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코로나19 백신접종률 현황 ⓒ천지일보 2021.9.8
세계 코로나19 백신접종률 현황 ⓒ천지일보 2021.9.8

백신 접종률 늘리며 전환 태세

유럽·美 스포츠 관중 함께 즐겨

日 작년부터 시행, 韓과 대조

국내 접종완료 OECD 최하위권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는 국가가 14개국으로 늘어난 가운데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일본은 작년부터 일찍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공존하며 다른 일반적인 병증처럼 간주하는 것)’로 전환했고, 많은 주요 국가들이 백신접종률을 높이면서 빠르게 방역과 생활을 병행하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해 경제적인 충격을 줄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백신 접종 완료율이 15%에 머물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8개국 중에서 가장 낮았다. 다만 접종 속도를 높이면서 이달 1일에는 30%까지 높여 33위로 순위를 조금 끌어올렸다. 확진자 수가 계속 2천명대에서 1천명대까지를 오가는 데다 낮은 백신 접종률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위드 코로나’ 전환에 망설이고 있다. 더구나 해외유입을 통한 변이 바이러스까지 계속 확인되면서 ‘위드 코로나’ 전환 시기를 늦추게 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서 5일(현지시간) 기준으로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한 비율이 70% 이상인 국가는 14개국으로 집계됐다. 80%를 넘긴 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 88%), 포르투갈(86%), 카타르(80%) 3개국이며, 스페인(79%)과 싱가포르(78%)도 80%에 근접했다. 동북아시아 중에서는 유일하게 중국(74%)만이 70%를 넘겼고, 한국과 일본은 58%로 동일하다. 유럽에서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었던 이탈리아(72%)와 프랑스(72%), 영국(71%) 모두 70%를 넘겼고, 주요 선진국인 미국(62%), 독일(65%), 브라질(65%) 등도 60% 이상의 높은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런던=AP/뉴시스] 토트넘 홋스퍼의 한 축구 팬이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중 태극기를 흔들며 손흥민을 응원하고 있는 모습. 많은관중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경기를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다.
[런던=AP/뉴시스] 토트넘 홋스퍼의 한 축구 팬이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중 태극기를 흔들며 손흥민을 응원하고 있는 모습. 많은관중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경기를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미 유럽은 높은 백신 접종률과 함께 자신감을 보이면서 8월 개막한 유럽 주요 축구리그에서 관중입장을 허용하며 ‘위드 코로나’로 빠르게 전환했다. 영국은 7월 19일 ‘자유의 날’ 이후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대부분 해제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의 경우, 경기장 수용 가능 인원을 100% 허용한 것은 물론 ‘노 마스크’ 상태로 경기를 관람하도록 했다. 조건은 백신 예방 접종을 모두 마쳤거나, 혹은 48시간 이내에 코로나19 음성 진단을 받고 이를 증명하면 경기장 입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등의 유럽 4대 축구리그도 경기장 수용 인원의 50% 정도 부분입장을 허용해 축구팬들과 선수들이 함께 축구를 즐기는 모습을 접하고 있다. 미국도 현재 접종률이 60%를 조금 넘겼지만 메이저리그 야구에서는 4월 개막에는 구단별로 부분입장을 하다가 7월초부터 대부분 100%관중 입장으로 했다. 마스크도 미착용한 관중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고는 있지만, 다들 백신접종률을 높이면서 확진자 숫자에 개의치 않고 있다.

[샌디에이고=AP/뉴시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오른쪽)이 지난달 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 6회 말 1점 홈런을 치고 3루를 돌고 있다. 많은 관중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샌디에이고=AP/뉴시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오른쪽)이 지난달 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 6회 말 1점 홈런을 치고 3루를 돌고 있다. 많은 관중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본은 이미 작년부터 ‘위드 코로나’ 정착을 위해 과감하게 선언했다. 그리고 위험한 실험을 했다. 야구경기에 대규모 관중을 입장시켜 경기를 관람토록 한 것인데, 마스크를 쓴 관중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서로 하이파이브도 하고 맥주까지 마시도록 하면서 고해상도 카메라, 전파 기기, 이산화탄소 측정기 등을 활용해 자료를 수집했다. 이를 토대로 사회 전반에 활용하고 있다. 이번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에서도 축구경기에 부분 관중을 허용하면서 무관중으로 홈경기를 치른 한국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일본은 백신 접종률이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일찍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덕분에 경제적인 충격을 덜 받고 있다. 하루 1만명 내외 신규확진자가 발생해도 일본은 전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도쿄올림픽 때만 IOC(올림픽위원회)의 방침 때문에 일반 관중을 입장시킬 수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일상생활을 즐기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확진자 숫자에 의해 방역이 좌지우지되다 보니 작년 8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3단계로 올린 후 2~2.5단계 등을 유지했고, 올해에도 2~3단계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다가 4차 대유행이 정점에 오른 7월 초부터는 4단계(비수도권 3단계)까지 올려 최근 10월초까지 다시 한 달을 연장했다.

그러는 사이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점점 커졌다. 식당과 카페 등에서는 인원과 시간이 제한되면서 매출이 줄거나 폐업하는 곳이 늘고 있고,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다중이용시설에서도 문을 닫는 곳들이 늘어났다. 강제 방역조치로 인해 발생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손실 피해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제적 충격은 더 컸다. 이에 자영업자들과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 목소리를 줄곧 냈으나 정부는 여전히 고심 중에 있다. 추석 이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10월 말쯤 시행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불확실하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하태경, 최승재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 재정립과 손실 전액 보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2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하태경, 최승재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 재정립과 손실 전액 보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20

일각에서는 정부가 백신을 빨리 확보해 접종률을 진작 높였더라면, 혹은 일본처럼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 어렵다고 판단해 확진자 중에서 중증환자 위주로 관리하는 ‘위드 코로나’로 빨리 전환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방역상황과 경제충격은 덜했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위드 코로나’까진 아니더라도 현 방역정책은 한계를 드러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부분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부가 백신을 진작 확보해서 접종률을 높였더라면 현재처럼 자영업자들이 큰 피해를 입진 않았을 것이다”며 “이제는 국가예산을 엉뚱한 곳에 쓰지 말고 더 동원해서라도 백신을 확보하고, 또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선 사과도 하면서 부스터샷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제는 변이 확진자도 발생하고 있고 어디서 감염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시간과 영업제한으로 하는 방역이 아니라 뒷수습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방역도 경제도 실패하는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면서 “백신접종률이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70%까지 빨리 끌어올리고 부스터샷이라도 충분히 확보해서 3차까지는 가장 먼저 맞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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