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46년 경력의 봉제 장인 차경남 ‘데님 647’ 대표(디자이너)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데님을 교육하는 소잉마스터(봉제사) 아카데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2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46년 경력의 봉제 장인 차경남 ‘데님 647’ 대표(디자이너)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데님을 교육하는 소잉마스터(봉제사) 아카데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2

차경남 ‘데님 647’ 대표

46년 경력 창신동 봉제장인

청년-기성봉제사 ‘상생도모’

“청년 통해 세계 시장 공략”

 

청년, 데님 브랜드 직접운영

교육지속되나 재정적 어려움

“교육장소·여건 더 마련되길”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데님 관련 기술은 배우는 즉시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합니다. 데님 하나만 가지고도 리바이스, 뱅뱅 등 국제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것을 보세요. 우리 청년들을 데님 전문가로 양성해서 우리도 얼마든지 세계적인 의류기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청년과 기성 봉제사의 상생을 꿈꾸며 소잉마스터(봉제사)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봉제 장인이 있다. 바로 소잉마스터 46년 경력의 차경남 ‘데님 647’ 대표(디자이너)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봉제산업협회장을 역임한 차 대표는 패션의 메카 동대문을 주름잡던 한국 봉제산업의 1번지 ‘창신동 봉제거리’에서 데님을 연구하는 청년들의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기자는 차 대표를 만나 데님과 소잉마스터 아카데미에 대한 배경·성과 등을 들어봤다.

데님은 면섬유·인조섬유·혼방섬유를 능직으로 짜서 만든 면직물을 말한다. 데님 종류 가운데 ‘진’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청바지’가 꼽힌다. 청바지는 6.25때 처음 유입됐다. 미군에 의해 처음 소개된 청바지는 당시 생소하고 독특한 멋을 지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반면 일각에선 격식과 예절을 갖추지 못한 옷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데님은 일반 소재보다 질겨 쉽게 찢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실제로 청바지는 광부들이 잘 찢어지지 않는 바지를 생각하다가 텐트용 천을 이용해 광부용 바지를 만든 것에서 유래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 성장과 더불어 작업복 등으로 더욱 각광 받는 옷이 됐고, 1980년대에는 젊음·청년·자유의 상징으로 꼽히기도 했다. 현재 국내 패션 중 약 70%가 데님 소재다.

46년 경력의 봉제 장인 차경남 ‘데님 647’ 대표(디자이너). (제공: 차경남 대표) ⓒ천지일보 2021.8.2
46년 경력의 봉제 장인 차경남 ‘데님 647’ 대표(디자이너). (제공: 차경남 대표) ⓒ천지일보 2021.8.2

데님을 포함한 의류시장에 있어 봉제산업과 같은 ‘뿌리산업’은 필수적인 요소로 꼽힘에도 인건비 등의 문제로 국내에서 점차 해외로 빼앗기는 상황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차 대표는 청년과 기성 봉제사가 협력해 사업 모델을 만들어간다면 위기 극복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러한 기대감 속에 열린 소잉마스터 아카데미는 창신동 봉제 장인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찾던 청년들에게 마치 단비와도 같은 것이었다. 소잉마스터 아카데미는 국내에서 봉제 전문가들의 지원 속에 데님 관련 전문 봉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학원이나 학교에서 데님을 가르칠 수 없는 이유는 교육하기 위해 필요한 기계와 시스템을 다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디자인 학원이나 학교에서 데님 한 과목을 가르치기 위해 모든 시스템을 다 바꿀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데님 전문 교수가 없다는 점도 데님을 가르칠 수 없는 이유 중 한 가지죠. 우리나라에는 디자인 교수들은 많지만 그 옷을 실제 제작할 수 있는 데님 엔지이너 교수들은 없는 게 현실입니다.”

소잉마스터 아카데미의 시작은 지난 2019년 서울시가 창신동 봉제거리를 도시재생 1호사업으로 지정하면서부터였다. 본래 창신동은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봉제사들이 한 곳에 모여 있던 봉제산업의 클러스터로 꼽혔다. 동대문 시장과 근접했고 공장들의 밀집도는 서울 시내에서 단연 으뜸이라, 봉제산업의 1번지라는 타이틀도 붙었다.

하지만 사양화로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봉제기술의 현실 앞에 좌절하는 봉제사들도 많아 역사와 애환이 담긴 곳이 됐다. 이러한 창신동의 문화적 유산과 수많은 봉제 장인들의 노하우를 청년들에게 전수하고 싶었던 차 대표는 서울시로부터 기회를 부여 받아 소잉마스터 아카데미를 열게 됐다.

46년 경력의 봉제 장인 차경남 ‘데님 647’ 대표(디자이너)가 데님을 교육하고 있다. (제공: 차경남 대표) ⓒ천지일보 2021.8.2
46년 경력의 봉제 장인 차경남 ‘데님 647’ 대표(디자이너)가 데님을 교육하고 있다. (제공: 차경남 대표) ⓒ천지일보 2021.8.2

소잉마스터 아카데미 초창기 차 대표는 이 공장 저 공장을 찾아다니며 봉제사들의 협력을 요청했고, 이러한 그의 모습에 감명을 받은 원단업체, 워싱업체 등의 대표들은 적극적으로 그를 도우며 팀워크를 만들어갔다. 서울시에선 교육비와 재료비 등을 지원했다.

“원단업체 사장님들과 워싱업체 사장님을 직접 만나 우리나라 최초로 청년들을 위한 데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지요. 그랬더니 이분들이 흔쾌히 청년들을 돕겠다고 했어요. 원단도 샘플을 무상으로 제공키로 하고, 워싱도 소량이라도 청년들을 위해서라면 1장이라도 하겠다고 했죠. 이 교육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차 대표의 열정에 부흥하듯 청년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소잉마스터 아카데미를 수강한 학생들은 당시 서울시 부시장과의 간담회에서 이 교육이 지속되길 원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단순히 교육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교육을 수료한 이들 가운데 디자이너 브랜드를 차리는 이도 있는가 하면 소호창업에 나선 이들도 상당수 생겨났다.

그 중 대표적인 청년 창업 사례로 소잉마스터 아카데미 1기 수강생들이 모여 결성한 데님 브랜드 ‘G.M.H(구미호)’가 있다. 이 브랜드는 차 대표가 등록해두었던 것을 청년들에게 기증한 것이다. 차 대표는 “G.M.H는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 때를 염두에 두고 미리 만들어 두었던 상호”라며 “여우(구미호)처럼 ‘변화무쌍’하라고 지은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소잉마스터 아카데미에선 단순히 봉제기술만 전수하는 게 아니다. 차 대표는 “데님은 별도의 데님 디자인을 따로 배워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 가르치는 게 아니다”라며 “원단구매와 워싱, 샘플제작, 시장유통, 마케팅, 실제 판매에 이르기까지 데님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친다”고 밝혔다.

46년 경력의 봉제 장인 차경남 ‘데님 647’ 대표(디자이너)가 만든 청바지. (제공: 차경남 대표) ⓒ천지일보 2021.8.2
46년 경력의 봉제 장인 차경남 ‘데님 647’ 대표(디자이너)가 만든 청바지. (제공: 차경남 대표) ⓒ천지일보 2021.8.2

소잉마스터 교육은 단순히 한번 경험해보고 싶은 가벼운 마음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이 아니다. 소잉마스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진지하게 데님에 관해 연구할 수 있는 자세가 된 청년들에게 주어지는 교육 기회다.

“교육생 16명을 선발하는데 3배수가 지원했어요. 그만큼 배우고 싶다고 해서 다 배울 수 있는 교육이 아니죠. 데님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인 만큼 아무나 받을 수는 없지요. 정말 데님에 관해 관심이 있는가? 얼마나 열정이 있는가? 등을 고려해서 1차 서류로 걸러내고, 2차까지 검증을 거쳐 교육생을 선발합니다.”

데님이라는 차별화·특화된 교육이 진행되다보니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 사이에서는 입소문도 많이 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글로벌 청바지 업체에서 일하며 데님 창업을 꿈꾸던 청년들도 소잉마스터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있다.

다만 ‘청년 데님 전문가 양성’이라는 큰 목표를 두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차 대표에게도 난제는 있었다. 그에겐 한정된 예산과 공간의 제약 속에 재정적 어려움까지 더해졌다. 서울시의 도시재생 1호사업이 종료되면서 재정적 지원도 끊어졌다.

다행히도 청년 사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지원으로 교육비 일부를 지원 받을 수 있었지만, 여전히 교육 장소 임대료 등을 차 대표가 감당하고 있어 비용 부담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저는 데님에 대해 패션계의 ‘김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의류시장의 70%가 데님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 데님 전문가들, 특히 세계시장을 선도할 젊은 데님 연구가들이 극소수하다는 점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하루 빨리 장소·여건 등이 마련돼 청년 데님 전문가들이 더 많이 양성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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