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지문에 대하여 - 윤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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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에 대하여

윤문자(1942 ~  )

주민증 재발급을 하려 하는데
동 담당 직원이 지문대에
엄지손가락을 올려놓으란다
지문이 안 나온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열 손가락 모두 지문이 없어졌단다
이럴 수가!
아니다.
나는 지문이 닳도록 잘 먹고 살았구나

 

[시평]

‘일’이란 무엇인가. 어떤 면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며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충족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삶은 행복하고 잘 사는 삶이다. 만약 일을 할 수 없거나 할 일이 없다면, 참으로 그 삶은 불행한 삶이 아닐 수 없다.

‘지문’은 그 사람을 인증한다. 수많은 사람이 이 지상에 있어도 사람들은 각기 다른 지문을 지녔다고 한다. 그래서 중요한 문서를 발급한다거나 할 때는 지문을 이용한다. 그러나 간혹 이 지문이 다 닳아 없어져 지문을 인식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기 위해 동사무소에 갔더니, 담당직원이 지문인식기 위에 엄지손가락을 올려놓으라고 한다. 그런데 그 지문인식기는 지문을 읽어내지 못한다. 손가락의 지문이 모두 닳아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문이 닳아 없어지도록, ‘일’을 많이 하며 살아왔다는 한 증거이다. 일을 많이 했으니, 그 일한 만큼 충족을 누리며 살았을 것이고, 결국 지문이 다 닳도록 잘 먹고 살았음을 문득 깨닫게 된다. 사람의 보람은 그저 잘 사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을 많이 하고, 그러므로 그 많은 일과 함께 잘 사는 데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 시는 새삼 깨닫게 해 준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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