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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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ecosystem)’라는 말은 ‘집’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오이코스(oikos)’와 체계를 뜻하는 시스템(system)이 결합한 말이다. 여기서 집은 땅을 가리키고, 시스템은 땅이라는 집에 같이 살고 있는 가족들의 삶의 원리 혹은 그 삶의 구조를 말한다. 생태계의 논리는 바로 이 가족구조의 뼈대이자 그 뼈대가 작동하는 원리인 셈이다.

그 원리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관계’이다. 따라서 생태적 세계관에 입각한 생태계의 기본 원리는 ‘관계와 고리’에 있다. 생명이 있건 없건 모든 사물은 하나의 시스템이다. 시스템의 각 부분들은 따로 떨어져 있거나 고립돼 있지 않다. 그것들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시스템의 전체가 단순한 부분들의 집합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관계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세계는 관계 구조의 생태 공동체이다.

생태 공동체에서 ‘고리’ 혹은 ‘사슬’이 강조되는 까닭도 바로 이러한 관계 구조 때문이다. 생태를 구성하는 관계 구조의 형태가 바로 고리 혹은 사슬이다. 고리 혹은 사슬이 생태가 유지되는 생명이다. 따라서 그 고리나 사슬이 끊어지면, 생태계는 생명을 상실하거나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생태적 세계관에 입각한 생태계의 두 번째 원리는 ‘다양성과 차이’에 있다.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서 매우 중요하듯이, 종 다양성은 건강한 생태 환경을 위한 기본 전제이다. 여기서 다양성이란 생명체의 다양성과 생명체가 살아가는 서식처의 다양성을 총칭한다. 생태계 내의 생물 다양성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의 관계는 생태계의 생산, 소비 및 진화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또 생명의 기본인 생물 다양성과 종간 상호작용의 생태적 과정은 살아있는 지구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다양성은 차이를 전제한다. 서식지가 다양하다는 것은 서식지가 다르다는 것이고, 생물종이 다양하다는 것은 종이 다르다는 것이다. 차이가 없는 동일성을 두고 다양하다고 할 수는 없다. 차이가 생태계와 그 구조적 생명의 원리이다. 생명의 기본적인 토대가 생물 다양성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함께 있음으로 오히려 살아나는 것이 생태계의 원리이자 생명의 본질이다.

생태적 세계관에 입각한 생태계의 세 번째 원리는 ‘순환’과 ‘소통’이다. 순환의 대표적인 형태는 ‘기체형’과 ‘침적토형’이다. 기체형의 좋은 예는 질소 순환이고 침적토형의 좋은 보기는 인 순환이다. 대기에 있는 커다란 저장소와 이에 비해 규모가 다소 작지만 활발하게 움직이는 지구 토양권 사이에서 질소의 순환이 이뤄지고, 인 순환은 주로 유기체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순환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 ‘소통’이다. 통해야 흐를 수 있고, 통하기 위해서는 열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통하고 흘러야 순환이다. 통하지 않고 막히면 썩고 병든다. 썩고 병들면 생명이 아니라 죽음이다. 생명은 일종의 소통이고 순환이다. 지구온난화 현상이나 해수면 상승 등은 모두 순환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생태적 세계관에 입각한 생태계의 네 번째 원리는 ‘수평적 공존’ 즉 ‘공생’에 있다. 생태계의 핵심적인 원리인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형상은 다름 아닌 그물이다. 그물이 생태적 관계를 표상하기 때문이다. 그물의 구조를 보면 그 구조의 징표가 고리임을 알 수 있다. 고리가 그물의 연결 구조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태계는 거대한 하나의 그물망이다. 생명의 세계는 그물 속에 있는 수많은 연결고리들로 이어져 있다. 한때 이 그물망을 피라미드처럼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틀렸다. 생태계에는 위도 아래도 없다. 거기에는 어떤 계급적 층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생태계에는 수많은 고리들이 수평적으로 연결돼 있는 하나의 망이 존재할 따름이다.

생태적 세계관에 입각한 생태계의 다섯 번째 원리는 ‘균형과 조화’에 있다. 생태계의 원리는 관계와 순환이고, 그 구조는 그물이다. 이 세상의 모든 생물들은, 아니 모든 사물들은 서로 연결돼 있으며 상호의존적이다. 생태계는 무수한 종들이 마치 그물처럼 짜여져 있는 거대한 ‘생명의 망(fabric of life)’이다. 생명의 망은 마치 다중으로 창조된 하나의 거대한 생물과도 같다. 그러므로 전체를 이루고 있는 각 세포들은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총체적인 통일성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유기적, 총체적 통일성에서 볼 때, 생태적으로 ‘좋은 것’ 혹은 ‘건강한 것’은 그 그물이 ‘동역학적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고, 생태의 그물망을 형성하고 있는 그물코들이 안과 밖, 상하좌우로 잘 연결돼 있는 동역학적 균형이야말로 최상의 조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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