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칼럼] 진술거부권과 미란다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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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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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2조 제2항을 보면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해, 고문을 받지 아니할 권리와 진술거부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진술거부권이라고 해, 헌법은 수사절차나 공판절차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이나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현행 헌법에 규정돼 있는 진술거부권은 미국 연방수정헌법 제5조의 ‘자기부죄 강요금지’에서 유래한다. 자기부죄거부권이라고도 불리는 진술거부권은 형사사건에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겠다는 명분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수사를 차단해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으로 무리하게 진술을 강요하는 것보다는 인권보장에 우선을 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술거부권은 고문금지와 함께 규정돼 있다.

진술거부권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의 거부이기 때문에 주로 형사피의자나 형사피고인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들 이외에도 증인이나 참고인에게도 인정되는 기본권이다. 이 진술거부권은 자백이 유일한 증거일 경우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과도 연결된다. 진술거부권은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에 대한 거부권으로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면 진술을 거부하고 침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묵비권이라고도 한다.

진술거부권에서 진술이란 자신의 생각, 지식 및 경험사실을 언어를 통해 표출하는 것으로 구두진술과 서면진술이 있다. 이런 점에서 증거물이나 신체에 의한 객관적 증거로 글씨, 지문 등은 진술이 아니다. 또한 성명, 주소, 직업에 관해서도 진술거부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에 관한 명세서나 영수증을 보존하게 하는 행위는 진술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진술거부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진술거부권은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라 사전에 고지돼야 한다.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진술을 받으면 이는 무효이기 때문에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대법원은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받은 피의자의 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했다. 위법수집증거배제원칙은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판례를 통해 확립된 것으로 압수, 수색, 신문에까지 확대됐다.

진술거부권은 1966년 미국의 미란다사건에서 미란다원칙의 한 내용이 됐다. 미란다원칙은 형사피의자나 형사피고인은 진술거부권을 보장받으며, 어떠한 진술도 이들에게 반하여 사용될 수 없고, 심문시 변호인입회권의 보장 등을 사전에 고지받아야 하는 것을 말한다. 미란다원칙이 형사피의자나 형사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아니지만 진술거부권이나 위법수집증거배제원칙 등은 여전히 중요한 인권보장 수단이다.

2020년 11월에 법무부는 악의적으로 휴대폰 비밀번호를 숨겨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법원 명령 등 일정한 요건 하에 비밀번호의 공개를 강제하고 이를 거부하면 제재하는 법률제정을 검토했다. 법무부는 디지털 정보사회에서 법집행의 무력화를 방지하기 위해 사법방해죄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휴대폰 비밀번호 공개강제는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할 수 없다는 헌법상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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