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1시30분 대전 둔산로 교차로에서 30대 남성이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을 하다 20대 여성을 치고 도주하고 있다. (출처: 한문철TV)
지난 7일 오전 1시30분 대전 둔산로 교차로에서 30대 남성이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을 하다 20대 여성을 치고 도주하고 있다. (출처: 한문철TV)

여대생, 음주뺑소니 당해 사망

삼촌 “처벌강화” 국민청원

지난해 음주운전, 1만 7247건

윤창호법 전보다 10% 증가

전문가, 근본적 대책 주문

[천지일보=윤혜나 인턴기자] 국민청원 게시판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3만명가량의 동의를 얻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세종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처벌강화 외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8일 올라온 ‘음주운전 처벌 강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전날 기준으로 3만명가량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오늘(8일) 사랑하는 조카가 세상을 떠났다”며 “음주운전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 처벌을 강화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오늘 20대 내 사랑하는 조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사고 낸 가해자에게 엄격한 처벌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음주운전 처벌 강화’ 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10월 24일 기준 3만명가량이 동의했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천지일보 2021.10.18
‘음주운전 처벌 강화’ 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10월 24일 기준 3만명가량이 동의했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천지일보 2021.10.18

◆매일같이 이어지는 음주운전 사고

앞서 지난 7일 새벽 대전에서 치킨집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성 A(23)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음주운전 차량의 운전자 B(30대, 남)씨는 빨간불로 바뀐 신호를 무시하고 그대로 교차로를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보행자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었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A씨와 그의 동료 30대 남성을 들이받았다. B씨는 이후 현장 수습 없이 그대로 달아났다.

사고의 충격으로 A씨는 20여m가량 튕겨져 나갔다. 이후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고, 함께 사고를 당했던 남성은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A씨는 대학 졸업을 앞뒀던 취업준비생으로, 아르바이트를 마친 후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걸어서 퇴근하던 중 이 같은 사고를 당했다.

사고를 낸 B씨는 도망가던 중 사고 현장으로부터 4㎞ 떨어진 곳에서 도로 옆 화단을 들이받는 단일사고를 낸 후에서야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 아산에서 택시 기사로 근무하는 그는 이날 만취 상태로 개인 소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전했다. 사고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03%로 면허 취소 기준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또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17일에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운전자 C씨가 신호대기로 정차해있던 마티즈를 뒤에서 들이받으며 4중 추돌이 일어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2019년 6월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5

◆윤창호법 효과는 1년 반짝이었나

이처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는 음주운전 행위로 인한 교통사고 소식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지난 6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2019년 1만 5708건에 비해 10% 증가해 1만 7247건이 발생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2017년 1만 9517건, 2018년 1만 9381건 발생해 연간 1만 9000여건을 웃돌고 있다.

한 의원은 윤창호법 시행 직후인 2019년 1만 5708건으로 3600여건이 감소했지만, 오히려 2020년 1만 7247건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사상자는 2019년 2만 6256명에서 2094명이 늘어나 2020년 8350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지역별로는 세종시를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증가했는데 ▲경기도 4461건 ▲서울 2307건 ▲충남 1110건 ▲경북 1078건 ▲경남 1008건 순으로 높았다.

이에 한 의원은 코로나로 인해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이 상대적으로 줄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러한 생각으로 인해 음주운전 사고가 증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은 더욱 엄격한 벌 집행과 적극적인 단속 활동을 통해 음주운전 근절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창호법’은 지난 2018년 부산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육군 병사 윤창호씨가 숨진 사건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법은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는 경우 형벌을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높이고,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의 형벌 또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했다.

또 음주운전의 면허정지 기준은 현행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강화했으며, 면허취소 기준은 0.10%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개정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2019년 6월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5

◆“술 마시면 윤창호 누군지도 몰라”

윤창호법을 통해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면허정지, 면허취소 등 처벌 강화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사고는 발생하고 있고, 더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속되는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대해 임주태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처벌은 분명히 필요한데 술을 마신 사람한테는 처벌이라는 단어가 별로 의미가 없다”며 “맨정신에는 윤창호가 누군지 알고 처벌이 강화된 건 이성적으로 알지만, 술 한 잔 마신 사람이 운전하면 윤창호가 누군지 모르지 않나”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차량에 음주운전 감지기가 작동돼서 운전을 할 수 없도록 시동이 안 걸리게 하는 기계적 장치가 있다”며 “가격이 저렴하다면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아예 모두 부착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동차에서 장비를 부착하면 원가가 올라가니까 보험회사 쪽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음주운전 사고가 생기지 않게 하면 보험회사에서도 이익을 보니 차량에 장비를 부착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처벌을 엄격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음주 감지 기계를 자동차에 부착할 수 있게 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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