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 중재 및 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 중재 및 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전날 안건조정위 이어 이날도 강행 처리

野 “야당의 의견은 철저하게 무시한 것”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허위·조작 뉴스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전날(18일) 국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통과된 지 하루 만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 문턱을 넘었다.

국회 문체위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가 시작하자 ‘언론 재갈! 언론탄압! 무엇이 두려운가!’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회의장에서 항의하기도 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열린 문체위 안건조정위에서도 야당의 반대를 무시한 채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이 여당의 일방적 법안 통과에 반발하며 안건조정위를 제안했지만, 인원 구성 과정에서 민주당은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 몫으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선정하며 제도를 무력화시켰다.

문체위 전체 회의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언론사의 고의·중과실 입증 책임 조항이 신설됐다. 개정안은 언론보도 등이 6개의 항목에서 어느 하나라도 해당하는 경우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문체위 안건조정위원회를 거치면서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한 경우는 제외했다.

개정안은 또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 가중 ▲허위·조작 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정정보도·추후 보도가 있었음에도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 자료를 조합해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까지 4개 항목으로 축소·조정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체위 회의장 앞에서 피켓 시위에 나섰다. 이 대표는 “언론중재법에 대한 강행 처리 시도라는 건 역사적으로 안 좋게 기억될 거고 최근 우리 원내지도부와 지도부가 큰 마음을 먹고 국민을 위해 마련했던 협치의 틀이라는 것을 민주당과 청와대가 스스로 걷어차버리는 것이라고 경고하겠다”면서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 말살, 언론 장악 시도에 대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곤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심의를 위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주재,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달곤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심의를 위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주재,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물론 언론계에서도 이번 법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당 상무위 회의에서 “결국 언론을 정권의 효율적인 홍보 매체로 이용하겠다는 것으로 언론이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보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도 않은 채 기사만 검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법안 통과 직후 “언론 말살, 언론 장악을 위해 제멋대로 법 기술을 부리며 야당의 의견은 철저하게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처음부터 언론중재법 처리 시한을 정해놓고, 절차적인 정당성은 보란 듯이 무시하며 진행해왔다”며 “오늘 문체위에서 날치기 강행 처리 함으로써 민주당은 또다시 입법 독재의 정수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반발에도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기립 표결을 진행하면서 여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도종환 문체위원장에게 항의를 지속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으면서 법 통과의 7부 능선은 넘었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최종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전체 회의를 거쳐 본회의까지 잘 매듭짓도록 하겠다”며 강행처리를 시사했다.

그는 문체위 안건조정위에서의 강행 처리에 대해서도 “가짜뉴스로부터 국민 피해를 최대한 구제한다는 법 취지를 지키는 범위에서 야당 의견, 언론계 의견을 꾸준히 경청했고 여러 요청을 최대한 반영한 결과”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입법조사처조차 최근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법원 판결을 통해 인정 받을 뿐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별도로 ‘규정’한 (해외 주요국) 사례는 찾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어 본회의를 통과한다 해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는 전날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 메시지에서 문 대통령이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 기둥이며 언론이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한 언론 자유는 누구도 흔들 수 없다’고 한 것과 관련 “헌법 정신을 표현한 것이지, 언론중재법 상황과 상충 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비판”이라고 한 데 이어 이날도 거리두기를 이어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언론중재법은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논의하고 의결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1.7.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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