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유머강사 1호’ 김진배 한국유머센터 원장이 지난 22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27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유머강사 1호’ 김진배 한국유머센터 원장이 지난 22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27

김진배 한국유머센터 원장

 

25년간 유머·긍정화법 코칭

韓 사회 웃음 확산에 사명감

“유머 소통법, 갈등에 도움”

 

대유행 속 사회 스트레스↑

“일 줄고 마스크에 웃음 못봐”

“이것도 행운, 전쟁보단 낫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질문 하나. 자녀가 “저 오늘 영어 시험 100점 받았어요”라고 말했을 때, 내가 부모라면 어떻게 답하는 것이 좋을까? 힌트는 ‘잘 듣기.’

대게는 곧바로 자녀를 칭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실제 많은 부모들은 “수학은?”이라며 곧바로 다른 과목의 시험 결과를 묻기도 하는데, 이는 최악의 답이다. 지난 22일 만난 ‘대한민국 유머강사 1호’ 김진배 한국유머센터 원장은 “영어 시험 100점?”이라며 들은 말을 다시 반복해줄 것을 주문했다. 부모가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인지했음을 알았을 때 자녀의 만족도가 가장 크다는 설명이다.

비단 부모 자식만의 소통법은 아니다. 김 원장은 한자 聖(성인 성)과 戰(싸움 전)을 비교하며 성인은 먼저 귀로 들으려 하고(耳), 듣기 보다는 말(口)부터 나오기 때문에 싸움이 벌어진다고 풀이했다.

“많은 사람들은 귀보다는 머리로 먼저 듣습니다. 머리에서 선입견을 거친 후 답을 하니 원활한 소통이 안 될 때가 많죠. 제 강연을 듣고 난 후 많은 분들은 자신의 소통법을 바꿔야겠다고 다짐합니다.”

25년간 유머와 긍정 화법을 바탕으로 한 강의와 코칭, 서적으로 가정·직장·학교 등에서 웃음꽃을 만들어낸 김 원장에게 코로나 시대 스트레스를 줄이고 갈등이 아닌 화합으로 나가는 소통 방법을 물었다.

◆“유머 소통으로 부부싸움 대폭 줄기도”

스트레스는 코로나19 시대가 길어지면서 우리의 정신건강을 한층 더 위협하고 있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에서 코로나19 기간 ‘혼술(혼자서 마시는 술)’이 늘고 있다며 자살률과 우울증 증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하면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가족 상담이 2020년 1~5월 6만 300건에서 2021년 1~5월 11만 7207건으로 전년 대비 94.3%나 대폭 늘었다.

집에 오래 머물 수밖에 없어 식구들과 부딪히는 횟수가 늘고 장사도, 취업도 안 되는데다가 어디를 가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압박에 스트레스도 보다 커지게 된 것이다.

김 원장은 유머기법을 통해 가정과 직장 등에서 소통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한 예로 남편과 자식과 사사건건 부딪히는 등 가정에서의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던 A씨는 김 원장의 코칭을 통해 정신건강에 활력을 찾고 여기에 더해 유머 강사로까지 활동 중이다. 김 원장은 A씨와 유머로 대화하는 법, 싸울 때에도 해학이 담긴 반격, 바꾸기 기법 등을 연습했다고 전했다. A씨는 이제 “스트레스야 오기만 해라, 내가 유머 공격으로 반격해 준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고 김 원장은 전했다.

김 원장은 “코칭을 통해 A씨 부부의 싸움이 50% 이상 줄어들었다고 한다”며 “유머에는 스트레스 퇴치 기능이 있다. 스트레스로 힘들었던 분들이 찾아와서 책을 보고 웃으며 힘을 받았다고 얘기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소통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머의 맥’을 잡기 위한 팁도 전수했다. 핵심은 ‘수·사·반·장’이다. ‘수집하라’ ‘사용하라’ ‘반응을 살피라’ ‘장기 하나를 잡아라’의 앞 글자를 딴 것.

‘수집’은 유머 기초가 되는 다양한 얘깃거리를 모으는 것. 김 원장은 “자기의 경험과 남의 이야기, 독서, 검색으로 모은 유머의 소재를 머릿속에만 담아두지 말고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나만의 메모로 만들어 보관하라”고 조언했다.

‘사용’은 유머를 사람들 앞에서 직접 시도해보는 것이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잊게 되기 때문이다. ‘반응 살피기’는 내 유머를 듣는 사람들의 다양한 비언어적 반응을 관찰하라는 의미다. ‘장기 하나 잡기’는 자신이 사용한 유머들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 하나를 잡아 개인기로 만들라는 뜻.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으면 어떤 대화에서도 자신감이 솟아난다.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유머강사 1호’ 김진배 한국유머센터 원장이 지난 22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27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유머강사 1호’ 김진배 한국유머센터 원장이 지난 22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27

◆“웃으면 몸·맘·물에 복이 온다”

25년 동안 유머 코칭 부분을 개척하며 ‘유머 강사’라는 한 길만 걸어온 김 원장은 ‘사람들의 웃음이 많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웃음의 기술을 익혔으면 좋겠다’는 두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고 한다. 항상 경직돼 있는 한국 사회에서 웃음을 전파하는 그가 유머의 중요성과 사례 등을 설명할 때는 이에 대한 강한 사명감도 느껴졌다.

수년간 김 원장의 강의와 이후 나온 웃음 치료 등을 통해 무엇이 변했을까.

김 원장은 “감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우리 사회에 ‘긍정 문화’가 생겼다는 점”이라며 “(나의 유머 강의와) 한국인의 원뿌리 곧 ‘흥 문화’가 딱 맞아 떨어졌다. 웃음 치료사들이 양로원 등에서도 활동하면서 노인에게도 일조가 아니라 일점 오조까지는 했다고 생각한다(웃음)”고 말했다.

25년간 책을 30권 넘게 쓰며 사람들을 관찰하다보니 관심사도 변했다.

강사 초창기에는 유머 기법을, 아이를 키우다보니 자녀 교육과 소통, 요즘은 한국인이 행복해지는 방법이 그의 최고 관심사다. 큰 맥락에서는 웃음 안에 있는 내용이지만, 점점 인간의 본질과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김 원장은 “선조들도 베개나 옷, 수저나 젓가락에 복(福)자를 새기며 복을 바랬다”며 “조사해보니 한국인은 물(物)복, 육신의 건강인 몸(體)복, 마음(心)이 편안한 복 즉 몸·맘·물 세 가지 복을 가장 원하더라”고 말했다.

세 가지 복 역시 웃음과 무관치 않다. 그는 “‘웃으면 복이 온다’ 할 때는 몸 복, ‘웃지 않는 사람은 가게 문을 열지 말라’는 중국의 속담처럼 재물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 세 가지 복은 항상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없으나 균형은 맞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로나로 경제적 손실을 보면 억울하지만 마음의 행복과 성장이라도 추구해 균형을 맞출 수 있고, 일을 못하게 됐다면 산을 다니며 몸 복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웃음과 몸·맘·물의 연관성과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을 겪고 나서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김 원장 역시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었다. 작년부터 강사 일이 줄었고, 무엇보다 강의를 하더라도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니 사람들의 깔깔 웃는 모습을 볼 수가 없게 된 점이 아쉽다고 한다.

강의 중 코로나 전염을 막는 데 신경 쓰느라 웃음 전염은 포기한 셈이다. 그러나 김 원장은 이런 상황도 행운이라며 긍정의 기운을 풍긴다. 이유를 물으니 아직 잘 모르겠지만 행운임에는 틀림없단다.

“웃음 중에 최고는 그냥 웃는 것입니다. 코로나가 아니라 코로나 할아버지가 와도 전쟁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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