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7주째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식당에 오후 9시까지 영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정부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간 연장한다고 밝혔다. 또 4단계 지역에서 카페 음식점 등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제한하고, 편의점 오후 9시 이후 취식도 금지했다. 기존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조치는 코로나19 백신접종자에 한해 4인까지 모임을 허용한다. ⓒ천지일보 2021.8.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7주째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식당에 오후 9시까지 영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정부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간 연장한다고 밝혔다. 또 4단계 지역에서 카페 음식점 등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제한하고, 편의점 오후 9시 이후 취식도 금지했다. 기존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조치는 코로나19 백신접종자에 한해 4인까지 모임을 허용한다. ⓒ천지일보 2021.8.23

방역 강화에도 확진자는 여전

폐업하는 자영업자 늘어나

손실보상·방역 예산은 적어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비수도권 3단계)에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지 않은 채 여전히 2천명 안팎에 달하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점점 한계에 이르고 있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시간·인원·업종 제한을 폐지하고 ‘위드 코로나(코로나19와 공존, 곧 다른 일반적인 병증과 비슷하게 간주하는 것)’ 방식으로 바꾸자고 줄기차게 외쳐왔는데, 정부에도 조금 변화가 감지됐다.

그러나 시행되려면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자영업자들의 절망은 계속되며, 여기에 내년 예산안에 이들에 대한 손실배상은 고작 1조 8천억원에 그쳐 한숨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靑, 공감은 하는데 계획은 아직

1일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인태연 자영업비서관은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코인노래방협회 등 자영업자 관련 단체 관계자들을 면담했다. 이날 자영업자 단체 관계자들은 고강도 방역 조치에 따른 애로사항을 말하며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요구했다. 이들은 방역체계 전환과 거리두기 단계 완화 제안 등을 담은 의견서를 전달했고, 청와대도 이를 수렴했다고 전해진다. 다만 아직 ‘위드 코로나’에 대해선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진 않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관련 정책 결정은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이 아주 과학적이고 치밀하게, 세밀하게 해야 될 문제”라고 말해 시간이 더 필요하단 것으로 해석된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위드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밝힌 데 이어 1일 예산안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를 완전히 박멸하는 방식은 가능하지 않다고 하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인 것 같다”며 “그렇다면 좋건 싫건 코로나와 공존하고 동거하는 방법을 찾아야 되고, 수위나 방식은 우리의 환경과 맞춰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정부도 형성됐지만, 시행되려면 단기간에 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러는 사이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깊어져만 갈 전망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38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8.3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38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8.31

◆영업제한에 폐업가게 점점 늘어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내고 “견디다 못한 소상공인들은 고용을 줄이고 사실상 휴·폐업 상태로 내몰리며 당장의 생계를 걱정하는 극빈층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고강도 방역 조치의 피해가 고스란히 소상공인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짧고 굵게 끝내자’던 방역당국의 약속이 무색해진 상황에서 영업제한을 언제까지나 ‘길고 굵게’ 당할 수만은 없는 것이 우리들의 입장이다”면서 “이제는 소상공인들에게 영업시간 및 인원 제한을 과감히 철폐해 소상공인들에게 온전한 영업의 자유를 되돌려 주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정부는 그동안 자영업자에게 기다리라는 말만 하면서 우리를 희생시켰다”며 “빚은 늘어가는데, 정부는 아직까지 어떠한 피해보상을 해주겠다는 정확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전후 일주일간 서울시 야간 매출 기록을 분석한 결과 2019년 대비 매출이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 카드 매출 정보 분석 결과 7월 26일~8월 1일 한 주간 서울 자영업자 매출은 2019년보다 17% 줄었고, 오후 6시 이후 서울 중구와 서초구 소재 소상공인의 매출은 각각 47%씩, 종로구와 마포구는 46%씩 감소했다. 서울 주요 상권에서 폐업만 곳만 신촌은 611개, 이태원은 345개며 명동, 홍대, 이대 등을 포함하면 2000개가 넘는 가게가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하태경, 최승재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 재정립과 손실 전액 보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2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하태경, 최승재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 재정립과 손실 전액 보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20

◆추경·내년 예산, 소상공인은 뒷전 대우

정부의 영업제한과 집합금지 등의 조치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작년부터 현재까지 2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정부가 지금까지 자영업자들에게 지급한 금액은 평균 100만원~500만원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7월말 34조 9천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과시켰는데 국민 88%에게 국민지원금을 나눠주는 데는 11조원을, 거리 두기 격상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 178만명에게는 절반도 안 되는 5조 3천억원을 배정했다. 자영업자 한 명당 200만원밖에 못받는 금액이다.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2년도 정부 예산안에서는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해에 총 604조 4천억원의 슈퍼예산을 배치했는데, 보건․복지․고용 예산에는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이 넘는 216조 7천억원을 편성했다. 특히 청년층 지원 예산에는 반값 등록금 지원을 위한 국가장학금과 저소득 청년에 월세 20만원을 지원하는 등으로 23조 5천억원을 편성했다.

반면 영업제한·금지 조치를 받은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 예산으로는 1조 8천억원을, 백신확보분 예산에는 2조 6천억원을 배치했다. 둘을 합쳐도 청년층 지원의 1/4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청년층에 지급되는 약 23조원이 대부분 현금으로 지급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반값 등록금은 대학교 자체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지, 현금을 쏟아 붓는다는 것은 대선을 노린 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에게 많은 예산을 책정해서 이들을 살려야 결국 일자리나 경제가 사는 길”이라면서 “위드 코로나를 위해서도 백신보급이나 경제를 부양하는 데에 예산을 더 투입해서 확보했어야 했다”고 거듭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주말에 종료 예정인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 조치의 연장 여부를 두고, 추석 연휴를 포함한 한 달짜리 특별 방역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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