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주요교단 총회 보고
장자교단들 사상 최대 하락세
예장합동 17만 3천여명 감소
예장통합 1년간 11만여명 ↓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교회 교세 감소가 심각하다. 올해도 한국교회 주요 교단은 교세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회 ‘양대산맥’ ‘장자교단’이라 자부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합동은 나란히 교세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교인 수 감소가 가장 큰 교단은 예장합동이었다. 예장합동은 전년 대비 교인 수가 17만 3378명 감소했다. 사실상 1년간 10만명이 넘는 교인이 빠져나간 것으로 이번 교인 감소 폭은 예장합동 교단 사상 가장 큰 수치에 해당한다.
예장합동의 교인 수는 꾸준히 감소해 왔다. 지난 2012년 299만 4873명을 기록한 이후부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 255만 6182명에서 2020년 238만 2804명으로 10만명 이상 감소했다.
교인 수는 감소했지만, 목사 수는 늘었다. 올해 예장합동 목사 수는 2만 5477명으로 전년 대비 622명(2.5%) 늘어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장합동 목사 수는 예장개혁과 통합한 2005년 이래 한 번도 감소하지 않고 있다. 반면 전도사 수(700명, -6.3%), 전도사 수(1만 1858명, -4.2%), 장로 수(2만 1531명, -0.2%)는 줄었다. 교회 수도 4년간 250개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예장통합의 경우도 교세 통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올해 예장통합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교인은 모두 239만 2919명으로 2019년 기준 250만 5985명보다 11만 4066명이 감소했다. 예장통합 교인수는 지난 2015년 280만명 아래로 떨어진 이후 10년동안 교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5년 동안 도합 40만명 정도 감소해 하락 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교인수가 감소하는 반면 목회자가 증가하는 현상은 예장통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예장통합 목회자는 전년도와 비교해 275명이 증가했다. 교회는 53개 늘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도 올해 교인 수 하락은 피해 가지 못했다. 기장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기장 총 교인 수는 2020년 기준 21만 5617명으로 2019년 기준 22만 3571명보다 7954명 감소했다. 기장총회도 교인 수는 줄엇지만 역으로 목회자가 38명이 증가했고 교회는 6개 늘었다.
◆한국교회 신뢰도 추락
사실 한국교회 교세 하락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형교회 중심의 성장 제일주의나 목회자의 교회 세습, 강력범죄와 정치 개입, 막말 등 고질적 문제에 이어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계기로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추락하는 등 교회는 총체적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로 국민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종교의자유’를 고집하며 방역 지침을 어기고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들로 인해 교회에 대한 신뢰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코로나19와 한국교회에 대한 연구발표회’에서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비기독교인 85%가 ‘코로나19로 인해 개신교인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확산에 개신교회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도 82.4%나 됐다. ‘한국교회의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도 62.9%가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월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실시한 ‘2021 한국교회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한국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이런 심각한 상황을 인지한 교계 내에서는 ‘교회가 자성하고 정화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지난 2월 교인들이 정의·평화·화해에 기초한 삶을 살도록 지원하는 한국교회아카데미를 출범시키는 등 자정을 위한 움직임도 이뤄지고 있다.
◆“세습·표절·횡령… 한국교회 쇠퇴 조짐”
일각에선 코로나19는 교회의 부정적 민낯을 더욱 드러내게 했을 뿐, 이미 교회가 수년전부터 쇠퇴 상태로 나아가는 단계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옥성득 UCLA아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는 지난 2월 세미나에서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의 전망’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미 2016년 목회자의 교만, 세습, 표절, 횡령 등 교회 내 문제가 사회 앞에 고개를 들면서 한국교회의 쇠퇴 조짐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8년경부터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의 교인 감소세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며 현재 한국교회의 모든 교단이 되돌릴 수 없는 쇠퇴 상태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옥 교수는 그 근거로 지난해 기준 가나안 교인이 300만명에 달했고, 2005년 1000만명에 육박하던 개신교인이 지난해 기준 500만명 가까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1년 이상 주일예배에 안나간 습관이 굳어지면서 주일성수(예배)가 붕괴하고 25% 교인수 감소가 고정되면서 헌금도 20%이상 줄 것”이라면서 “바른 방향으로 변하는 교회는 산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의 본질을 발견하고 그것에 초점을 맞추면 교인 수는 줄어도 더 복음적이 될 수 있다. 창조적 변화를 이끌면 산다”고 강조했다.
◆ “한국교회 ‘신학’ 부족 깨닫고 개혁해야”
교회가 잃은 사회 신뢰도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교회의 개혁과 더 나아가 신학의 회복을 꼽는다.
길희성 서강대 종교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출간한 ‘아직도 교회 다니십니까’란 제목의 책을 통해 한국 개신교의 문제는 신학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의 가르침과 교리가 납득이 안 가다 보니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묻지 마 신앙’이 판을 치고 있다”며 “목사님의 말을 무엇이든 하나님의 말씀으로 복종하는 것이 신앙으로 통하고 이런 맹종이 맹신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불신받는 이유는 인간의 상식과 이성을 무시한 ‘근본주의 신학’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말테 루터대학교 석좌교수 역시 지난 2019년 4월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한목윤)’이 주최한 발표회에서 “한국교회에 입교하는 사람들의 수보다 떠나는 사람들의 수가 더 많은 지금 교회가 개혁하고 갱신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대형교회 목사들은 대형교회 목사들끼리 어울리는 교파주의적인 신학을 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가 대화하고 서로에게서 배우는 신학을 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신학교육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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