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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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8조가 통신비밀의 불가침을 규정해 통신의 비밀을 보호하고 있지만, 통신의 비밀을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통신비밀도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 헌법이 기본권을 규정하면서 그 보호범위의 한계를 설정한다면 스스로 기본권의 보장을 제약함으로써 기본권 최대한 보장원칙을 위배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헌법이 기본권조항에서 한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는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 규정인데, 이를 보면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며 재산권 보장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해 재산권 보장의 한계를 법률로 정할 수 있음을 명문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재산권 보장의 한계란 재산권 보장에 대해 제한을 하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즉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기본권 제한과 중첩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통신의 비밀은 헌법 제18조에서 최대한 보장하지만,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해 법률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통신의 비밀을 보장하는데, 그 한계는 헌법 제37조 제2항을 통한 제한으로 정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통신비밀의 제한은 법률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라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이 법률은 1993년 12월 제정되고 1994년 6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의 비밀과 통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와 국가안보를 위한 통신제한조치가 있으며, 이 양자에서 긴급한 경우에 긴급통신제한조치가 규정돼 있다. 이 법률에 따라 통신의 비밀을 제한하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또한 이 법률에서 통신제한조치의 대상은 범죄혐의자가 발송·수취하거나 송·수신하는 특정한 우편물이나 전기통신 또는 그 해당자가 일정한 기간에 걸쳐 발송·수취하거나 송·수신하는 우편물이나 전기통신 등으로 하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제한조치의 대상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인터넷회선감청 이른바 패킷감청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패킷감청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인터넷회선감청은 수사기관이 실제 감청 집행을 하는 단계에서는 해당 인터넷회선을 통해 흐르는 불특정 다수인의 모든 정보가 패킷 형태로 수집돼 일단 수사기관에 그대로 전송되므로, 다른 통신제한조치에 비해 감청 집행을 통해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자료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방대하다는 점에서 인터넷회선의 감청을 허용하는 것은 개인의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게 된다고 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에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허가하는데 있어서 총연장기간 또는 총연장횟수의 제한이 없다면 수사와 전혀 관계없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당할 우려도 심히 크다는 점에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봤다.

통신의 비밀을 제한하는 법률에는 통신비밀보호법만 있는 것은 아니고, 전파법이나 국가보안법 등도 통신비밀의 제한 법률이고,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나 전기통신사업법도 통신의 비밀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외에도 형사소송법을 보면 제107조 제1항에서 법원의 필요에 의한 통신비밀의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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