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건강연구원과 한국교회싱크탱크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종교개혁, 그 불꽃을 다시 점화하다’란 주제로 포럼을 열고 있다. (출처:유튜브 캡처)
한국교회건강연구원과 한국교회싱크탱크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종교개혁, 그 불꽃을 다시 점화하다’란 주제로 포럼을 열고 있다. (출처: HEB 유튜브 캡처)

종교개혁 504주년 기념 포럼

“교회, 자의적 성경해석 자행

번영신학 확대가 타락의 뿌리

성경 중심 言회복 나아가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6세기, 로마 가톨릭의 타락과 부패가 극에 달할 무렵 독일의 신학자 마르틴 루터(1483~1546)는 기존 종교 권력에 맞서 ‘오직 믿음’ ‘오직 성경’ ‘오직 은혜’를 외치며 종교개혁을 주장했다. 종교개혁으로 가톨릭과 분리돼 나온 것이 바로 오늘날 개신교(프로테스탄트)다. 한국교회건강연구원과 한국교회싱크탱크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연 ‘종교개혁, 그 불꽃을 다시 점화하다’란 주제 포럼에서는 오늘날 ‘존재 위기’에 직면한 한국교회를 가감 없이 진단했다. 발제자들은 오늘날 한국 개신교회에도 504년 전과 같이 종교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교회는 성경을 올바로 해석하고 제대로 순종하는지는 의문이다.”

포럼 발제자로 나선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교회가 타락한 원인으로 번영신학과 이에 따른 윤리적 타락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종교개혁이 비판했던 자의적 성경해석이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자행되고 정통신학에 대한 관심과 존중이 크지 않다”며 “특히 성경의 기복적인 가르침을 확대하고 해석해 번영신학을 한국교회의 지배적인 신학으로 만든 것은 한국교회 타락의 뿌리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교회주의, 성장제일주의, 목회세습 등 폐습은 종교개혁이 존중했던 성경의 가르침보단 전통적인 무속신앙과 자본주의적 요소가 더 크게 작용했다”며 “‘오직 믿음으로’ ‘오직 은혜로’가 그만 ‘값싼 은혜’로 바뀌었다. 이런 신앙문화가 한국교회를 지배함으로 윤리적 실패를 가져왔다”고 봤다.

500여년전, 종교개혁이 크게 반대했던 것은 바로 ‘성직자주의’였다. 특히 칼뱅은 인간은 전적으로 부패해 권한이 비대하면 반드시 부패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왕권신수설이 지배했던 시대, 민주주의를 권장했다. 그러나 손 교수는 한국교회가 이러한 개혁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단 총회장의 임기가 1년 내내 계속되고 교단의 대표로 행세하는 것, 당회장이 당회의 권위를 거의 대신하는 것, 장로가 70세까지 시무하는 것 같은 잘못은 세계 개신교에 드문 현상”이라며 “성경이나 종교개혁 정신보다는 전통적인 권위주의와 민주화 이전 독재정치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속 한국교회의 이기주의적 행태도 지적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개신교는 모이지 말라는 사회적 요구에도 예배 탄압이라 반발하며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 그 결과 교회들은 집단감염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는 사회로부터 개신교가 외면받게 된 큰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손 교수는 마르틴 루터의 사례를 들어 배타적인 개신교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1527년 독일에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루터는 피신하지 않고 남아서 환자들을 돌보면서도 ‘나는 감염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혹시 내가 조심하지 않으므로 다른 사람을 감염시켜서 그들을 죽게 하지 않기 위해서 내가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 말했다”며 “그런데 한국교회는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 살리기가 아니라 ‘대면예배’에만 관심이었다. 공의와 자비, 희생과 봉사의 십자가 정신이 아니라 자체보존과 권리행사에만 관심을 집중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회가 화합과 평화 대신 정치적 이념에 지나치게 편승해 교계와 사회 분열을 부추기고 있단 지적도 나왔다. 손 교수는 “배금주의 못지않게 극단적인 이념편향도 우상숭배가 될 수 있다”며 ‘이러한 모습은 ‘오직 성경’의 종교개혁 정신에 충실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크로스로드 이사장 정성진 목사는 “한국 개신교가 성직자 등 특정인의 사유물로 전락하고 빛을 잃어버리고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 결과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종교가 되고 있다”며 대형교회를 추구하고 힘과 권력을 좇는 한국교회의 풍토를 과감히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의 첫발로 오늘날 교회들이 ‘하나님 중심’ ‘성경 중심의 말씀 회복’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종교개혁을 다시 시작하다’라는 주제로 발표한 다산중앙교회 최식 목사는 “개혁자들의 중요 관심사는 말씀의 회복이었고 이것은 새로운 교회관의 핵심”이라며 “개혁자들은 교회갱신의 핵심을 말씀의 권위 회복에 뒀고 설교를 통해 이를 실현하고자 했다. 설교는 교회 개혁과 교회 건설을 중요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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