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not caption

엔진 혹은 기관은 자동차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종종 자동차의 심장에 비유된다. 오늘날 자동차에 주로 사용되는 엔진에는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이 있는데, 두 엔진은 모두 내연기관(internal combustion engine, ICE)에 해당한다. 내연기관은 실린더 내부에서 연료를 연소시켜 동력을 발생시키는 엔진을 뜻한다. 내연기관과 대비되는 것은 외연기관인데, 외연기관의 대표적인 예로는 증기기관을 들 수 있다.

내연기관은 19세기 후반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860년에 르누아르는 최초의 내연기관을, 1876년에 오토는 최초로 상업화된 내연기관을 개발했다. 이상은 모두 가스 엔진이었고, 그 다음에 등장한 것은 가솔린 엔진이었다. 가솔린은 석탄가스보다 무게가 가볍고 저장하기 쉬웠으며, 매우 빠른 속도로 작동할 수 있었다. 가솔린 엔진을 처음 개발한 사람으로는 독일의 기술자인 다임러가 꼽힌다. 다임러와 비슷한 시기에 가솔린 엔진에 주목한 사람은 벤츠였다.

1886년은 기술의 역사에서 ‘가솔린 자동차 빅뱅’의 해로 여겨지고 있다. 그 해에 벤츠가 가솔린 자동차로 최초의 특허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다임러가 네 바퀴가 달린 가솔린 자동차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벤츠사는 1926년에 다임러사와 합병돼 다임러-벤츠사가 됐다. 그때부터 다임러-벤츠사는 오늘날에도 유명한 차종인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내연기관의 역사가 이제 금세기 내에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그린 모빌리티의 역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 10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활약해왔던 휘발유·경유 등 내연기관 자동차가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돼 결국 퇴출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와 같은 이른바 ‘그린 모빌리티’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화석연료의 고갈도 문제이지만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제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전 세계 국가들의 노력이 시작된 데 따른 움직임 탓이다.

바야흐로 막연하게 미래자동차로만 여겨졌던 그린 모빌리티의 세상이 성큼 다가온 모양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기후위기에 대응해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문제가 한결 완화될까? 전기차와 수소차로 상징되는 그린 모빌리티는 공해방지와 탄소중립에 완전한가?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최소 25%에서 최대 80%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고 한다. 자동차의 동력원료, 배터리 및 차체 제조 및 가공 공정, 수송 및 유통, 사용, 재활용, 최종 폐기 등 모든 과정을 따져보아도, 전기차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내연기관보다 약 3배 정도 적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화석연료로 생산된 전기로 충전되더라도 전기차는 6만km 이상부터는 가솔린 엔진보다 기후친화적이고, 8만km 이상부터는 디젤 엔진보다 기후친화적이라고 한다. 이런 연구 결과들이 전 세계 많은 정부가 전기차, 수소차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대안으로 삼는 근거를 뒷받침하고 있다. ‘무공해차’ ‘친환경차’ ‘제로배출차’라는 그린 브랜딩과 함께.

하지만 전기차나 수소차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물론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기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매연을 배출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자원과 에너지, 노동력을 들여 자동차라는 복잡한 물건을 대량으로 새로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과 그 결과물이 ‘탄소배출 제로’일 순 없기 때문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생산 과정은 우선 차지하더라도, 전기차나 하이드리드 차를 운행하는 데는 전기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전기 생산은 여전히 많은 부분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지속적으로 배출된다. 또한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을 생산하는데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특히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많다. 리튬, 코발트 등 희토류 소재로 만들고, 광물 채굴 및 제련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나오며, 엄청난 양의 지하수를 필요로 한다. 쓰고 나서 폐기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선 유해물질이 나오는 문제점도 있다.

수소차는 어떨까? 전기 배터리 없이 작동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친환경차로 각광받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수소차 운행에 필요한 수소 원료는 현재로선 천연가스와 석탄을 분리해서 만들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수소 연료의 녹는점이 천연가스, 석유가스보다 훨씬 낮아 액화하지 못한 채 부피가 큰 기체 상태로 파이프 속에서 운반된다. 그리고 수소차에 달린 연료 전지가 뜨거워져서 냉각수로 계속 식혀줘야 하기 때문에 이때 에너지 손실이 불가피하다.

여기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친환경차’들의 이런 문제점과 한계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