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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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토양과 해양 환경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그 생산·폐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의 가장 큰 주범으로 꼽힌다.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연평균 6%씩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 추세대로라면 2050년 플라스틱 생산량은 16억 600만톤에 이르고 플라스틱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015년 1.78Gt에서 2050년 6.5Gt으로 4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만일 지금처럼 플라스틱 생산이 제약 없이 지속되면 1.5℃ 기후변화 억제목표를 위해 남은 탄소예산의 10% 이상이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폐기 과정에서 사라지게 된다. 한마디로 플라스틱은 기후위기를 가중시키는 문제적 물질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주요한 대응에 탈 플라스틱 정책과 실천이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얼마 전 환경부 점검 결과, 전국 민간 선별시설 155곳 가운데 투명 페트용 선별시설을 갖춘 곳은 33곳으로 전체의 21%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나머지 80%의 재활용 시설 업체에서는 시민들이 투명 페트를 애써 분리 배출해놔도 선별장에서 다시 뒤섞여 저급품을 만드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정부가 고품질 재활용 플라스틱을 늘리겠다며 투명 페트 분리 배출을 전 국민에게 캠페인하고 국민들이 참여했건만 시민들의 재활용 참여 노력이 말짱 헛수고에 그치고 있었던 것이다.

환경부는 라벨이나 이물질이 제거된 순도 높은 페트병만 따로 모아 의류용 섬유 생산이나 식품 용기에 다시 쓰는 고품질 재활용을 늘리겠다는 의도로 투명 페트 분리 배출을 추진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려면 선별업체마다 기존 플라스틱 선별라인과 다른 별도 시설을 갖춰야 한다. 모든 재활용 선별장에 투명 페트병 분리 처리하는 시설을 갖추게끔 해놓고 추진해야 할 사업을 설익은 생색내기 사업으로만 추진한 것이다. 참으로 답답한 실태다.

‘생활쓰레기 연도별 선별 수량 대비 재활용률 현황’ 자료를 보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플라스틱 제품 선별량 대비 재활용률은 2015년 58%에서 2019년 41%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선별량이란 재활용 선별장에 반입된 후 절차를 거쳐 재활용 대상으로 선별된 수량을 뜻한다. 반면 플라스틱 제품 발생량은 나날이 늘고 있다. 2015년 43만t이었던 PE, PP 선별량은 지난해 57만t으로 훌쩍 뛰었다. 같은 기간 재활용되는 수량은 25만t에서 23만t으로 오히려 줄었다고 한다. 지난해 기준 34만여t이 그냥 버려진 것이다.

​그래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분리수거 잘하는 나라가 한국이란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투명이든, 반투명이든, 불투명이든 다 의미 없다. 플라스틱 자체를 규제해야 하고, 플라스틱을 덧씌워 상품을 팔아먹는 기업들을 규제하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다. 언제까지 시민들의 분리수거에만 의존할 것인가.

1회용 플라스틱의 전면 규제, 종이 용기로 전환 유도, 플라스틱 용기-포장재를 사용하는 기업들에 대한 환경세 부과, 그렇게 모은 세수는 환경 보전비용으로 전유하는 등 플라스틱의 생산-유통의 근본 루트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게 필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플라스틱 병을 백번 천번 투명하게 만들고 분리수거 세계 1등을 한들 무슨 소용인가. 한국이 세계에서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 중 하나라는 데 근본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생산 자체를 축소하고 소비 또한 줄여야 한다. 이미 시장에서 자리 잡은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 축소를 위해서는 분명한 탈출 목표연도를 정하고 단계별로 감축목표를 정해 이행할 필요가 있다.

재활용되지 못하고 매립되거나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과 비닐은 마모되면서 미세 플라스틱이 되고, 이를 흡수한 해양생물들은 다시 우리의 식탁으로 올라오게 된다. 이렇게 한번 버려진 것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동·식물을 거쳐 결국 인간에게 다시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 몸속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많다고 한다. 그야말로 다음 세대들에게 죄짓는 일이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아이스컵, 플라스틱, 마스크 등 일회용품 등 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하면서 도시 쓰레기와 해양 오염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오늘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2050년 세상은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일지 모른다.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미세플라스틱이 넘쳐날지도 모르겠다.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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