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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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헌법 제18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통신의 비밀이 침해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은 통신의 자유가 아니라 통신비밀의 불가침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통신의 자유를 보장하기 전에 통신의 비밀을 보장해야만 통신의 자유가 보장되고, 이로써 통신에 관한 권리가 확보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즉 통신에 관한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은 통신의 비밀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헌법은 통신의 비밀을 보장함으로써 주거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함께 사적 영역에서 프라이버시의 보호를 완성할 수 있다. 사적 영역의 보호는 내부적인 보호를 위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외부적인 보호를 위한 주거의 자유 및 격지 간의 사적 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통신의 비밀로 구성된다. 이렇게 헌법이 통신의 비밀을 규정해 보호함으로써 사적 영역의 보호가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통신의 비밀에서 통신이란 사람들 간에 의사를 전달하고 수령하는 행위를 말한다. 통신의 내용에는 언어와 문자뿐만 아니라 그림, 신호, 부호, 기호 등이 포함된다. 통신의 비밀이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통신인의 의사에 반해 다른 사람에게 통신의 내용이 알려지거나 공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의 비밀 불가침은 통신의 자유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신의 자유에 속한다.

헌법재판소는 통신의 비밀에 대해 “서신·우편·전신의 통신수단을 통해 개인 간에 의사나 정보의 전달과 교환(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경우, 통신의 내용과 통신이용의 상황이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공개되지 아니할 자유를 의미한다”라고 하면서, 통신의 개념에 대해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를 언급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통신에 관해 헌법이 정의하고 있지 않아서 법률의 정의 규정을 인용한 것이다.

통신의 정의에 대해서는 통신비밀보호법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법률 제2조를 보면 제1호에서 통신을 우편물과 전기통신으로 구분하고, 제2호에서는 우편물을 우편법에 의한 통상우편물과 소포우편물을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제3호에서는 전기통신을 전화·전자우편·회원제정보서비스·모사전송·무선호출 등과 같이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해 모든 종류의 음향·문언·부호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이라 하고 있다. 이 법률은 제2조에서 통신인에 대해서도 당사자라고 해 정의하고 있는데, 이를 보면 제4호에서 우편물의 발송인과 수취인, 전기통신의 송신인과 수신인을 통신인이라 하고 있다. 이외에도 통신비밀보호법은 제2조 제7호에서 감청을 정의하여, 전기통신에 대해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전자장치·기계장치 등을 사용해 통신의 음향·문언·부호·영상을 청취·공독해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수신을 방해하는 것이라 하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명칭이 보호법으로 돼 있지만, 헌법 제18조 통신비밀의 불가침을 제한하는 법률이다. 통신의 비밀은 이미 헌법의 명문 규정을 통하여 보장되고 있으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이에 따라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된 것이다. 이 법률에서 통신의 비밀을 제한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규정됨으로써, 제한되는 부분 이외에는 보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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