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기자실에서 ‘부동산 투기’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기자실에서 ‘부동산 투기’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성남 재개발 투기 정황 포착

공인중개업자와 결탁하기도

“자격취득 쉬운 업계도 문제”

“LH 성과, 객관적으로 봐야”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부동산 개발 법인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투기를 해온 정황이 포착됐다. ‘LH 해체’ 주장이 다시 힘을 받는 가운데 정부의 결단과 ‘공인중개업계의 관행 개선’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남구준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 본부장은 지난 28일 “성남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LH 전·현직 직원들이 공인중개사와 결탁해 투기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남 본부장은 “LH 직원들과 그 친척·지인 등 수십명이 부동산 개발 회사를 별도로 만들어 조직적으로 투기한 정황도 확인돼 수사하고 있다”면서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을 많이 매입한 점이 확인돼 가담한 사람을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소 경남혁신도시의 밤을 밝혔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진주 본사 건물의 불 꺼진 모습. (제공: 독자) ⓒ천지일보 2021.6.22
평소 경남혁신도시의 밤을 밝혔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진주 본사 건물의 불 꺼진 모습. (제공: 독자) ⓒ천지일보 2021.6.22

◆“LH, ‘L’과 ‘H’로 해체해야”

공공성이 강한 토지(L)와 주택(H)을 담당하는 공기업 직원들이 사익을 위해 법인까지 만든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선을 넘었다”며 비판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며 “공익을 추구해야 할 공기업이 본분을 망각한 것은 물론, 비용과 효율만을 중시한 탓에 도덕과 윤리가 바닥에 추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의 결단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LH를 주축으로 주택 공급을 진행해야 하는 정부는 LH를 일부 손보는 ‘LH혁신안’을 발표했지만, 핵심인 토지 부문과 주택 부문을 완전히 분리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김 교수는 “(정부가) 효율성을 위해 토지 공사와 주택 공사를 합병한 결과, 공기업 직원들이 투기를 위한 법인까지 세우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정부는 LH를 완전히 분리해 토지 부문과 주택 부문이 서로 정보공유를 못 하게 막아야 하며, 땅에 떨어진 ‘공정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토지와 주택에 대한 공공성을 재정립하고, LH 전체에 대한 반복적인 윤리교육과 엄중한 처벌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형욱 장관이 7일 세종 정부청사에서 LH혁신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제공: 국토교통부)
노형욱 장관이 7일 세종 정부청사에서 LH혁신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제공: 국토교통부)

◆“치열한 공인중개업계도 개선해야”

LH와 공인중개사들이 결탁한 부분에 대해선 현실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부동산평가업체 리얼하우스 김병기 대표는 “LH는 워낙 문제가 많았지만, 공인중개사들이 현실에 치여 결탁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시험만 보면 누구나 공인중개사가 될 수 있기에 그 수가 지나치게 많다. 결국 중개사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이번 사례가 아니더라도 생계를 위해 불법·편법을 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부동산은 공적인 측면도 강해 직업윤리를 위해 주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면서도 “공인중개사들이 지나친 경쟁에서 벗어나 직업윤리를 택할 수 있도록 정부의 실질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종 교수도 “업계의 지나친 경쟁이 불법과 편법을 초래했다”며 “시험만 보면 자격을 주는 식의 문화를 개선하고 공공성과 도덕성, 윤리를 반영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투기는 처벌해야 하지만 ‘LH의 성과’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종규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조직이 비대해진대 따른 필연적 문제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도 “LH가 하는 저소득층 주거환경 개선에 대해선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LH가 투기 문제를 제외하면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해선 상당히 잘하고 있다”며 “무조건 분리보다는 이번 기회에 윤리적 개선을 통해 LH가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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