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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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인간의 식구가 된 동물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늑대의 사촌인 개가 가축이 됐는지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개의 골격이 발견된 가장 오랜 구석기 유적은 1만 4200년 전의 것이다. 유전자 분석 연구에서는 개의 가축화 시기를 2만 7000∼4만년 전으로 추정한다.

적어도 1만 5000년, 많게는 약 4만년 전에 개는 늑대의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셈이다. 개 유적지가 발굴된 위치까지 고려하면 개는 마지막 빙하기가 한창 절정이던 시기 유라시아 대륙 북부에서 가축이 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늑대는 개가 됐을까. 개의 가축화를 설명하는 가장 흔한 가설은 신생대 인류가 숲에서 늑대 새끼를 주워와 애완동물로 키운 데서 비롯한다는 것이다. 늑대 새끼는 놀기 좋아하고 귀여우며 개처럼 짖기도 한다. 늑대는 자라서 사람을 우두머리로 여기고 사냥한 먹이를 인간에게 바쳤고 점점 순한 늑대를 고른 결과 개가 출현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사냥 동반자 가설이다.

또 다른 가설은 ‘청소부 가설’이다. 인간이 수렵채취에서 농경으로 전환할 즈음 주거지 주변에서 곡물 등 음식 찌꺼기에 기대 살던 늑대의 일부가 결국 개의 조상이 됐다는 것이다. 청소부 가설은 개가 사람이 버린 음식 찌꺼기를 먹으며 차츰 사람과 가까워졌다고 본다. 사람이 늑대를 개로 만든 게 아니라 늑대가 스스로 선택해 개가 됐다는 주장이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던 온순한 늑대가 사람에게서 기회를 발견했고, 사람은 그런 개가 사람의 의사를 잘 알아채고 사냥과 경계에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개의 길을 선택한 것은 사람이 아닌 늑대란 얘기다.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논문에서도 이와 유사한 주장이 제기됐다. 논문은 청소부 가설을 변형해 빙하기 수렵 채집인이 남긴 고기를 늑대 새끼에게 던져 주던 데서 개의 가축화가 시작됐다는 주장을 폈다.

연구자들은 ‘초식동물에서 출발한 사람은 일찌감치 포식자로 진화한 늑대와 달리 단백질을 분해하는 데 한계가 있어 살코기만 섭취할 경우 치명적인 단백질 중독에 걸릴 수 있기에 사냥한 유제류의 남는 살코기를 늑대에게 줬고 이것이 가축화의 시작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수렵 채집인은 남는 살코기를 먹이면서 고아가 된 늑대 새끼를 애완동물로 데려와 기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식용을 목적으로 길렀던 다른 가축들과 달리 애초부터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반려동물로 또는 사역이나 사냥의 도우미로 인간과 맺어져 왔으며 가장 오랜 기간 인간과 교감하며 유대관계를 맺어온 동물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인간과 개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이제 우리나라만 해도 반려견 인구 1천만 시대가 됐다. 대한민국 가구의 4분의 1인 약 26.4%가량인 591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으며 그들을 가족 또는 친구로 여기며 살고 있는 셈이다. 필자 또한 몇 년 전까지 16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반려견과 평생을 함께 산 추억이 있다.

이런 현실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에 대해 검토하라는 지시를 관계부처에 내렸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한 조치이고 크게 환영할 일이다.

반려동물은 인간과 정서적 교감을 하는 생명체이다. 반려동물을 가족과 같이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개 식용은 사회적인 폭력이나 마찬가지다. 반려동물을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 식용 금지 검토는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그동안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 잡은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개 식용문제는 여전히 사회적인 논란이 되고 있었다. 이는 우리가 풀어야 할 사회적 과제였다. 개 식용을 단순히 야만적 문화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잔인한 학대와 도살, 비위생적인 사육, 불안전한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동물복지의 필요성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반려동물 복지는 곧 인간에 대한 복지다. 개 식용 금지와 반려동물 복지를 함께 고민하게 된다면 우리사회는 지금보다 더 따뜻해지고 성숙될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행복한 대한민국 이제 함께 만들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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