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을지로 신한카드 본사에서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왼쪽)과 김상균 강원대학교 교수가 ‘Z세대·메타버스와 금융’ 공동 프로젝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신한카드) ⓒ천지일보 2021.6.15
지난 14일 서울 을지로 신한카드 본사에서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왼쪽)과 김상균 강원대학교 교수가 ‘Z세대·메타버스와 금융’ 공동 프로젝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신한카드) ⓒ천지일보 2021.6.15

MZ세대 접점↑, DT 일환

DGB, 회의 제페토서 열어

신한 디지털 플랫폼 개발

메타버스 펀드 줄줄이 출시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최근 카드, 은행, 증권사 등 금융사들이 디지털 전환의 일환으로 ‘메타버스’에 주목하고 있다. 잠재적 고객층인 MZ세대와의 접점을 늘리면서도 가상자산으로 구현될 신 금융서비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사 수장들은 올해 디지털 전략 역점과제로 메타버스를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관련 상품 출시와 함께 공동 연구·개발 등 협업이 잇따르고 있으며 일부 금융지주에서는 그룹 경영 현안 회의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이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금융권에서 핫한걸까.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과 가상공간이 상호작용하는 일종의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단어로 1992년 닐 스티븐슨이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사용하며 알려졌다.

가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오가며 가상 사무실에서 일하고 가상화폐로 소비를 즐길 수 있으며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현실과 유사하게 생활할 수 있다. 10대의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어 최근 IT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초기 투자비용이 높고 당장 상품 판매에 따른 수익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구조임에도 금융권은 잇따라 메타버스 속 가상경제에 탑승하고 있다.

DGB금융지주는 지난달 21일에는 그룹 경영 현안 회의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진행했다. 이는 5월 초 경영진회의를 해당 플랫폼에서 진행한 이후 두 번째다. 향후 DGB금융은 제페토 내에 전체 임직원이 경험해볼 수 있는 DGB금융지주 전용 참여형 맵을 선보일 예정이다.

24일 신한금융그룹은 경기도 판교에 디지털혁신플랫폼 개발 조직인 ‘TODP 추진단’의 공식 사무소인 ‘디지털 이노베이션 휠’을 개소했다. 사진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온라인으로 진행된 개소식 행사에 VR기기를 활용해서 참여하는 모습. (제공: 신한금융그룹) ⓒ천지일보 2021.5.24
24일 신한금융그룹은 경기도 판교에 디지털혁신플랫폼 개발 조직인 ‘TODP 추진단’의 공식 사무소인 ‘디지털 이노베이션 휠’을 개소했다. 사진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온라인으로 진행된 개소식 행사에 VR기기를 활용해서 참여하는 모습. (제공: 신한금융그룹) ⓒ천지일보 2021.5.24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 5월 24일 디지털혁신플랫폼 개발 조직 ‘TODP 추진단’의 공식 사무소인 ‘디지털 이노베이션 휠’ 개소식에서 VR 기기를 활용한 오프닝 세레모니를 진행했다. TODP 추진단은 생활서비스와 메타버스 등 비금융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지분투자와 인수합병(M&A)도 병행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이 전개하는 디지털 전환 전략의 연장선으로 신한카드는 도서 ‘메타버스’의 저자 김상균 교수 등과 함께 공동 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했다. 메타버스에 대한 금융권의 활용 방안을 창출하고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 역시 디지털 연구개발(R&D)센터 직원들과 메타버스 관련 발표를 듣고 직접 디지털 기술 활용 방안을 주문했다. 권 행장은 “디지털 혁신은 은행의 미래가 달린 생존과제”라며 “고객 중심의 플랫폼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금융권의 움직임은 메타버스 이용층 상당수가 향후 고객이 될 MZ세대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경우 가입자 2억여명(지난 2월 기준) 가운데 80%는 18세 미만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50%가 가입했고, 하루 평균 접속자만 4000만명에 이른다.

지난 18일 권준학 NH농협은행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서울 서초구 소재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개최한 ‘D-Talk’ 세미나에 참석해 디지털R&D센터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제공: NH농협은행) ⓒ천지일보 2021.5.19
지난 18일 권준학 NH농협은행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서울 서초구 소재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개최한 ‘D-Talk’ 세미나에 참석해 디지털R&D센터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제공: NH농협은행) ⓒ천지일보 2021.5.19

이에 대해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 4월 ‘메타버스의 부상과 금융업의 변화’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 시장이 2019년 455억달러(약 50조원)에서 2030년 1조5429억달러(약 170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파일럿 수준의 메타버스 기술 도입과 MZ세대를 위한 메타버스 금융 콘텐츠 개발검토가 필요하다”며 “메타버스에 의한 디지털 금융은 가상세계와 현실을 잇는 기술적 장점으로 스마트폰의 한계인 온·오프라인의 괴리감을 극복하고, 현실과 가상이 연결된 금융시대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몇몇 글로벌 금융사는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오프라인 업무와 온라인을 연계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도미니온(TD) 은행은 VIP 고객이 지점에서 투자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 AR기기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시각화해 제공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트레이더 전용 AR분석기 ‘홀로그래픽 워크스테이션(Holographic Workstation)’을 개발해 오프라인 자료의 디지털화와 팀원 간 원격 의사소통에 활용하고 있다.

현재 메타버스가 자산관리 시장으로 침투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금융권이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다. 로블록스의 경우 벌어들인 가상화폐(로벅스)를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페이팔과 같은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면 10만로벅스 당 약 350달러로 환전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법은 게임자산의 현금화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추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면 가상세계의 또 다른 금융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붙임2-1.(사진) 제페토 내 구축된 한강공원 가성 체험공간ⓒ천지일보 2020.11.16
제페토 내 구축된 한강공원 가성 체험공간 ⓒ천지일보DB

메타버스의 성장에 힘입어 관련 기기나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삼성자산운용은 메타버스 관련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삼성글로벌 메타버스’ 펀드를 출시했다. 클라우트 컴퓨팅, 가상현실(VR), 모빌리티, 온라인 게임, 온라인 결제, 온라인 플랫폼, 3D디자인 툴 관련 기업에 투자가 이뤄질 계획이다.

KB자산운용도 지난 14일 업계 최초 메타버스 펀드로 ‘메타버스경제’ 펀드를 내놨다. 메타버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 펀드는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기기 등을 제조하는 하드웨어 기업인 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에 투자한다.

신한금융도 지난 3월 신한은행·신한카드·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그룹사가 출자자로 참여해 3000억원 규모의 메타버스 관련 펀드를 조성했다. 신한금융은 조성된 펀드를 통해 폭넓은 규모의 디지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로 했다. 펀드를 통해 지원하는 벤처·스타트업에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대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IBK투자증권은 메타버스 환경에 맞는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 ‘메타시티포럼’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메타시티포럼은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관련 업체들이 모인 회의체다. IBK투자증권은 업무협약을 통해 추후 메타시티포럼을 통해 구현화 될 메타버스에서 지점을 개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이같이 메타버스 관련 펀드가 출시됐음에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다중접속임무수행게임(MMORPG) 자체가 메타버스의 경우에 해당할뿐더러, 지난 2000년대 중반 인기를 얻었다가 사라진 ‘세컨드 라이프’의 사례가 재현됐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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