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노병 ‘랠프 퍼켓’은 최고 명예 훈장… 같은 전장 91세 노병 ‘熙’는 구치소 형벌

이상면 천지일보 편집인.
이상면 천지일보 편집인.

이달(5월)이 가기 전에 꼭 남기고 싶은 글이 있다. 5월 하면 어린이와 어버이와 스승을 한 번쯤 떠올려 보게 되는 가정의 달이다. 특히 이달은 부모님과 스승의 은혜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5월의 신록만큼이나 아름다운 달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감사의 마음은 퇴색 돼갔고, 진흙탕이 된 세상 속에서 희석돼가고 있다. 제자가 스승에게 욕을 하고 구타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교권은 무너졌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형제가 형제를 죽여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돼 버렸다. ‘민주주의’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인해 자유(自由)와 방임(放任)을 구분한다는 것은 하나의 사치가 됐고, 또 진영과 진영논리에 함몰돼 국가의 기능이 파괴될 정도로 국가 위계질서는 만신창이가 됐으니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했다. 가정과 교육과 나라는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어느 쪽 어느 하나라도 병이 들면 모든 것이 다 무너지고 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스승이 없는 세상이 됐다는 서글픈 얘기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경천애인(敬天愛人)’ 즉, 하늘을 우러렀고 두려워했으며 인간을 사랑했던 민족이다. 또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사상을 통해 나보다 가정을, 이웃을, 사회를 나아가 나라와 인류를 먼저 생각하고 걱정하는 우수한 DNA(유전자)를 가진 민족이다.

상투 머리와 갓을 쓰고 하늘과 함께하기를 원했고, 흰옷을 입었고,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라는 이름이 오늘까지 배달돼 온 배달의 민족이다. 그런데 왜 이 지경이 됐단 말인가.

원인 없는 결과는 없을 터, 과연 그 원인은 무엇일까.

하늘을 우러러봤던 민족이라는 데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곧 종교며 영성이다. 다시 말해 종교의 본질이 무너진 결과다.

종교가 무너지니 종교와 하나 된 세상도 무너진 것이다.

종교의 본질은 ‘진리(眞理)’ 그 자체에 있다. 이 세상엔 진리(교리, 말씀)가 없다. 문제는 진리가 없어도 진리가 없다는 그 사실을 모른다는 데 심각성이 있으며, 혹여 안다 해도 거짓말로 천지분간을 못하게 해놨으니 독주에 취한 듯 다 미쳐 날뛰고 있는 것이다.

진리가 없는 이유는 이 세상 스승에게 진리가 없기 때문이며, 이 세상 스승에게 진리가 없는 것은 그들을 양육하는 신학교에 진리가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신학교엔 왜 진리가 없단 말인가. 그것은 신학교에 진리의 본체이신 성령이 없고 창조주 하나님이 없기 때문이니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온 세상에 외치는 자는 많지만 참된 스승이 있는지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말 말 말, 온갖 거짓말로 세상은 노아 때와 같이 영적 홍수를 만나 모두가 죽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무지 깨닫지를 못하고 있다.

“그리스도 안에서 일만 스승이 있으되 아비는 많지 아니하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복음으로써 내가 너희를 낳았음이라(고전 4:15)”고 했으니, 과연 그렇도다.

그러나 끝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니 곧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 했다.

군사부일체라 했듯이, 참된 부모 참된 스승 참된 지도자를 요구하는 새 시대가 도래했고, 그 스승이 지금 우리 앞에 와 있다.

우리의 스승은 진리를 가지고 와 말세가 된 처음 세상을 미련 없이 끝내고, 새 시대를 위해 진리로 새 사람을 낳아 양육하니 우리의 참 부모요 참 스승이 틀림없다.

우리의 스승은 가시밭에서 가시에 찔려가면서도 세상을 살리고 있다.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마녀사냥의 먹잇감이 되어 압수수색을 받고 구치소에 갇히면서도 세상을 살피고 있다.

6.25 참전용사로 피 묻은 군복을 입고 죽어가는 전우들 앞에서 다시는 전쟁 없는 평화의 지구촌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구순의 나이에도 쉬지 않고 지구촌 전쟁종식과 평화의 세계를 위해 지금도 달리고 있으니 우리의 참된 지도자가 아닌가.

이로 보아 군사부일체 곧 참된 지도자 참된 부모 참된 스승을 만났다. 다만 믿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보고 듣고도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니 이 세대는 진정 눈 뜬 봉사인가.

문재인 대통령의 금번 방미를 맞아 바이든 대통령의 이벤트를 생각해 본다.

6.25 참전 용사인 94세의 노병 ‘랠프 퍼켓’에 대한 최고의 명예 훈장 수여식이었다. 이 자리에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문 대통령을 참석시켰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랠프 퍼켓 예비역 대령님은 한국 전쟁의 영웅입니다. 한국의 평화와 자유를 지켜준 데 대해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물론 이 깜짝 이벤트엔 북중을 의식해 6.25전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두 나라가 혈맹관계에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기는 했다. 어찌 됐든 두 나라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 재치 있고 깜찍하고 의미 있는 이벤트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하고 싶은 말은 같은 장소 같은 전쟁에서 피를 흘렸으면서도 94세의 노병은 최고 명예 훈장을 받았으나, 91세 노병은 죄가 없음에도 죄인이 되어 구치소에 들어가야 했다.

죄인의 누명을 쓴 그 노병이 새 시대를 이끌어 갈 선구자요 우리의 참 스승일 줄이야 누가 알 수 있으랴. 하지만 알게 되는 그날이 가까이 오고 있다.

ⓒ천지일보 202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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