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3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1.6.3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3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1.6.3

“집값 고평가돼 하락에 주의”

서울 아파트값 57주 연속↑

올해만 평균 8799만원 올라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가 집값에 ‘거품’이 껴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정부의 잇따른 경고 메시지를 두고 부동산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8일 정부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제2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의 주택가격이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커 수요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서울의 주택가격이 장기추세를 상회해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해당 금융안전보고서는 향후 과도한 레버리지가 주택가격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버리지란 부채를 끌어다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5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아 송구스럽다”면서도 “2~3년 후에 집값이 내려갈 수 있고, 전 세계적으로 풀린 자산 거품의 정상화가 진행될 수 있어, 주택을 살 때 무리한 ‘영끌’을 하면 나중에 처분 시점에서 힘든 상황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값 상승, 여전히 ‘진행형’

경제부총리와 국토부 장관의 경고에도 집값 상승세는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4주 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3주 연속 0.12%p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6월 1일(0.00%) 이후 가장 가파르게 오른 것이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은 57주 연속으로 오르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요를 나타내는 지수가 15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매수요가 줄고 전세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4주 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10.6로 전주인 110.4보다 0.2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수급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전세매물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의 비중을 지수화 한 것이다.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많아지거나 수요가 적어지는 것을 의미하고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많아지거나 공급이 줄어듦을 의미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1.7.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1.7.2

또 수도권 아파트값은 전주에 이어 0.35%p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6월에는 매주 0.34%씩 오르며 1달간 약 1.35% 오르기도 했다. 수도권은 지난 2019년 9월 이후 94주 연속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 ‘6월 KB주택가격동향 시계열’을 보면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은 지난 6월 11억 4283만원을 기록하며 올해에만 8799만원(7.7%) 올랐다. 지난해 동안에만 1억 9111만원 올랐으니 1년 6개월 만에 약 2억 7286만원 오른 셈이다.

◆연이은 정책 난항에 신뢰도↓

경제 수뇌부의 집값 하락 경고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는 등 시장 반응이 냉담한 이유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대책이 이렇다 할 성과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월 정부가 공공주도의 주택공급을 지향하며 2.4대책을 발표하면서 집값이 안정되나 싶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비리가 밝혀지면서 공직자들의 부동산 비리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LH를 주축으로 공급을 추진해야 하는 정부의 계획은 난항을 겪게 됐다. 또 정부 과천청사 유휴부지에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던 계획도 주민들의 반발에 철회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평소 경남혁신도시의 밤을 밝혔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진주 본사 건물의 불 꺼진 모습. (제공: 독자) ⓒ천지일보 2021.6.22
평소 경남혁신도시의 밤을 밝혔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진주 본사 건물의 불 꺼진 모습. (제공: 독자) ⓒ천지일보 2021.6.22

◆“불안심리 잠재우기 위한 의도적 발언”

이재수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와 공급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일반 경제와는 달리 부동산시장은 심리적인 부분들이 특히 많이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주택은 공급에 최소 2~3년이 소요되는 만큼 공급이 즉각적일 수 없어, 집값에 심리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부총리와 장관의 말도 심리적인 부분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 “공급이 시장의 수요와 시기가 맞지 않아 시장의 반응이 냉담한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수뇌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의도적으로 한 말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공급을 추진 중이기 때문에 2~3년 후에 집값이 내려가는 것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시점에서 집값의 등락을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집값이 내려가는 것은 가능성의 문제며, 지역적으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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