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면 천지일보 편집인.
이상면 천지일보 편집인.

작은 거인, 1931년생 우리 나이 91세 HWPL 대표 이만희, 누가 이 사람을 아는가. 누가 이 사람을 보았는가. 아니면 이 사람이 죄인인가. 그렇지 않다면 이 사람이 의인인가 말해보라. 왜 말을 못하는가.

이 사람은 대동아 전쟁(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했고, 해방 후엔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의 비극의 현장에서 조국의 산하를 지키기 위해 전우들과 함께 피를 나누었던 6.25 참전용사(보병 제 7사단)이기도 하다.

모윤숙 시인은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는 글을 남겼지만, 지금 91세 노병(老兵)은 살아서 말을 하고 있다. 그날 준비 없는 전쟁 속에서 전우들과 죽음을 담보로 나라를 지킨 용사들이 이름 모를 산하에서 산화해 갔다. 노병은 적탄 속에서 죽어가는 전우들 앞에 약속하고 맹세했다. 노병은 참혹한 전쟁의 현장에서 평화의 세계를 만들어 후대에 유산으로 물려주겠노라 다짐했다. 그것이 죽어가는 전우들의 한을 풀어주는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짐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2014년 1월 24일,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이뤄진 민간평화협정 관련 사진 1장에 주목해야 한다. 노병은 당시 84세의 나이에 40년 분쟁으로 12만여 명이 죽어간 총알이 빗발치는 유혈분쟁지역으로 직접 찾아가 이슬람 지도자와 가톨릭 지도자들을 만나 극적인 평화협정을 이뤄냈다. 그 후 40년간 총알을 겨누던 주민들에게 총성이 멈췄고, 40년 동안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했던 주민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찾아왔다.

지구촌에서 가장 분쟁이 심한 민다나오에 평화가 오면 지구촌에 평화가 온다고 하던 그 지역에 한국인 평화 운동가가 기적같이 평화를 이뤘다.

고질병과 같았던 민다나오 섬은 평화협정 이후 평화가 빠르게 확장되고 정착돼 오늘에 이르게 됐으며, 평화협정 1주년이 지나면서 민다나오 평화 기념비가 마긴다나오 주 평화협정 장소에 세워졌다. 그리고 2주년이 되는 해 이슬람군 주둔지에도 평화기념비가 섰다.

현지 주민들은 한국인 이만희 대표가 이끄는 HWPL을 통해서 민다나오에 평화가 왔다는 사실을 이 평화기념비 건립으로 입증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현지 주민들이 40년 동안 투쟁해온 데는 민다나오에 이슬람자치구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고, 2014년 1월 24일 평화협정이 이뤄지고, 그다음 날인 25일 정부군과 반군의 공식 협정으로 이어졌으며, 이 협정이 4년여 발전해 오면서 2018년에 최종 두테르테 현 대통령이 이슬람자치구가 생겨나는 방사모로법에 승인해서 실제 민다나오섬 마긴다나오주에 완전하게 이슬람자치구가 생겨나게 됐다.

이 쾌거는 자기 나라 대통령도 정치인도 이루지 못한 일을 한국인 평화운동가가 해낸 것이다.

어떤 이는 “평화는 하나님의 일이다”라고 했다. 노병 역시 두 지도자에게 “당신들이 믿는 신은 전쟁을 하라고 하더냐”라고 물었고, “신의 뜻은 분쟁이 아니라 평화다”라는 말로 그들의 생각을 한순간에 바꿔 놨고, 이어 “당신이 진짜 평화를 원한다면 와서 이 협정서에 서명하라”고 했고, 그들은 노병의 말에 순종하며 실제 서명에 이르렀다.

주민들은 그동안 평화를 정치적 흥정거리로 여기던 사람들과 사뭇 다른 진정성을 이 대표에게서 느낀 것이다. 그 진정성은 나이 84세에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로 평화를 위해 찾아왔다는 이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민다나오 평화협정은 사람이 해낸 게 아니며 신의 역사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노병은 전쟁종식 세계평화를 이루라고 천명을 받은 이후, 31차에 걸쳐 해외 순방을 나갈 때마다 하나님께 답답한 자신의 심정을 고백한 글을 써왔고, 후에 이 글이 공개됐다.

“하나님, 제가 세상 최고의 진리를 받았으니 진리는 제가 전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평화의 일은 저는 못하겠습니다. 저처럼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평화를 이룹니까”라고 하소연 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하나님께 떼를 썼다’고 한다. “그럼에도 평화의 일을 하라 하신다면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면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하면서 “평화의 답을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그 답이 바로 첫째가 ‘전쟁종식 평화 국제법 제정’이었고, 이는 지구촌에 국제법이 있지만, 평화를 위해 전쟁을 해야 한다는 모순된 국제법이기 때문이며, 둘째는 지구촌 분쟁의 원인 80%가 종교 분쟁이므로 종교가 하나 되는 ‘종교 대 통합’이다. 이 두 가지 답을 하나님께 받고 전 세계를 돌며 동참해달라고 호소해왔던 것이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의 행보는 드디어 2016년 3월 14일 실제 전쟁종식 평화 국제법 초안이 되는 ‘지구촌 전쟁종식 평화 선언문(DPCW)’을 만들어서 전 세계에 공표를 하게 됐고, 유엔에 상정하기 위해 전 세계에 지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 국제법 제정에 남태평양 연안국가는 물론 아프리카 55개국(아프리카가 중요한 이유: 유럽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에 대한 보상 심리로 인해 아프리카가 지지하면 유럽은 따라주는 게 관례)이 지지를 표했으며, 유엔 145개국 대사 대표부들이 있는 자리에서 DPCW 발표 및 지지를 호소, 145개국 전원의 지지를 얻어내기도 했다.

노병은 이처럼 평화에 대한 불같은 열정으로 31차에 걸친 해외 순방을 이어갔으며, 2014년부터 평화 만국회의를 총 6회에 걸쳐 개최해 왔다.

무엇보다 획기적인 것은 DPCW에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밑거름도 담겨 있다는 사실이며, 이 한반도 평화 설계에 대해서도 이미 세계 평화지도자들의 지지를 얻어놓은 상태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노병이 만들어가는 평화는 허공을 치는 메아리가 아니다. 이제 그 진정성에 감동한 지구촌 사람들이 우리 대에 평화세계를 만들어 후대에 유산으로 물려주자고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병은 내 나라 대한민국으로부터 한 때는 영어(囹圄)의 몸이 돼 있었고, 지금도 죄인 아닌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누가 무슨 일로 씌운 굴레인가. 권력자들은 인과응보(因果應報)와 사필귀정(事必歸正)의 교훈을 배우라.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그 누구보다 가슴으로 뼈저리게 경험하고 느껴본 노병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평화의 여정은 호국보훈의 달 이 6월의 노래가 되어 아름다운 곡조로 불려질 것이다.

ⓒ천지일보 2021.6.20
ⓒ천지일보 2021.6.20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