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도은 기자] 김광남 광주광역시 광산경찰서장이 지난 16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시행에 따른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16
[천지일보=김도은 기자] 김광남 광주광역시 광산경찰서장이 지난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시행에 따른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20

김광남 광주광역시 광산경찰서장

 

새 제도에 대한 ‘물음표’엔…

“안착 시까지는 과도기 거쳐야”

“수사권 조정은 시대적인 흐름”

“자치경찰제, 아직 체감 어려워”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경찰 조직이 급변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수사의 객체에서 주체가 된 지 어느덧 반년을 훌쩍 넘어섰고, 자치경찰제 시행도 두 달 남짓 됐다. 우리 형사사법 체계가 수십년 만에 새롭게 짜임에 따라 경찰의 역할과 위치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제도 시행 초창기라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물음표를 제기하는 등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광주광역시 김광남 광산경찰서장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주어진 일이라면 그에 걸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형사사법 체계가 안착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과도기적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경찰관들의 업무량이 두 세배 늘어난 건 사실이다. 수사가 미진하면 검찰에서 보완수사 지시도 내려온다. 시민들도 이전보다 늦어지는 수사에 불편을 겪고 있는 줄 안다. 이에 인력을 보강하고 있고, 여러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이 같은 의지를 바탕으로 ‘경제범죄 수사팀’을 활성화하는 등 수사 인력 보강과 함께 직원 복지 등 근무 환경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김 서장은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은 시대적 흐름이라는 데 주목했다. 그는 “공수처에 대한 이견은 있지만, 견제와 균형의 원리라는 측면에서 가는 방향은 맞다”면서 “이제는 경찰도 수사 종결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책임감도 강하고, 더 잘하려고 애를 쓴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사의 기본은 압수‧수색에 있는데, 영장을 칠 수 없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현행 헌법 제12조와 제16조는 영장청구권을 검사에게 부여하고 있다.

김 서장은 경찰 분야의 이론과 실제적 정책 등 현실에 두루 밝다. 그는 한양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간부후보생 42기로 경찰에 임관한 뒤, 30여년 가까이 현장에서 발로 뛰며 지역 현실을 치안 정책에 두루 반영해 왔다.

그는 일반적 수사담론에 그치지 않고 정교한 논리를 바탕으로 사건 현장을 발 빠르게 분석하는 등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지는 지난 20일 광주시 광산구 광산경찰서장실에서 그를 만나 ‘달라진 경찰의 역할과 위치 등 그 의미’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자치경찰제는 어떤 제도인가.

자치경찰제에서는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등 주민밀착형 사무는 자치경찰이 맡고 정보, 보안 등은 국가경찰이 맡는 등 경찰 사무가 이원화됐다.

또 자치경찰 사무의 지휘·감독권을 자치경찰위원회에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커진 경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자치경찰제는 치안행정의 민주성과 분권성‧주민 지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바뀐 점은.

아직 시행 초기라 그런지 조직이 개편된 거 말고는 체감상 거의 변화된 걸 못 느끼고 있다. 자치경찰에 속하는 경찰관들 인사할 때 자치경찰위원회를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것 외에 특별한 것은 없다. 아직 취지가 살아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자치경찰위원회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교수, 변호사 등이 참여해 자치 경찰사무와 관련한 인사, 예산, 감사 등을 심의·의결하고 있다.

-경찰권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도 있다.

현재까지는 업무량만 늘어난 것 같다(웃음). 수사의 핵심이 증거수집 등 압수수색인데, 영장청구권을 검찰이 쥐고 있다.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면 여전히 보완수사를 요구한다든지 검찰이 통제를 한다.

방금 언급한 자치경찰제도 이 같은 지적의 연장선이다. 이외에 경찰 간부 인력 충원을 다변화하고 있는 것도 내부적인 장치다. 경찰대학 정원을 줄이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나 경찰 간부 후보생 등 인력 풀을 다양화하고 있다.

-개선할 사항이 있다면.

어느 시대, 어떤 분야에서든 선호도는 존재한다. 경찰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경제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는데, 최근에는 수사 부담도 있고 업무량도 늘어 기피하는 부서가 됐다. 이런 문제들을 잘 파악해 인력 배치를 하고 있는데, 더 나아가 인사나 복지 등에서 다양한 혜택 등 지혜를 모아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구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격이 급하다. 조금만 기다려주면 해결이 되는데 그걸 못 기다린다. 인권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도 항상 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경찰이 주민을, 주민이 경찰을 서로 신뢰하는 ‘공동 치안’으로 가는 게 맞는 방향인 것 같다.

광주광산경찰서가 12일 2층 어등홀에서 각 과장 및 해당 기능 계·팀장 등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1년 청렴·공정성 향상을 위한 보고회’를 개최하고 있다. (제공: 광주광산경찰서) ⓒ천지일보 2021.7.12
광주광산경찰서가 12일 2층 어등홀에서 각 과장 및 해당 기능 계·팀장 등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1년 청렴·공정성 향상을 위한 보고회’를 개최하고 있다. (제공: 광주광산경찰서) ⓒ천지일보 2021.7.12

경찰권 비대 우려엔 “통제 많아”

“광산지역, 보이스피싱 피해액↑”

“피해 회복 안돼… 예방책 추진”

“‘공정한 경찰’ 돼야하는 게 소신”

“절심함 바탕 된 노력 성공 원천”

김광남 서장은 올해 1월 19일 광주 광산경찰서장에 취임해 업무에 돌입한 뒤, 현재까지 근무를 해오고 있다. 그는 충남 청양 출신으로 간부후보 42기로 경찰에 임관했으며 전남청 고흥경찰서장, 전남청 형사과장, 전남청 완도경찰서장, 충남청 천안동남경찰서장, 충남청 수사과장 등을 역임했다.

-구민을 위해 펼치는 중점 치안정책은.

광산구는 면적상 광주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도농복합지역이다. 치안수요가 달라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다만 광주 지역의 치안은 안정적이어서 강력 사건은 거의 없다. 대신 경제 규모가 커지는 등 사회의 변동으로 경제 사범이나 사이버 범죄가 늘어가는 양상이다.

광산구의 경우는 보이스피싱 사기가 많이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전에 5~6억 정도였던 것과는 달리 코로나19 시국에 들어서는 피해액수가 10억대까지 늘고 있다. 매달 그렇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범인을 검거해도 피해가 회복이 안 된다는 점에서 예방책을 적극 찾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과 연계해 500만원 이상의 현금을 찾을 경우 112에 신고해달라든지, 퇴직 경찰관을 채용해 은행 쪽에 가서 예방 차원의 활동을 하는 것들이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을 것 같다.

경찰관들이 확진되면 수사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방역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내부에서나 현장 수사 과정에서 마스크, 손소독제, 칸막이 등 방역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은 다하고 있다.

물론 방역 점검 등으로 업무량은 더 늘었다. 합동단속에도 나서고 있고, 구청과 함께 방역 예방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경찰의 역할이라는 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한 경찰’이 돼야 한다는 게 나름의 소신이라 늘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다.

-보람이나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당연히 범인을 잡았을 때와 그렇지 못했을 때다. 예천에서 근무했을 당시 부부 살인사건 범인 검거, 충남청 수사과장 시절 필리핀에서 보이스피싱 전 세계 조직을 일망타진해 잡아온 사례들이 기억에 남는다.

또 하나는 총무계장으로 있을 때였는데, 국과수 부검의가 주말에도 부검을 할 수 있도록 한 일이다. 주말에 부검을 하지 않으면 장례 절차가 3일장에서 5일장을 하게 되게 생겨 문제가 됐었다.

당시 부검 TF팀을 구성해 주말도 할 수 있게 했는데, 수당 인상과 맞물려 해결됐다. 무슨 얘기냐면 간부 후보생 때 국과수에 가서 보니 같은 의사여도 당시 국과수 부검의 수당이 국립의료원 의사보다 적어 불만이 많았다. 나중에 수당 인상과 주말 부검으로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나고 자란 데가 충남 청양이다. 농사지어서 아들자식 가르치려고 얼마나 힘들었겠나. 여느 학생들처럼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준비를 했지만, 경찰 쪽으로 빨리 진로를 결정하게 된 계기였다. 시험을 준비하는 시기에도 안산 반월공단이었던가… 거기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도 있다.

경찰에 입문해서 지금까지 늘 열심히 살아왔던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것, 즉 꿈을 이루려면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은 다 같은 노력이 아니라 절실함이 수반돼야 한다. 절심함이 나의 살아온 과정이었다.

-들어올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시대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 근무 여건을 위해 4부제도 실시되고 있고, 복지 등 자기 시간도 활용할 수 있는 기반들이 다져졌다.

앞으로 역량 있는 후배들이 지원해서 경찰 수사 발전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게 경찰의 사명인 만큼, 후배들도 그런 소명 의식을 갖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으면 좋을 것 같다.

[천지일보=김도은 기자] 김광남 광주광역시 광산경찰서장이 지난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시행에 따른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16
[천지일보=김도은 기자] 김광남 광주광역시 광산경찰서장이 지난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시행에 따른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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