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그룹in<6>] '선장'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2세 경영도 순항, 비결은?
[유통그룹in<6>] '선장'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2세 경영도 순항,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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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제공: 숙명여자대학교)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제공: 숙명여자대학교)

장보고를 꿈꾼, 국내 최연소 선장의 바다 생활

1969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동원산업 창업

참치 어획량과 참치 가공부문에서 세계 1위

엄격한 자식교육, 2세 승계 차질 없이 진행

‘60년 뱃사람’ 대한민국 부강 위해 ‘인재육성’

“태풍이 오면 선원은 파도가 아니라 선장을 본다”

[천지일보=조혜리 기자] 꿈을 안고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진로를 고민하던 똘망한 눈을 가진 젊은이의 마음에 오대양 육대주를 누릴 꿈을 심어준 은사, 그 은사의 뜻을 따른 청년.

“언젠가는 오대양을 누빌 시기가 올 것이다. 생각해 봐라!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지하자원도 없는데 뭘 가지고 세계에 나가 경쟁하겠느냐. 바다를 개척하는 길밖에 없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강진농고 재학 시절 교사의 말을 듣고 바다에 관심을 갖고 부산 수산대학교(현 부경대학교)에 진학했다.

김 회장의 일생을 바꾼 은사의 충언이 지금의 동원그룹을 만들어냈다. 청년 김재철은 국립수산 대학을 졸업하고 동기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 대부분 졸업 후 해무청, 수산시험장, 수산검사소, 어업조합 같은 곳에 취직하거나 수산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청년 김재철은 수산고등학교 교사가 될 기회를 마다하고 위험과 고난으로 가득 찬 원양어선을 타기로 결심한다. 그는 지난1958년 1월 졸업식을 한 달여 남겨놓고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인 지남호(指南號, 230톤급) 실습항해사를 자청해서 사모아에 출어(出漁)했다.

출어(出漁)가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원양어선을 타겠다는 청년 김재철에게 당시 제동산업 수산관계자들은 사서 고생하려는 청년을 말렸다. 그러나 그는 “보수는 바라지 않는다. 또한 항해 중에 사고를 당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고 승선할 수 있었다. 그는 정원 이외의 인원이었고 월급도 없고 야전용 침대에서 잠을 잤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책을 읽었고 매일 일기를 썼다. 이어 그는 3년 만에 선장이 됐다.

1969년 8월, 동원의 최초 어선인 '제31동원호' 출어식에 참석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제공: 동원그룹)
1969년 8월, 동원의 최초 어선인 '제31동원호' 출어식에 참석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제공: 동원그룹)

◆자본금 1000만원, 3명의 직원과 동원산업을 세우다


대한민국의 지난 1960년대는 제1, 2차 경제개발계획을 통해서 공업화와 자립경제의 기반을 구축했고 한국 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 시점 수산업 부문에 국가예산이 투입되면서 수산업의 근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청년 김재철은 지난 1969년 4월 16일 서울시 중구 명동 2가 33-2 상업은행 빌딩 401호에 자본금 1000만원으로 3명의 직원과 함께 동원산업을 세웠다.

그 해 그는 국내 경제사정으로 불가능한 일에 도전한다. 당시 사장이었던 청년 김재철은 외국회사가 인정한 신용으로만 외국에서 배를 먼저 도입하고 어로작업을 통해 벌어들인 후 이를 갚는 조건으로 불가능 할 것 같은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외에 쌓아둔 자신의 신용을 자산으로 일본 도쇼쿠의 미국 현지법인 올림피아 트레이딩으로부터 37만 달러에 달하는 500백 톤급 어선 제31 동원호와 제33 동원호를 도입한다.

그후 지난 1973년 5월 아프리카 가나공화국의 테마 항구에 업계 최초로 해외기지를 설치한 후 ▲1976년 11월 동원냉장(주) 설립 ▲1977년 10월 카메라 제조사 오리온광학(주) 설립 ▲ 1979년 1월 국내 최초 참치 선망선 도입 ▲1979 7월 동원육영재단 설립 ▲1981년 11월 동원식품(주)을 세웠다.

이후 지난 1982년 5월 한신증권을 인수하고 같은 해 11월 12일에는 국내 최초로 참치통조림을 출시했다. 동원산업은 1985년 시장점유율 85%로 참치캔 시장을 주도했다.

동원산업은 지난 1989년 3월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9월에는 동원 바다어묵을 출시했다. 지난 1996년 4월 1일 동원그룹이 공식 출범했다.

김 회장의 이런 오랜 노력 끝에 참치 어획량과 참치 가공 부문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참치’하면 ‘동원’이며 현재 약 60억개의 참치캔이 팔려나갔다.

◆엄격한 자식교육, 2세 승계 차질 없이 진행


김 회장은 창업 1년 만에 120만 달러 수출 실적을 기록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러나 창업 4년 만에 위기가 찾아왔다. 1973년 10월 제1차 석유파동은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어업 원가 중 유류비가 35% 이상을 차지하는 원양어업계에 큰 타격을 줬다. 거기다 선진국들이 경제수역(200해리)을 선언하면서 어로 활동에 제한이 걸렸다.

그는 이러한 위기에 빛을 발하는 추진력을 보였다. 해외 판매처 중심인 기존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가까운 일본에 판매하는 것으로 전환했다. 일본에 직접 판매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러한 선견지명(先見之明)은 책 읽는 습관에서 비롯됐다. 그는 실습항해사 시절 쪽잠을 자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의 이런 습관은 정도경영과 자녀교육에도 나타났다. 김 회장은 두 아들이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되서도 1주일에 한 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도록 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통찰력이 생기고 잘못된 정보에 속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어릴 적부터 경영수업을 시킨 것이다.

김 회장은 지난 1991년 장남 김남구 부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62억 3800만원의 증여세를 자진 납부해 화제가 됐다. 당시 국세청이 세무조사로 추징하지 않고 자진 신고한 증여세로 김 회장의 62억원이 사상 처음이라고 밝히며 화제가 됐다.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은 입사 후 창원의 참치캔 제조공장과 생산직 등 또 청량리지역 영업사원으로 현장 경험을 시킨 후 11년이 넘어서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장녀 은자씨와 차녀 은지씨는 대학 입학 후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교육이념의 가나안농군학교에 보내 노동과 근검절약의 중요성을 배우게 했다.

김재철(오른쪽)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16일 KAIST 대전 본원에서 AI 발전기금 기부 약정식을 진행하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제공: 동원그룹)
김재철(오른쪽)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16일 KAIST 대전 본원에서 AI 발전기금 기부 약정식을 진행하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제공: 동원그룹)

◆‘60년 뱃사람’ 대한민국 부강 위해 ‘인재육성’


김 회장의 아호는 자양(滋洋)이다. ‘큰 바다가 평생 나를 키웠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 담겼다. 스물셋에 무급 항해가가 최연소 선장이 되어 경영인으로 자라기까지 그의 무대는 망망대해 바다였다.

그는 경영인으로 성실한 기업 활동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것은 납세와 고용창출과 인재육성이었다. 나라가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원양어선 선장이던 시절부터 고향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그는 1979년에 자신의 지분 10%를 출자해 장학재단인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했다.

동원육영재단은 40년 간 장학금과 연구비, 교육발전기금 등 약 420억원에 가까운 장학금을 통해 우리나라 인재양성에 힘쓰고 있다. 또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나눠주는 동원 책꾸러기와 대학생 대상 전인교육 프로그램인 라이프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작년 12월 16일 국내 인공지능(AI) 분야 인재 육성을 위해 카이스트(KAIST)에서 기부 약정식을 갖고 향후 10년간 연차별 계획에 따라 사재 5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태풍이 오면 선원은 파도가 아니라 선장을 본다”


“태풍이 칠 때, 선원들은 파도를 보지 않고 선장의 얼굴을 본다. 선원들은 파도를 한 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공포를 느낀다. 선장의 표정에서 자신감과 당당함이 보이면 선장의 지시에 잘 따라 단결하여 폭풍권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선장의 얼굴에 당혹감과 불안함이 보이면 선원들의 불안은 더욱 커져 수습할 수 없는 경우에 빠지는 수가 많다. 리더란, 이처럼 자신의 부하직원 모두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위치에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태연할 수 있는 담력과 자신감을 지닌 리더만을 부하직원들은 믿고 따른다” 리더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그의 '선장론'은 재계에서도 중요한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재계의 신사로 성실하고 치열하게 기업경영에만 몰두했고 정도경영의 길을 걸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경영철학은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기업인이라면 흑자경영을 통해 국가에 세금을 내고 고용창출로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기업인의 성실과 책임을 강조했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던 해에는 죄인이라는 심정으로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경영에만 전념했던 일화도 있다. 또 공채제도를 도입한 지난 1984년 이후 한 해도 쉬지 않고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그는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이자 퇴임식에서 “‘인생의 짐은 무거울수록 좋다. 그럴수록 인간은 성장하니까’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노력해왔다.”며 “동원의 자랑스러운 50년을 만들 수 있도록 바탕이 되어 준 우리나라와 사회에 감사를 드리며 우리 사회에 더욱 필요한 기업이 될 것을 다짐한다”고 국가와 사회에 감사를 돌리는 소회를 밝혔다.

7일 ‘참치데이’ 맞아 동원참치 할인 행사 진행. (제공: 동원몰)
7일 ‘참치데이’ 맞아 동원참치 할인 행사 진행. (제공: 동원몰)

◆김재철 그는 누구?


김재철은 동원그룹 명예회장이다. 1935년 3월30일 전라남도 강진에서 11남매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강진농고 재학 시절 은사의 말을 듣고 부산 수산대학교(현 부경대학교)에 진학했다.

한국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호’에 올라 참치잡이를 시작해 남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참치잡이 원양어선의 선장과 선단장으로 활동하며 '캡틴 김'이란 별명으로 얻었다.

또 그는 고려원양어업 주식회사 수산부장 시절인 1966년 4월, 32세 젊은 선장으로 고려원양 소속의 2백 50톤급 어선 3척을 이끌고 인도양에 처음으로 태극기를 선보였다.

자본금 1000만원으로 동원산업을 설립했다. 동원산업을 한국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데 이어 동원그룹을 공식 출범했다.

미국 최대 참치캔회사로 시장점유율 40%였던 스타키스트를 델몬트로부터 4500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동원그룹은 참치 어획량과 참치 가공부문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그룹을 각각 금융과 식품의 양대 지주회사로 분리하면서 큰아들에게 금융을, 작은아들에게 식품을 맡겼다.

동원그룹은 현재 수산과 식품, 물류와 종합포장 등 2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는 지난 1991년 12월 31일 기업인 최고의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국내 수산업계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 것은 최초다. 개척자정신으로 신어장, 신어법을 개발하고 민간외교관으로서 외교교섭력을 발휘하여 원양어업의 활로를 개척함과 우리나라 원양어업발전과 사회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위기때 마다 빛나는 통찰력과 도전 정신으로 과감히 투자를 했다. 결국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동원그룹을 성장시켰다. 도전적이고 진취적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사철 600이라는 지론이 있다. 문학책 300권, 역사책 200권, 철학책 100권은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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