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최후의 단어 - 구석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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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단어

구석본(1949 ~  )

사랑한다. 즐겁다. 괴롭다. 쓸쓸하다. 바쁘다.
그리고 부르다가 사라진 무수한 이름들.

그렇게 많은 말과 몸짓으로 당신과 만나고 헤어지고
거울을 보고 책장을 넘기고 웃음과 눈물을 적으며
한 생애를 보낸 다음

비로소 알았다
그렇게 당신에게 건너간 말들이 혼잣말이 되었고
고독
단 한마디였다는 것을

 

[시평]

부조리 연극으로 유명한 루마니아 태생이며 파리에서 활동한 이오네스코의 ‘의자들’이라는 연극이 있다. 연극이 시작되면서, 노크 소리가 나고 문을 열어주면, 사람은 보이지 않고 빈 의자 하나만 실내에 들여놓는다. 또 노크 소리가 나고 문을 열고는 빈 의자를 들여놓고, 이렇게 하기를 연극이 끝날 때까지 계속돼, 연극이 끝나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빈 의자들만 질서 정연히 실내에 가득하다.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도, 만나 서로 대화를 한다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각기 자신의 입장만을 지니고 자신의 입장만을 각기 이야기하는 것 아니겠는가. 때문에 결국은 사람을 맞이한다는 것도, 맞이해 대화를 한다는 것도 빈 의자를 맞이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인간과 인간의 궁극적인 괴리와 단절을 상징하는 연극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사랑한다. 즐겁다. 괴롭다. 쓸쓸하다. 바쁘다. 그렇게 많은 말과 몸짓으로 당신과 만나고 헤어지고 했지만, 결국 그렇게 당신에게 건너간 말들이 혼잣말이 됐고, 남은 것은 ‘고독’ 단 한 마디라고 시인은 말한다. 이오네스코의 연극 ‘의자들’과 같이, 인간은 사랑하고, 즐겁고, 괴롭고, 쓸쓸하고, 바쁘다고 수많은 말을 해도, 결국은 그 말은 ‘나’ 하나만의 말이었을 뿐, 남는 것은 ‘고독’ 한 마디뿐 아니겠는가. 그래서 인간은 결국 고독한 독립자인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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