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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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예상보다 높은 강수를 뒀다.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의원직 사퇴와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것이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준석 대표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윤 의원은 국민권익위가 부동산투기 의혹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한 25명의 여야 국회의원들 가운데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유일한 경우다. 대부분 억울하다며 버티거나 아니면 탈당 또는 출당 등으로 의원직만큼은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그만큼 전격적이고 충격적이다. 그것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 부친과 관련된 것이다. 그렇다면 권익위 조사에 따른 어떤 ‘결단’ 보다는 민주당을 향한 ‘반격’의 의미가 더 커 보인다. 이를테면 “나는 의원직까지 사퇴했다. 이제 민주당은 어떻게 할 거냐?”를 되묻는 식의 그런 반격의 성격이 강하다는 뜻이다. 동시에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부터 의원직 사퇴 여부로 대중의 관심을 이동시키는 ‘국면전환’의 효과까지 거두게 됐다.

윤희숙 의원 가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조사한 국민권익위는 윤 의원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밝히고 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다. 보도에 따르면 윤 의원의 부친은 2016년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취득자격을 취득하고선 세종시 전의면에 약 1만 871㎡(약 3288평) 규모의 농지를 사들였다고 한다. 농사를 짓겠다면서 굳이 개발붐이 일던 세종시에, 그것도 80세 고령으로 적지 않은 농지를 사들인 것은 흔한 경우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실제론 농사도 짓지도 않았다. 그리고 필요할 땐 주민등록지만 잠깐 옮기는 꼼수도 뒀다. 누가 봐도 부동산 투기 수법의 흔한 사례에 가깝다. 물론 그 새 땅값은 몇 배나 올랐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이쯤 되면 윤 의원 입장에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윤희숙 의원은 의원직 사퇴 입장을 밝히면서 오히려 더 당당했다. 권익위의 조사 의도를 의심하는가 하면 ‘끼워맞추기 조사’라고 했다.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정권교체가 유일한 길이라며 강변했다. 심지어 자신은 의원직 사퇴를 하더라도 큰 싸움의 축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했다. 마치 정치적 탄압으로 인해 야당 국회의원직을 뺏기는 것처럼 프레임화 하면서, 정권에 대한 강한 투쟁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냉철하게 말하면 국민의힘이 요청한 권익위 조사결과를 무시하면서 동시에 윤 의원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물타기 하려는 의도에 가깝다. 그리고 그런 의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원직 사퇴를 앞세우며 대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수차례 강조한 셈이다. 묘한 프레임 전략이다.

윤희숙 의원은 지난해 7월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차 3법을 비롯한 부동산 법안에 우려를 표하면서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로 유명세를 탔던 전문가 출신이다. 그러나 이전까지 2주택자였으며, 한 집은 팔고 다른 한 집은 전세를 준 상태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지역구인 서초동에 전세를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차인은 맞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임대를 준 임차인이라면 그건 다른 얘기다. 이 또한 묘한 프레임 전략에 다름 아니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민주당 입장이다. 윤희숙 의원의 의원직 사퇴 반격에 민주당의 후속 조치가 자칫 궁지로 몰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국회 회기 중이기 때문에 본회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 관건은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퇴시킬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딜레마다. 사퇴를 가결하자니 자칫 윤 의원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더 올라 갈 수가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그럼 뭘 했느냐는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다. 반대로 부결시키자니 거대 여당의 무능과 개혁성 후퇴가 부각되면서 지지층이 이탈할 수도 있다. 부동산 문제에 약한 민주당의 치부만 더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여야가 ‘한통속’이라는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임기 말 집권당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개혁 후퇴’로 이미지화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실 민주장의 이런 딜레마는 송영길 대표 탓이 크다. 권익위가 민주당 의원 12명에 대해 부동산 투기 의혹을 통보했을 때 당초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송 대표는 그 후 흐지부지 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초 천명한 대로 몇 명이나 탈당했는지 물어보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용두사미도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권익위 조사가 나왔으며, 이에 이준석 대표가 6명은 탈당 권유, 나머지 6명은 ‘셀프 소명’을 했는데도 민주당은 ‘환영’ 입장을 냈다. 평소 같았으면 그런 국민의힘을 향해 ‘내로남불’ 하면서 강한 톤으로 비난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케이스는 이례적으로 환영이었다. 제 발 저린 민주당의 어쩔 수 없는 입장이었을 것이다.

이제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의원직 사퇴서를 처리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그 딜레마는 간단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원칙은 간명하다. 누울 자리부터 먼저 살펴야 한다. 탈당을 권고한 소속 의원들에 대한 후속조치를 다시 명확히 해야 한다. 그 조치가 떳떳하다면 윤 의원에 대한 사퇴서 처리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윤희숙 의원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더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상식 밖이기 때문이다. 의원직을 사퇴한다고 해서 대충 묻어두고 갈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것도 불공정이요,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면죄부에 다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윤 의원의 반격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 최대 실패작인 부동산 정책과 직결된 사안이다. 민주당이 떳떳하다면 정면 돌파해야 한다. 만약 그 반대라면 윤 의원 얘기는 입 밖에도 꺼내지 마시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분노하고 있는 국민 다수의 목소리를 민주당이 제대로 읽어 내야 할 것이다. 대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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