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제공: 애경그룹)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제공: 애경그룹)

국내최초 여성CEO 엄마를 울린 채형석

‘홍대시대’ 선언 채형석 애경 총괄부회장

애경, 비누·세제 이미지서 중견그룹 바꿔

애경, 소문난 효자들 ‘애인경천’의 힘

[천지일보=조혜리 기자] “엄마, 걱정마. 학교 앞에서 학생들 상대로 떡볶이 장사하면 되잖아.”

애경그룹 창업자 고(故) 채몽인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3남 1녀를 혼자의 힘으로 양육해야 할 처지가 된 국내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인 어머니에게 당시 10살 남짓한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좌절치 말고 경영’하라는 마인드를 심어 준 아들이다.

◆대한민국 최초 여성 CEO를 울게 만든 아들


훗날 채 부회장은 또 한 번 어머니를 울게 만든다. 지난 1993년 9월 10일 애경백화점 개점식에서 “이 백화점을 돌아가신 아버님께 바칩니다”라고 말한 순간 장 회장은 ‘남편을 잃고 23년간 잊었던 눈물의 샘이 마음에 온통 눈물로 범벅이 됐다’고 회고했다.

최근 애경백화점·삼성플라자에서 'AK플라자'로 BI 변경을 선언한 AK플라자 구로본점에서 26일 새벽 'AK플라자'로 간판을 바꿔 달고 있다. 1993년 9월 애경백화점 구로본점이 오픈한 이래 '애경백화점'이라는 이름을 16여년간 사용해왔다. (출처: 뉴시스)
최근 애경백화점·삼성플라자에서 'AK플라자'로 BI 변경을 선언한 AK플라자 구로본점에서 26일 새벽 'AK플라자'로 간판을 바꿔 달고 있다. 1993년 9월 애경백화점 구로본점이 오픈한 이래 '애경백화점'이라는 이름을 16여년간 사용해왔다. (출처: 뉴시스)

남편이 떠난 후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는 강한 대한민국 최초 여성 CEO 어머니를 유일하게 울게 만든 아들은 그렇게 어머니의 대를 이어 부회장 자리에 오른다.

지난 2006년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에 오른 그는 사실상 그룹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애경산업, AK플라자, 제주항공 등 유통·항공 사업 등을 주도했다. 채 부회장은 지난 2018년 애경타워를 완성해 본사를 구로에서 공항철도, 경의선 홍대입구역 역사에 그룹 통합사옥을 완공해 이전했다.

◆애경그룹의 새로운 시대 개막


새로운 홍대시대를 열며 채 부회장이 이끈 애경그룹은 지난 2019년 5월 최초로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편입됐다. 홍대 신사옥 준공과 계열사 상장 등으로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기면서다.

재계에서는 그가 언제 회장직에 오를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 지정에는 어머니인 장 회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총수를 지정한 뒤 그를 중심으로 특수 관계인 지분 보유 현황, 일감 몰아주기(사익 편취) 여부 등을 판단한다. 누구를 총수로 두고 있느냐에 따라 규제 범위가 달라진다.

그는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지난 1985년 애경산업에 입사했다. 생산부 사원으로 들어와 5개월간 생산 현장을 체험했다. 지난 1985년 ~ 1986년 여름까지 8개월간은 애경산업 영업부에서 일했다. 그 후 1년 6개월간은 마케팅부를 거치며 두루 경험을 쌓았고 지난 1987년 애경유지 대표이사를 맡아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섰다.

◆채형석 부회장 체제서 그룹을 진두지휘하며 이룬 성과


제주 지역 기상악화로 이틀 연속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9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 항공기 한 대가 착륙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제주 지역 기상악화로 이틀 연속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9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 항공기 한 대가 착륙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그는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며 그룹의 구조 개편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애경 백화점을 세워 유통업에 진출했고 애경개발을 세워 레저와 부동산 개발 업을 시작했고 항공등 신성장 동력으로 애경 백화점은 비누·세제 이미지가 강하던 애경을 중견그룹으로 탈바꿈시킨다. ▲대기업집단 첫 지정(2019년 처음으로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 ▲1956년 서울 구로구에서 60여년 만에 새 사옥을 홍대에 마련하고 ‘홍대시대’에 진입하는 지난 2018년을 애경그룹 ‘대도약’의 원년으로 선포. 신사옥 연면적은 5만 3909㎡(약 1606평) 판매, 업무, 숙박, 근린시설을 갖춘 복합시설동과 공공업무 시설 동으로 구성. ▲AK홀딩스 지난 2018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 7133억원 영업이익 2708억 3600만원 순이익 2188억 5300만원, 지난 2017년과 비교해 매출은 9.5% 영업이익은 2% 순이익은 18% 증가 계열사 ‘홍대시대’ 선포 후 호실적, 애경산업은 지난 2018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6996억원 영업이익 786억원을 냈다. 지난 2017년보다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58% 늘어났다.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이 지난 2017년보다 47% 생활용품 부문의 영업이익은 무려 296% 증가. 화장품 매출 지난 2017년 43%에서 지난 2018년 51% 증가. ▲1993년 백화점 사업 추진해 사업 다각화,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있던 애경유지 공장이 대전으로 확장해 이전하자 부지 활용을 고민하다 유통업 진출. ▲2006년 제주도와 함께 설립한 ㈜제주항공에 ‘뚝심 투자’로 지난 2018년 창사 이래 매출 1조 원 돌파. 지난 2018년 연결기준 매출 1조2594억원 영업이익 1012억원. 지난 2017년보다 매출 26.4% 늘어남. 영업이익은 유가상승의 영향으로 0.1% 감소. ▲애경산업은 지난 2018년 3월 코스피에 상장 애경유화와 AK홀딩스 제주항공에 이어 애경그룹의 네 번째 상장. ▲유연하게 그룹을 이끌기 위해 지난 2017년 8월1일 조직개편을 통해 생활항공, 화학, 유통부동산 등 3개 부문체제를 폐지.

◆강한 의지로 추진한 사업 코로나19 주춤, 생활용품↑


애경산업 주방세제 트리오 레트로. (제공: 애경산업)
애경산업 주방세제 트리오 레트로. (제공: 애경산업)

채 부회장이 강한 의지로 추진한 항공 사업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악재로 위기에 처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분기 매출액 2292억원과 영업손실 657억원, 당기순손실 10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액은 41.7%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실적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있는 점에서 국가 간 이동이 언제 자유로울지 모를 상황에서 더 암울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지난 2019년 말 기준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약 351%다. 지난 2018년 말 비율인 169%와 비교해 두 배나 띈 수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외 어려운 여건 속에서 화장품사업의 실적이 감소한 반면 생활용품사업은 선제적 브랜드 투자와 민첩한 시장 대응으로 실적이 증가했다.

지난해 생활용품사업은 매출액 956억원 영업이익 56억원을 기록해 지난 2019년 동기대비 각각 7.3% 17% 성장했다. 생활용품사업은 지속적인 디지털 채널 강화를 통해 디지털 채널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39% 증가했다.

또한 섬유유연제 브랜드 르샤트라와 살롱드마지 앰플 트리트먼트의 매출 호조로 실적이 성장했다. 특히 지난 2019년 4분기에 출시한 위생 전문 브랜드 랩신이 급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 소문난 효자 ‘애인경천(愛人敬天)’의 힘


‘애경(愛敬)’은 1954년 6월 1일 고 채몽인 선대회장이 10명과 발기인 대회를 개최하고 6월 9일 설립등기를 마치고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를 공식 출범했다. 그룹의 이름은 애인경천의 정신에 입각해서 만들었다. “국민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정신과 “국민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 발전하겠다”는 정신을 동시에 담았다.

애경산업
애경산업

이러한 애경을 어머니가 맡아서 성장시켰고, 이제는 효심 깊은 아들이 경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머니인 장 회장을 향한 자식들의 효심이 남다르다. 형인 채 부회장과 동생 채형석 사장은 10년 넘게 한 사무실을 쓴 일화가 있다. 이처럼 형제간 사이가 돈독하다. 큰 형인 그는 가족에게 계열사 경영을 맡기고 그는 굵직한 그룹 현안을 주로 결정하는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3남 1녀 중 맏아들로 10살 때 아버지를 잃은 그는 어머니가 상실에 빠져 있을 때 떡볶이를 만들어 팔자며 어머니를 위로했고 산행 중 산사에서는 “가족 모두 건강하고 화목하게 지내는 것에 항상 감사드린다는 기도를 드린다”며 “애경의 힘은 형제간의 우애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한다.

어머니 장 회장도 살아오면서 가장 보람된 일은 “아이들이 잘 자라주고 화목하게 지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애경타워에서 베트남 국적의 신입 객실승무원들이 오는 22일부터 비행 투입을 앞두고 막바지 서비스 교육을 받고 있다. 제주항공은 날로 증가하는 베트남 승객에 대한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3월 10명의 베트남 국적 승무원을 신규 채용했다. (출처: 뉴시스)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애경타워에서 베트남 국적의 신입 객실승무원들이 오는 22일부터 비행 투입을 앞두고 막바지 서비스 교육을 받고 있다. 제주항공은 날로 증가하는 베트남 승객에 대한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3월 10명의 베트남 국적 승무원을 신규 채용했다. (출처: 뉴시스)

◆채형석은?


채형석은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이다.

지난 1960년 8월13일 서울에서 애경그룹 창업주 채몽인과 장영신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조선시대 제주판관을 역임한 채구석이다.

1982년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 재학 당시 같은 학교 미술교육과에 다니고 있던 홍미경을 소개받아 교제 1년 만에 결혼했다. 홍미경의 아버지는 인천교육대학 음대 교수를 지낸 음악가다.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보스턴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마쳤다.

1985년 애경산업 감사로 애경그룹에 입사한 후 애경유지공업 대표이사, 애경백화점 수원점 대표이사, 에이알디홀딩스 대표이사, 애경백화점 평택점 대표이사, AK면세점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지난 2002년 1월부터 애경그룹 부회장이 됐고 2006년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에 올라 사실상 애경그룹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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