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욱 장관이 7일 세종 정부청사에서 LH혁신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제공: 국토교통부)
노형욱 장관이 7일 세종 정부청사에서 LH혁신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제공: 국토교통부)

정부 LH혁신안, 조직개편안 빠져

당정 의견 불일치로 8월에 확정

LH사태, 우려에도 조직 키운 탓

“LH분리하고, 시장경제에 맡겨야”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가 발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 방안’에서 LH의 인원을 2000여명 줄인다고 밝혔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3000명 가까이 늘어난 LH 직원 중 2/3를 감축하는 것이라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또 혁신안에는 LH의 기능을 나누는 조직개편안이 제외돼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국토교통부는 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LH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에선 LH투기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공공택지의 입지조사 업무를 LH에서 국토부로 회수하고, 전 직원의 재산 등록이 의무화된다. 또 취업제한 대상을 임원 7명에서 고위직 529명으로 확대한다.

일각에선 이번 LH 혁신안을 두고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한다. 주거복지와 주택, 토지를 분할하겠다던 조직개편안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논의 중인 조직개편안을 오는 8월에는 확정해 정기국회에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혁신안에 LH의 조직개편안이 담기지 못한 이유를 두고 당정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초유의 땅 투기 사태를 일으킨 LH를 해체 수준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정부는 앞서 발표한 주택공급 계획을 LH를 통해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27일 중앙로타리 일대에서 진주시 중앙동 봉사단체협의회가 ‘LH 분사 등 정부 졸속 개편 반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이들은 “정부에서 추진 중인 LH 분리 조직개편 시도는 LH 본사가 있는 진주시, 경남도와 협의도 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2015년 진주로의 이전을 힘들게 이룬 진주시민의 뜻과 노력을 짓밟는 행위”라며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천지일보 2021.5.28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27일 중앙로타리 일대에서 진주시 중앙동 봉사단체협의회가 ‘LH 분사 등 정부 졸속 개편 반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5.28

또 국토부는 LH의 공공택지 입지조사 업무를 회수하고, 일부 기능을 축소·이양하면서 인원을 20%(2000명)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할 때도 권한과 정보가 집중돼 부패 우려가 제기됐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LH의 정규직 수를 3000명 가까이 늘렸기 때문이다.

결국 이미 부패의 우려가 제기된 조직을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공공주도의 주택공급’이라는 명목으로 키워 놓고, 사상 초유의 부동산투기 사건이 터지자, 뒤늦게 이를 수습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또 공공택지 입지조사 업무는 국토부로 넘겼지만, 정작 문제가 됐던 ‘택지보상’과 ‘부지조성’ 등은 아직 LH가 가지고 있다. 지난 3월 LH 직원들은 택지 보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시흥에 농지를 사 묘목을 심고, 1000㎡가 넘는 땅에는 추가 보상이 있다는 점을 노리고 큰 땅을 여러 명이 공동구매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공공주도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1.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공공주도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1.2.4

일부 전문가는 정부의 혁신안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LH의 기능이 분산되는 조직 개편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선 정부가 그동안 LH를 통해 추진하려 했던 공공주도의 주택공급을 민간으로 돌리고 시장 경제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LH 사태는 토지와 주택을 한 개의 기관이 다루면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합쳤지만, 공기업이 지나치게 거대해져 내부의 부정비리가 늘어나는 등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LH를 토지부문과 주택부문으로 나눠 연계성을 끊어 힘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만약 LH가 분리될 경우 정부가 그동안 추진했던 공공주도의 주택공급 정책은 차질을 빚게 된다”면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개입이 커지면서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는 구축효과가 발생하고, 기업의 경쟁이 줄어 주택의 공급 탄력성은 떨어지고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다.

즉 정부가 여당의 의견을 받아 LH를 토지와 주택으로 나누는 조직개편안을 적용하고, 이를 민간에 맡겨 시장 경제로 부동산 시장이 흘러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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