 다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의사를 만나는 일은 이미 행운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신체뿐 아니라 ‘마음 건강’까지 어루만지는 의술로 명쾌한 진료를 보고 인정과 수용의 정신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과 함께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맡은바 본분을 다하는 의료인이 있다. 바로 신현호 한의사다. 한눈에 봐도 긍정적이고 포근한 인상을 가진 그를 만나 한의사로서 철학을 들어봤다. 

◆마음을 살펴주는 동네의사 
원광대 한의학대학원 출신인 신현호 한의사는 지금으로부터 20여년전 지방 유명 한방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가 한의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이왕 갖는 직업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직업이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이 큰 작용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길은 쉽지 않았다. 인체를 바라보는 관점이 현대과학과 180도 다른 체계에 스스로 좌절도 여러 번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이어나갔다고 한다. 

김포 한방병원 (구 무의도 한방병원), 인의 한의원 등을 거쳐 그는 5년 전 서울 강동구에 지금의 한의원을 차렸다. 그 어느 곳보다 명쾌한 처방을 내리고 싶다는 뜻을 담아 한의원 이름은 ‘명쾌’라는 단어를 넣어 지었다. 

“환자를 치료할 때 제일 중요한 게 ‘진단’이에요. 어느 지점에서 질병이 시작됐는지 역순으로 찾아 들어가요.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보다 질병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명확히 진단해야 그에 맞는 치료 방향이 결정되는 것이죠.” 

그의 진료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소통’이다. 병 자체만이 아니라 환자의 환경과 마음을 함께 들여다보며 환자를 만난다.

“상담을 많이 해요. 과거에는 신체적인 원인으로 생기는 질병이 많았는데, 현재는 정신적, 심리적, 생활습관 패턴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오는 질병이 많아졌어요. 이런 경우 환자가 어느 지점에서 심리적으로 힘든 지점이 있는지 찾아볼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인지 그는 환자들과의 접촉에 유독 적극적이다. 2~3분 몇 마디 나누는 게 끝이 아닌, 아픈 곳에 대한 상담뿐 아니라 환자들의 근황도 잊지 않고 나누곤 한다. 이 때문에 한번 그의 한의원을 방문했던 환자라면 다시 그를 찾는다. 병원 홈페이지에는 “꼼꼼하게 상담해주셔서 좋았어요”라던지 “상담 덕에 다른 병원에서 못 찾은 부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는 감사의 인사가 적지 않게 올라와 있기도 하다. 환자들 사이에선 ‘완쾌 한의원’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신현호 한의사가 최근 서울 강동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0
신현호 한의사가 최근 서울 강동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0

◆만병의 근원, 바로 ‘마음’ 
이처럼 그가 마음 까지 보살피며 환자를 만나는 것을 중시하는 까닭에 대해 병의 원인이 바뀌고 있음을 꼽는다.

“80, 90년대에는 사람들이 궂은일도 많이 하고 몸이 힘들고 피곤해서 오는 질환이 많았어요. 과로로 인한 질환은 몸을 보호해주면 나아지기 때문에 한약(보약)을 써서 치료를 했죠. 그런데 사회가 병들면서 우울증이나 홧병, 무기력감 등 마음에서 오는 질환을 앓는 환자분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요. 병의 원인이 단순히 신체적 문제에 있는 게 아니라 심리적 요인에 있는 분들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는 것이죠. 이 때문에 치료 방법도 과거와는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그는 마음에 기인해 오는 질병은 치유의 답도 마음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물론 한번 병든 마음이 치유되기까진 쉽지 않다. 치유까지는 수개월이나 심지어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는 실제 그의 상담치료 기간이기도 하다.

“아토피 환자였는데 1년이란 기간의 상담을 통해 호전됐던 분이 기억에 남아요. 이미 여러 곳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아서 오신 거였는데 치료 중 부족했던 지점이 바로 마음 상담이었어요. 알고 보니 가족에게 늘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에 정작 내면의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오히려 학대하다 보니 큰 스트레스로 면역체계 부조화가 온 것이었죠.”

허리가 안 펴진다며 고개를 숙인 채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선 그간 인간관계 속에서 온 마음의 화를 간파한다.

“그 환자분은 ‘내가 무거운 걸 잘못 들어서 허리가 아픈 것 같다’라고 하셨는데 대화를 나눠보니까 남편분에게 서운하다 못해 화가 좀 많이 쌓여 있는 상태였던 것이죠. 그 부분을 찾아서 본인의 마음을 털어놓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드렸더니 신기하게도 별다른 치료 없이 허리가 펴졌어요.”

마음이 병의 기원이 되기도 하지만 같은 이치로 병을 호전시키기도 한다. 명의(名醫)를 만드는 명환(名患)의 공통점은 바로 마음가짐에 있다고 신 원장은 말했다. 

“협착증이 심해 5m 이상 걷지 못했던 90세 노인 환자분이 아직도 기억나요. 내원하셔서 침 치료와 물리치료 받고 돌아가셨는데 다음날 먹을 걸 잔뜩 싸 들고 오신 거에요. 그러더니 하시는 말씀이 집이랑 병원이 2km 떨어져 있는데 쉬지 않고 오셨데요. 이렇게 바로 좋아질 수가 없는데 놀라서 나름 분석을 해 봤죠. 그랬더니 이분이 삶의 자세가 달라요. 항상 겸손하고 감사함을 표하시고 나이가 어린 상대라 하더라도 단 한 번도 하대하거나 하신 적이 없어요. 항상 배려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시는 분이었기에 몸의 반응이 그만큼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음 다스리는 첫째, 스스로에게 솔직하길”
이같이 마음에서 비롯된 질병을 앓는 환자들을 만날 때마다 신 한의사는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을 더욱 절실히 느낀다. 그는 병을 막기 위해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어려운 지점이긴 한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등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신 한의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엔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진심이 스며있다. 환자들에게 쉽고 명확한 답을 주고 싶다는 그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같이 말했다.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웃음) 한의원은 침 맞는 곳, 한약 짓는 곳으로 알고 계신 분도 많은데 사실 이런 것은 도구에 지나지 않아요. 시간을 더 할애해서라도 어디가 어떻게 도움이 필요한지 맞춤 진료로 진심을  다 해 한분 한분 귀하게 살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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